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준만 지음 / 인물과사상사 1만7000원

한국현대사와 근대사, 미국사 등 역사 분야에서도 주요 저작을 냈던 강준만 전북대 교수가 이번엔 한국여성들의 역사에 주목했다. 강 교수는 머리말에서 “그 어떤 인간 집단보다도 타인에 의해 규정되고 타자로 규정되었으며 어떤 집단보다도 오랫동안 자신의 역사에 대한 지식을 박탈당한” 여성들의 역사를 연작으로 내놓겠다고 밝혔다. 책 부제도 ‘한국여성의 인권투쟁사’다. 이번 책은 시리즈 중 첫번째 권으로 1990년대 사이버세계 등장 이후 최근까지의 페미니즘 역사를 다루고 있다.

강 교수가 정리한 최근 30여년간의 여성인권운동사는 그야말로 숨가쁘다. 1990년대 PC통신에서 치열한 싸움을 불러왔던 ‘창녀정신 논쟁’부터 여성혐오의 기원이자 마르지 않는 샘이 됐다고 평가받았던 군가산점 폐지 논란, 2000년대로 넘어와선 여성계의 가장 큰 숙원이자 투쟁성과였던 호주제폐지와 ‘김치녀’ ‘된장녀’ 등 혐오표현이라는 무기를 들고 더 거세진 남성들의 반격, 2010년대 이후 더 심해진 여성혐오와 일베의 등장과 이를 미러링으로 되갚음한 메갈리아, 워마드 등 인터넷 커뮤니티 중심으로 전개된 여성들의 이야기, 그리고 미투운동까지. 저자도 ‘전쟁이라고 불러도 무방할 정도의 뜨거운 싸움’이라고 표현하긴 했지만 읽고 나면 뜨겁다는 말로는 부족하다는 느낌이 들 수도 있다.

페미니즘에 조금이라도 관심이 있는 사람이라면 그동안 여성들은 그야말로 한시도 가만히 있지 않고 자신들의 이야기를 들어달라고 소리쳐 왔고 투쟁해 왔다는 사실, 최근 젊은 여성들의 불법촬영 규탄시위가 몇 만 명 이상을 끌어모으고 있는 것이 우연이 아니라는 것을 깨달을 수 있다.

책 자체도 흥미로웠지만 20페이지에 달하는 주석 부분이 눈에 띄었다. 강 교수 책은 스크랩북이냐 책이냐는 지적을 받기도 할 정도로 방대한 참고문헌으로 유명하다. 이번 책도 국내외 페미니즘 서적은 물론 각종 관련 학회지, 논문, 신문.잡지기사 등이 상세하게 실려 있다.

김형선 기자 egoh@n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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