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차, 터키 내수 위축 우려

효성, 달러거래여서 위험분산

건설, 프로젝트 유로화로 계약

터키 리라화 폭락에 현지 진출기업의 긴장도가 높아지고 있다.

14일 관련 업계를 종합하면 자동차 섬유 건설분야 등에 진출한 한국기업들은 리라화 폭락에 따른 단기 영향은 없을 것으로 판단하면서도 폭락사태 장기화에 따른 금융시장 불안과 내수시장 위축을 예의주시하고 있다.

현대차는 터키에 20만대 생산능력을 지닌 있는 완성차공장을 갖고 있다. 지난해 22만7000대를 생산했다. 이곳에서 생산되는 물량의 90%는 서유럽으로 수출된다.

현대차 관계자는 "대부분 수출용이어서 리라화 폭락 영향이 없다"며 "다만 수입물가 폭등, 정치적 불안정성으로 인한 소비심리 악화로 터키 자동차 내수시장 위축이 예상된다"고 말했다.

현대차는 현지법인 생산으로 터키판매 물량의 절반을 맡고 있어 환율 리스크에 대응하고 있다. 하지만 현재와 같이 단기간에 리라화 가치가 폭락하는 경우 부품수입 단가상승으로 수익성을 맞출 수 없을 것으로 보고 있다.

터키시장 판매분 절반은 유럽이나 국내생산 차량을 수입해 판매하고 있다. 수입차량 가격상승으로 시장위축과 판매대수 하락이 우려된다. 현대차는 하반기 터키판매에 대해 최대한 보수적으로 접근할 계획이다.

효성은 터키 이스탄불에 현지법인을 통해 스판덱스 공장을 운영하고 있다. 효성 관계자는 "유럽시장이 흔들리지 않는 한 큰 영향은 없을 것"이라며 "미국규제가 장기화되고 금융위기로 이어질지 유의깊게 보고 있다"고 말했다.

이 공장은 각종거래시 달러화를 기본으로 하고있어 리라화 급락 영향에서 떨어져 있다는 것이다. 터키는 유럽의 최대 섬유시장으로 유럽수출의 전초기지인 셈이다. 이 공장의 지난해 매출은 1450억원 정도다. 효성 스판덱스 글로벌 생산량의 10% 정도로 알려졌다.

터키 리라화 폭락에 대해 국내 건설사들의 관심도 높아지고 있다. 초대형 건설시장으로 성장한 터키의 금융위기가 향후 수주에 악영향을 미칠 가능성이 점쳐지고 있다.

터키에 진출한 대표적 건설사는 현대건설과 SK건설, 대림산업 등이다. 현대건설은 현지사업을 모두 마무리해 이번 사태의 영향을 받지 않고 있다.

SK건설과 대림산업이 터키에서 건설중인 차나칼레 현수교 조감도


SK건설과 대림산업이 현지업체와 컨소시엄을 구성해 진행중인 말카라-차나칼레 고속도로 건설사업은 유로화 계약으로 리라화 폭락에 직접 타격은 없을 것으로 예상된다. 이 프로젝트는 총 사업비 31억유로로, 23억유로는 프로젝트파이낸싱(PF)으로 조달했고, 나머지는 주주사들이 자본납입으로 충당할 계획이다.

준공예정인 오는 2023년까지 프로젝트 금융약정에는 한국수출입은행 한국무역보험공사 산업은행 등 총 21개 금융기관이 참여했다. 터키 금융위기설이 확산하기 전에 금융약정에 대한 원리금보증도 마쳤다.

SK건설 관계자는 "터키 차나칼레 프로젝트가 초대형 사업이기는 하지만, 유로화로 계약해 이번 터키 금융위기에 큰 타격을 받지 않을 것"이라며 "신규수주 등에 어떤 영향을 미칠지는 향후 추이를 더 지켜봐야 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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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선우 범현주 김성배 기자 hjbeom@n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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