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세웅 충북대 환경공학과 교수

올 여름 8월은 여러모로 기록적이었다. 하늘도 물도 더없이 더웠다. 길고 긴 가뭄 뒤에, 한반도를 관통하는 태풍이 6년 만에 찾기도 했다. 4대강의 보와 녹조에 대한 논쟁도 뜨거웠다. 4대강의 16개 보는 사업을 추진할 때도, 완공하고 나서도 아직까지 국민적 환경 관심사이다.

4대강의 일부 보를 개방하고 관찰한 지 벌써 1년이 넘었다. 6월 29일 정부가 발표한 모니터링 중간 결과는 희망적이었다. 완전하게 개방한 세종보·공주보·승촌보에서 조류 농도가 약 40%감소했고, 강의 생태계 회복 가능성을 확인하는 성과가 있었다. 하지만 반론도 만만치 않다. 일각에서는 보 개방으로 인해 세종보 등의 녹조가 오히려 나빠졌다고 한다. 보 개방으로 수위가 낮아지면서 소수력 발전 중단 등의 경제적 손실을 지적하는 사람도 있다. ‘지역행사·친수시설 유지를 위해 보를 다시 막아달라’ ‘지하수위 저하로 인한 농사가 피해를 입었다’는 주장도 가볍게 넘길 수는 없다.

한쪽 눈으로만 보면 문제 해결 어려워

녹조는 물의 온도, 광합성을 위한 햇빛과 영양분, 물의 체류 시간 등 복합적인 영향을 받는다. 따라서 녹조문제는 하나의 요인으로 설명되기 어렵다. 한쪽 눈으로만 본다면, 보 개방과 녹조 사이의 총체적인 관계를 제대로 알 수는 없다. 올해 여름 비는 특이했다. 예년보다 장마가 짧았고, 때문에 4대강 평균 강수량도 예년의 8%인 16.2mm 밖에 되지 않았다. 유량 감소와 폭염이 주된 요인으로 녹조가 심화되었다고 보는 것이 온당하다. 하천에서 동일한 유량이 흐를 때 수위가 낮으면 유속은 더 빨라지므로 조류가 성장하는데 불리하다는 것은 누구나 아는 사실이다. 보 개방으로 ‘오히려’ 녹조가 늘어났다는 주장을 과학적이라고 보기는 어렵다.

한편에선 보를 더 열어달라는 목소리도 크다. 낙동강 유역의 어느 초등학생은 대통령께 손편지를 보내기도 했다. 녹조 문제를 해결하고 먹는 물 안전을 위해서는 보를 모두 열어야 한다는 주장이다.

인공을 자연으로, 막힌 것을 흐르게 하려는 4대강의 재자연화는 어떻게 추진되어야 할까? 방향은 명확하다. 객관적이고 과학적인 모니터링과 그 결과에 따른 합리적인 평가 체계에 따라야 할 것이다. 모든 정보는 숨김없이 국민에게 공개되어야 한다. 이런 일을 중심을 잡고 추진할 ‘4대강 자연성 회복을 위한 조사·평가단’이 발족했다는 소식을 들었다. 민간 전문가와 시민이 참여하는 의사결정 체계를 확립하고, 보 모니터링 종합정보 시스템(water.nier.go.kr)을 일반에 공개하여 구체적인 정보도 공유한다고 한다.

우리에게 생명수를 제공한 4대강 물은 우리 삶, 생존과 뗄 수 없다. 4대강 보 관리 방향을 결정하기 위해서는 과학적 분석을 토대로 체계적인 여론 수렴이 필수적이고 정책에 대한 국민의 동의와 공감을 확보하는 것이 중요하다. 제대로 된 정보공유 없이 추진되는 간담회·공청회는 형식일 뿐이다. 4대강 사업을 추진하면서 겪었던 일을 다시 반복하지 않기를 기대한다.

시민 공감 얻는, 투명한 정책 중요

보 처리 방안을 제대로 마련하기 위해서는 무엇보다 모니터링 데이터 확보가 이뤄져야 할 것이다. 영산강과 금강 수계의 보들은 비교적 대폭 개방상태를 유지 중이나 한강·낙동강 보들은 소폭개방이거나 미개방 상태다. 보 처리의 객관적 데이터 마련을 위해서는 장기간, 큰 폭의 개방이 필요하다. 빠른 시일 내 나머지 보들의 개방 여건을 조사하고, 추가 개방을 해야 할 것이다.

여기서 보 추가 개방은 보 관리에 대한 정부 최종 결정이 아니라 최종 결정 이전 합리적 방안을 찾아가는 하나의 조치임을 기억하자. 예상치 못한 부정적 요인 역시 모니터링에 포함하고 보 처리 방안에 대한 다양한 대책도 반드시 포함되어야 한다.

자연은 최고의 정화장치라는 말처럼 막혔던 보를 열면 흐르는 강은 좀 더 건강해지고 수질도 나아질 것이라는 기대가 있다. 환경부는 친환경적 통합 물관리를 이끌어야 한다. 일원화 된 물관리의 주무부처로서 환경부에 기대하는 바가 크다. 전문가 그룹 또한 차제에 우리 강의 생명력을 회복하고 이 논쟁을 해소할 최적의 방안을 찾는 데 힘을 모아야 할 것이다.

정세웅 충북대 환경공학과 교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