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재은 환경운동연합 생태보전국장

서울시와 국토교통부의 부동산전쟁이 점입가경이다. 1차 전쟁은 지난 7월로 거슬러 올라간다. 서울시는 보행재생, 역사문화재생, 산업재생 등 시민참여로 추진된 도심재생사업이 높은 평가를 받아서 도시행정 노벨상으로 불리는 리콴유 세계도시상을 수상했다. 그런데 이 자리에서 뜬금없이 박원순 시장이 ‘용산·여의도 통개발’ 계획을 밝히면서 부동산 시장에 기름을 부었다. 발언 다음 주에 해당 지역 아파트값이 무섭게 상승하고 한달 옥탑방살이 이후 비강남권 경전철 4개 노선 조기착공 계획으로 강북 부동산까지 들썩였다. 여기에 김현미 장관이 모두 제동을 걸고 나서면서 서울시가 1패를 기록했다.

서울시-국토교통부 부동산 전쟁

2차 전쟁은 그린벨트 전쟁이다. 그린벨트는 수도권 과밀 문제와 도시연담화를 막기 위한 제도다. 그런데 부동산가격이 폭등하자 정부가 집값을 잡겠다며 주택 공급을 늘리기 위해 그린벨트를 해제하겠다고 나섰다. 잘못된 부동산정책을 바로잡겠다며 수도권 과밀을 부채질하고 최소한의 녹지축을 훼손하는 그린벨트 훼손 카드를 꺼내든 것이다. 심지어 미군기지가 철수한 용산부지에 짓기로 한 공원을 취소하고 대규모 임대주택을 지어달라는 청원까지 등장했다. 하지만 서울의 신주택보급률은 2017년 5월 기준 100.5%를 넘었다. 박 시장이 신중할 일이라며 반기를 들고 나섰다. 불씨는 여전히 남아있지만 박 시장이 강력한 반대 입장을 피력하면서 9.13 부동산대책에 그린벨트 내용이 빠졌다.

도시재생으로 상을 받으며 도시투기를 제안한 박 시장. 그리고 수도권 과밀과 투기문제를 막기 위해 생긴 그린벨트 제도를 훼손해서 수도권 투기문제를 잡으려 한 국토부. 이 아이러니한 부동산 전쟁의 결말이 어찌될지는 지켜볼 일이다. 그런데 여기서 또 하나 아이러니한 점은 바로 녹지축과 수경축에 대한 서울시의 태도다. 그린벨트 등 녹지축 보전에 대해서는 박 시장의 강력한 의지와 철학이 느껴지는데 유독 한강변 개발에 대해서는 그렇지가 않다.

박 시장이 밝힌 ‘용산 여의도 통개발’은 꽤 구체적이었다. 여의도 일대 종합적 재구조화 방안을 하반기에 발표할 예정이었다가 보류한 것인데 여의도 전역을 상업지역화해서 초고층 건물로 재건축할 수 있도록 하는 내용이 중심인 것으로 알려져 있다. 또한 그린벨트 해제 대안으로 제시되고 있는 유휴지 발굴은 철도차량기지 이전용지, 공공기관 이전부지 등 50여 곳 개발, 신규 상업지역 주거비율 상향 조정 등이 검토되고 있다.

여기에서 드는 묘한 기시감. 10년 전 한강르네상스 사업이다. 오세훈 전 시장은 한강르네상스 계획을 발표하면서 “서울의 도시계획을 ‘한강중심의 계획’으로 바꾸고 장기적으로 서울을 ‘수변도시’로 만드는 내용이 될 것”이라며 ‘한강 중심의 도시공간구조 재편’을 내세웠다. 한강변의 단조로운 병풍식 스카이라인을 개선하기 위해 초고층 개발을 하겠다는 것이었다. 당시에 용산 철도정비창 부지를 국제업무지구로 탈바꿈시킨다던, 총 사업비 10조원대 ‘단군 이래 최대개발’ 사업이 그린벨트 해제 대안으로 슬며시 재등장한 셈이다.

여기에 한강르네상스 마스터플랜에서 경인운하를 서울까지 연결해서 항구도시로서 성장동력을 창출하겠다던 ‘서해연결 주운 기반조성’과 ‘여의도 워터프런트’ 사업은 여전히 현재진행형이다. 최근 서울시의회가 한강통합선착장 추경예산을 전액 삭감하고 공유재산관리계획 심의에서 관련 사업을 삭제했지만 서울시는 본예산 상정과 재심의를 예고하고 나섰다.

무덤 속 한강르네상스에 누가 매달리는가

누가 무덤 속 한강르네상스 사업에 이토록 매달리고 있는가. 현 부시장은 꾸준히 경인운하 연장을 추진해온 도시재생 부서장을 역임했고 더 거슬러 올라가면 오세훈 시장 당시 한강르네상스 사업 가운데 용산지구 개발을 추진한 뿌리깊은 토건 관료다. 직전 부시장들 역시 한강르네상스 사업을 전면에서 추진해온 인물들이다. 서울시가 한강 토건 그늘에서 벗어나지 못하며 자연성 회복사업이 10년 만에 힘겹게 첫발을 떼고 있다. 2011년 선거에서 제안, 2013년 연구용역까지 진행했던 신곡보 철거를 위한 시범개방이 이제야 진행된다. 바로 여기에 한강 토건 관료 늪이 있다.


신재은 환경운동연합 생태보전국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