삼성생명, 가입자에 '채무부존재' 소송 제기

"법원 판결 따라 동종계약, 똑같이 처리할 것"

즉시연금 과소지급분을 지급하라는 금융분쟁조정위원회(분조위)의 결정을 거부한 보험회사들이 법원 판단을 받기 위한 2라운드에 들어섰다. 삼성생명은 13일 '즉시연금 상속만기형' 상품에 대해 금융감독원에 민원을 제기한 가입자 1명을 상대로 서울중앙지법에 채무부존재 소송을 제기했다고 밝혔다. 지난 6월 내려진 분조위 결론에 대해 최근 불수용 입장을 밝힌 한화생명도 조만간 소송 대열에 합류할 예정이다.

삼성생명은 지난달 26일 열린 이사회에서 즉시연금 과소지급분 일괄 지급 여부를 두고 "법적인 쟁점이 크고 지급할 근거가 명확하지 않아 이사회가 결정할 수 있는 범위를 벗어난 것으로, 법원의 판단에 따라 지급 여부를 결정하는 것이 타당하다"는 결정을 내린 바 있다.

이번 이사회는 금감원이 즉시연금 상품 가입자에게 분조위 결정을 확대 적용하라고 권고하자 이를 판단하기 위해 소집된 것이다. 지난해 11월 분조위는 삼성생명 즉시연금 건과 관련해 최저보증이율에 못 미치는 연금액을 포함해 만기 환급액을 마련하기 위해 떼는 사업비도 지급하라고 결정했고 삼성생명은 장고 끝에 이 조정안을 수용했다. 하지만 금감원의 확대 적용 권고에 대해서는 이사회 결정을 이유로 거부했다.

소송을 시작한 삼성생명은 법원에서 추가지급 의무가 있다는 판결이 확정될 경우 금감원이 지급을 권고한 2017년 11월 이후에 소멸시효가 완성되는 부분은 소멸시효와 상관없이 전액 지급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삼성생명 관계자는 "재판 결과가 나오면 해당 가입자에게만 해당되는 것이 아니라 동종 계약 가입자에게 똑같이 적용해 처리한다는 뜻"이라고 밝혔다.

이번 소송과 같은 유형의 상품에 가입한 삼성생명 가입자는 5만5000명으로 액수는 4300억원 정도 규모로 추산된다. 삼성생명에 이어 두번째로 규모가 큰 한화생명(2만5000명, 850억원)도 조만간 소송에 들어갈 예정이다. 한화생명 관계자는 "가입자가 먼저 소송을 제기하거나 회사가 민원인에 대해 채무부존재 소송을 내든 결국 어떤 식으로든지 법원의 판단을 받게 될 것"이라고 밝혔다. 한화생명 역시 이 재판 결과가 나오면 동종 유형 가입자에 대해 똑같이 적용할 방침이다.

업계에서 분조위 결정을 거부하고 법원에서 최종 판단을 받아보려고 하는 데는 이번 사안에서 약관 해석과 관련된 부분이 단지 즉시연금에만 국한된 것이 아닐 수 있다는 우려 때문이다.

분조위는 보험약관에 '책임준비금은 산출방법서에 따라 계산한다'는 문장이 있다는 이유만으로 관련 내용이 모두 보험약관에 편입된 것으로 볼 수 없다는 입장을 밝혔다. 약관에 사업비 차감에 대한 근거가 없다는 얘기다. 이와 관련해 보험업계 관계자는 "사업비 차감을 인정하지 않는 판단은 즉시연금 약관만의 문제가 아닐 수 있고 보험의 근본적인 구조를 흔드는 측면이 있다"고 밝혔다.

한편 금융감독원은 삼성생명의 소송 제기에 따라 소송지원 제도를 바탕으로 가입자 편에 서서 지원할 방침이다. 금감원은 이번 사례가 금융분쟁조정세칙에 규정된 소송지원 요건(분조위가 민원인 청구를 인용했거나 인용 가능성이 큰 사건에 대해 금융회사의 조치가 현저히 부당하다고 인정되는 경우)에 해당한다고 판단했다.

박소원 기자 hopepark@n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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