또 하나의 역사를 기록한 3차 남북정상회담을 바라보는 외국의 시선은 조건부 긍정이다. 교착상태에 빠진 비핵화 협상이 다시 물꼬를 트게 됐다는 점에서는 긍정적이지만 북미협상 등 향후 전망에 대해서는 신중한 태도를 유지했다.

안토니우 구테흐스 유엔사무총장은 20일(현지시간) 뉴욕 유엔본부에서 가진 기자회견에서 남북정상회담에 대한 질문에 대해 "최근 두 정상간 회담은 결과가 긍정적"이라고 평가하면서도 "지역 안정이라는 차원에서 한반도에서의 완전하고 검증 가능한 비핵화를 달성하기 위한 북미협상이 동시에 성공하지 못하면 남북간 협상도 성공하지 못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구테흐스 총장은 "마이크 폼페이오 국무장관이 (북미) 협상을 다시 시작할 준비가 됐다는데 주목한다"면서 "북미가 북한과 한반도의 완전하고 검증 가능한 비핵화라는 우리 모두가 원하는 결과를 만들어내기를 희망한다"고 말했다. 그는 또 내주 유엔총회 참석차 뉴욕에 도착하는 북한 리용호 외무상과 만날 예정이라고 전했지만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 유엔총회 가능성에 대해서는 "북 대표단에 변화가 있다는 아무런 징후가 없다"고 밝혔다.

유럽의 주요 언론들도 이번 3차 정상회담을 비중있게 다뤘다.

영국 일간지 가디언은 20일(현지시간) 마이클 푹스 미국진보센터 선임연구원의 칼럼을 통해 "종합적으로 볼 때 갈등을 줄이고 외교적 대화가 계속될 수 있도록 할 것"이라고 평가하면서도 "이것이 핵 문제와 관련한 실체적인 개선으로 이어지지 않으면 미국과의 균열을 야기할 수 있는 '도박'이라고 경고했다.

독일 일간 쥐트도이체차이퉁도 사설에서 "남북정상회담으로 북한에 새로운 선택 지점이 나타났다"며 "남측과 경제적 원조에 대해 논의했고, 이산가족 상봉은 두 국가를 더욱 감정적으로 묶을 것이고, 군사적 완충지대는 군사적 긴장의 휴식을 의미한다"고 평가했다.

이탈리아 공영방송 RAI는 "가장 눈길을 끄는 성과는 남북한의 긴장완화"라며 "남북한 정상은 군사적 긴장을 줄이는 조치를 취했을 뿐 아니라 2032년 올림픽 공동 개최도 추진하기로 했다"고 보도했다. 이 채널은 또 "문재인 대통령이 미국과 북한 사이의 끊긴 대화를 다시 이어가게 하는 임무를 성공적으로 수행한 것으로 보인다"며 "이에 따라 싱가포르 정상회담에 이어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과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의 두 번째 회담이 성사될 가능성이 매우 크다"고 전망했다.

이같은 기류는 미국 언론들도 마찬가지다.

AP통신과 뉴욕타임스 등은 '9월 평양 공동선언' 발표 이후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환영 입장을 나타냈고 마이크 폼페이오 장관도 북미 협상 재개 방침을 밝힌 사실을 전하면서도 일각의 우려 섞인 견해도 함께 소개했다. AP통신은 "예상했던 것보다는 나은 결과"라면서도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의 양보가 미국으로 하여금 김 위원장의 어떤 요구라도 충족시키도록 확신할 만큼 충분하느냐는 것에 의문이 든다고 평가했다.

뉴욕타임스는 "30대 나이인 김 위원장은 영리한 협상가"라며 "그는 문재인 대통령과의 관계를 '모든 핵 역량을 먼저 포기하고 협상하라'는 미국의 요구를 회피하는 수단으로 이용하고 있다"고 주장했다.

월스트리트저널(WSJ)은 "이번 공동선언이 북핵 협상에 새 생명을 불어넣었다"고 평가하면서도 "이번 합의는 미 외교 당국자들에게 김 위원장이 핵무기 포기에 진정성이 있는지에 관해 풀리지 않는 의문을 던진다"고 주장했다.

이런 기류에 비해 주변국이나 아시아권의 반응은 좀 더 긍정적인 분위기다.

왕이 중국 외교 담당 국무위원 겸 외교부장은 20일 '9월 평양 공동선언'에 대해 "한반도 전체 국민의 복이며 중국을 포함한 각국 인민의 바람"이라면서 "중국은 이를 열렬히 축하하며 확고히 지지한다"고 반겼다. 또 "남북이 양측관계를 전면적으로 개선 및 발전을 시키고 한반도를 핵무기와 군사 위협이 없는 평화의 터전이 되도록 노력하는 것만큼 좋은 게 없다"면서 "각국은 행동으로 이런 목표 달성을 위해 노력해야 한다"고 언급했다. 중국 외교부는 대변인 브리핑에서도 이런 기조를 거듭 확인했다.

베트남 외교부도 같은 날 대변인 브리핑을 통해 "남북한이 한반도 비핵화를 위한 건설적인 활동과 함께 대화와 고위급 접촉을 계속하기로 한 결정을 지지한다"면서 "이는 지역과 세계의 평화, 안정을 위한 대화와 협력을 촉진한다"고 평가했다.

러시아 외무부는 19일 저녁(현지시간) 발표한 공보국 명의 논평에서 "남북정상회담 합의를 환영한다"면서 "다른 유관국들도 정치·외교적 방법을 통한 한반도 핵문제와 다른 문제들의 조속한 종합적 해결을 지향하는 노력을 기울여주길 기대한다"고 주장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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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재철 기자 jcjung@n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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