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회 내년 특활비 '사실상 폐지' 결정

예산심사때 '특활비 폐지' 원칙 적용

삭감권·비목전환권 적극 활용 가능성

기재부 예산편성때 사전 조정할 수도

정부 예산안 제출을 2주일여 앞두고 있는 가운데 내년 특수활동비를 사실상 폐지하기로 한 국회가 정부 19개 기관의 1조3000억원 규모의 특수활동비에 대해 대대적인 수술을 단행할 것으로 예상된다. 기밀을 요하지 않는 사업에 대해서는 과감한 삭감과 함께 비목전환 등 투명한 운영을 유도할 방침인 것으로 알려졌다.

홍영표 여당 원내대표는 내일신문과의 통화에서 "국회의 특수활동비 폐지 등 원칙에 맞춰 다른 기관들의 특수활동비에 대해서도 철저한 심사가 이뤄질 것"이라며 "국회의 운영위원회 소위에서 원칙을 정하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애초 국회 운영위의 제도개선소위에서는 국회 특수활동비 운영과 관련한 개선방안을 논의, 결정할 계획이었으며 이를 그대로 국회의 정부 예산안 심사 과정에도 적용할 것이라는 얘기다.

악수하는 홍영표 원내대표와 김성태 원내대표 13일 오전 국회 의장접견실에서 열린 국회의장, 여야 원내대표 회동에서 더불어민주당 홍영표 원내대표와 자유한국당 김성태 원내대표가 악수하고 있다. 연합뉴스 김현태 기자


김성태 자유한국당 원내대표는 13일 "국회가 선도적으로 특활비에 대한 명확한 입장을 가지면서 우리 사회의 큰 변화를 가져갈 수 있는 계기가 됐다"고 강조했다. 문희상 국회의장은 취임직후 가진 기자간담회에서 "국회는 예산심의권이 있고, 특활비를 포함한 모든 예산은 상임위, 예결특위를 거치게 되어 있다"며 "제도개선에서 국회가 앞장설 자격이 있고, 책임이 있다. 의장 몫이 있다면 특활비 제도개선을 주도할 것"이라고 말했다.

◆규정은 "기밀유지용으로만 사용" = 규정에서 특수활동비는 기밀 유지가 필요한 국정수행활동에만 쓰도록 하고 있다. 특수활동비 편성은 기재부의 '2019년도 예산안 편성 및 기금운영 계획안 작성 세부지침'에 따라 이뤄진다. 기밀유지가 요구되는 정보 및 사건수사, 기타 이에 준하는 국정수행활동에 직접 소요되는 경비에 한해 특수활동비로 쓸 수 있다. 세부지침을 보면 사건수사, 정보수집, 각종 조사활동 등 타비목으로는 원활한 업무수행이 곤란한 예외적인 경우에 한해 최소한의 범위내에서 요구하도록 했다. 엄격한 기준에 따라 '예외적으로' '최소한'의 사용만 허용한 것이다. 업무추진비, 기타운영비, 특수활동경비 등 타 비목으로 집행이 가능한 경비는 특수활동비로 지출하지 못하게 금지해 놨다. 예산편성 원칙대로라면 국회를 포함한 정부부처의 특수활동비 상당액은 대부분 삭감이나 전환대상이다.

◆국회 특활비 올해부터 사실상 폐지 = 국회는 올해 특활비부터 사실상 폐지쪽으로 가닥을 잡았다. 국회 특수활동비의 3분의 1을 쓰는 원내대표들은 특수활동비를 없애기로 이미 합의했고 또다른 3분의 1을 받는 상임위원장들도 동의하는 분위기인 것으로 알려졌다. 상임위원장 중 이학재 정보위원장은 특수활동비를 받지 않겠다고 선언했다. 월 600만원의 상임위원장 특수활동비는 주로 간사에게 나눠주고 행정실 운영비 등으로 지출된다. 이학재 정보위원장은 "상임위원장 특수활동비는 특수한 업무에 해당돼 편성한 게 아니라 사무처의 회계처리 편의성을 위한 것"이라며 "일단 폐지하고 상임위 운영에 필요한 예산이 있다면 심사를 통해 추가적으로 상향조정하면 된다"고 말했다.

나머지 특수활동비 3분의 1을 지출하는 국회의장과 부의장 역시 최소화할 것으로 예상된다. 문희상 국회의장은 16일 국회의 특수활동비 전반에 대한 입장을 내놓을 예정이다. 문 의장은 "원칙적으로 모든 것은 투명성이 확보돼야 하고 증빙서류 첨부돼야 한다"면서 "부득이한 경우 필요한 액수 외에는 없애거나 줄여야 한다"고 말한 바 있다.

◆국정원 특활비도 손 본다 = 국회 특수활동비 개선방향은 다른 19개 기관에도 옮겨붙을 가능성이 높다.

삭감과 업무추진비, 특정업무경비 등으로 비목을 전환(투명성 확보)하는 게 주 방향이다. 홍영표 원내대표는 "정말 필요한 부분이 있다면 (제도를) 개선해 나가서 보완하는 것으로 하겠다"고 말했다. 사용내역을 공개하는 등 투명하게 운영하면 된다는 것이다. 이는 주로 비목전환을 의미한다.

정보위도 국가정보원 특수활동비의 내년 예산안 심사를 강도 높게 진행할 예정이다. 일각에서는 인건비 등을 공개해야 하는 게 아니냐는 지적도 있다. 전용이나 유용을 차단할 만한 사전승인제도(사용 전에 승인받는 제도)를 도입하는 방안도 검토대상에 들어가 있다.

이학재 정보위원장은 "국정원장의 특수활동비 등 세부적인 내용을 자세하게 들여다볼 수 있는 방법을 찾아낼 것"이라며 "정보위 예산소위에서 좀더 전문적으로 살펴 문제가 되는 지점들에 대한 개선점을 내놓아야 한다"고 말했다.

국회 고위관계자는 "정부가 예산을 편성할 때 특수활동비 전반을 조정하게 될 것"이라며 "그 결과를 보고 국회로 예산안이 들어오면 심사를 통해 삭감하거나 비목을 전환할 수 있다"고 말했다. 국회가 예산을 증액하거나 새로운 비목을 만들기 위해서는 정부(기획재정부)의 승인을 받아야 하지만 삭감이나 기존 비목으로의 전환은 의결만 하면 가능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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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준규 기자 jkpark@n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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