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재인정부 잘못·과거정부 탓 엇갈려

종부세, 지금보다 더 인상해야 60.8%

경제전문가들은 최근 고용지표와 일자리 환경이 나빠지고 있는 주요원인으로 '과학기술의 발달 등 구조적 요인'을 가장 먼저 손꼽았다. 일자리 문제는 세계적인 문제임과 동시에 미래세대를 위해 현재세대가 해결해야 할 '숙명적 과제'라는 인식으로 풀이된다.

고용환경 악화에 대처하는 정부 정책이 미숙했다는 점도 지적됐다. 다만 문재인정부의 잘못된 경제정책이라는 답변과 과거정부의 잘못된 경제정책이란 응답으로 엇비슷하게 나눠졌다. 아울러 보호무역주의 확산 등 대외불확실성이 커진 점도 한 요인으로 손꼽혔다.


◆"고용악화, 구조적 문제" 26.2% = 내일신문이 여론조사기관 디오피니언과 공동조사한 경제전문가 대상 여론조사 결과를 보면, 경제전문가 가운데 26.2%가 "일자리 환경 악화의 주요 원인은 구조적 요인"이라고 응답했다. 과학기술의 발달이 오히려 사람의 일자리를 대신하고, 구조적 위기를 맞은 한국의 제조업을 메울 신성장동력 발굴이 제대로 안되면서 고용지표가 악화되고 있다는 판단이다.

정부 정책의 잘못을 지적하는 응답도 적지 않았다. '문재인정부의 잘못된 경제정책 탓'이라는 응답률이 근소하게 높았지만 '과거정부 잘못'이라는 대답과 오차범위 이내였다. 과거 9년간 보수정권이 집권하는 동안 70~80년대식 '수출대기업 중심 경제정책'을 유지하면서 글로벌시장의 새로운 변화에 제때 대응하지 못했다는 지적으로 받아들여진다. 경제전문가들의 25.4%는 '현 정부 경제정책 잘못'을 손꼽았고, 23.5%는 '과거정부 탓'이라고 판단했다. 이밖에 '보호 무역주의 확산 등 대외불확실성' 때문이란 대답도 15.0%로 제법 많이 나왔다.


구조적 요인을 주원인으로 꼽은 응답자 가운데는 교수(34.1%)나 대학연구원(33.7%), 진보성향(33.3%)이 많았다. 직업 특성 등을 반영하고 있는 것으로 읽힌다. 경제연구소(34.8%)와 시민단체/국회예산정책처(35.7%)의 응답자들은 '과거정부의 잘못'이라는 의견이 가장 많았다. 현정부 잘못이라는 대답은 교수(31.9%) 보수성향(56.8%) 60세 이상(56.3%)에서 특히 많았다. 응답자의 정치성향이 일부 반영된 것으로 풀이된다.

◆전문가그룹이 '더 센 종부세' 요구 = 정부의 종합부동산세 인상안에 대해 경제전문가들은 강한 지지를 보내고 있었다. 오히려 '정부안보다 더 강력한 처방'을 요구하는 목소리가 높았다. 내일신문의 10월 정기여론조사의 일반 국민 응답과 비교하면 '종부세 인상 지지 의견'이 훨씬 많았다. 정부가 9.13 주택시장안정화대책을 통해 종부세 인상안을 발표한 뒤 언론을 통해 제기된 '부작용 우려 논란'이 실제 여론과는 동떨어져 있음을 보여주는 대목이다.

경제전문가들은 종부세 인상에 대해 60.8%가 동의의견을 냈다. 현행 종부세 세제를 유지하거나 세율을 낮춰야 한다는 응답(36.2%)의 2배에 가까운 수치다. 특히 35.0%는 "정부안보다 더 인상해야 한다"는 의견을 냈다. 전문가 3명 중 1명 꼴로 정부의 종부세 강화안이 오히려 '미흡'하다고 보고 있는 셈이다. 25.8%는 '정부 발표대로 인상해야 한다'는 의견을 냈다.

반면 26.5%는 현 수준을 유지할 것에 동의했고, 9.6%는 종부세를 낮춰야 한다고 답했다.

주목할만한 점은 전문가들의 '종부세 인상 의견'이 국민들보다 더 높았다는 점이다. 거의 같은 시기에 조사된 내일신문 10월 정례조사에서는 종부세 인상 의견이 46.6%였다. 전문가그룹이 14.2%가 더 높다. 또 일반조사에서 26.1%였던 '정부안보다 더 인상해야 한다'는 응답이 전문가그룹에서는 35.0%로 크게 상승했다. '정부안대로 인상해야 한다'는 대답 역시 전문가그룹에서 약 5%가 더 많이 나왔다.

안부근 디오피니언 대표는 "경제전문가들의 다수는 조세형평성이나 부동산시장 안정을 도모하기에는 현재의 정부안으로는 미흡하다고 판단하고 있는 것"으로 풀이했다.


[어떻게 조사했나]
내일신문 창간 25주년 경제전문가조사는 본지가 어젠다로 설정한 '평화와 번영'이라는 주제 아래 문재인정부 출범 이후 남북/북미 관계 정상화가 우리 경제에 미치는 영향과 J노믹스 성공 여부, 소득주도 성장정책 폐기 관련 의견, 집값 상승에 대한 우려와 금리 인상 필요성 등 우리 경제의 현황을 짚어보기 위해 기획했다. 내일신문이 설문지를 설계하되 여론조사는 여론조사 전문기관인 디오피니언이 맡아 진행했다. 경제정책의 특성상 평가자는 경제전문가로 한정했다.

여론조사는 재정학회 한국개발연구원(KDI) 경제정의실천시민연합 국회예산정책처 경제연구소 대학 등의 교수 및 연구자 260명을 대상으로 10월 4~5일 이틀간 유선전화면접조사 방식으로 진행했다.

응답자 260명은 연구원이 118명(45.4%)로 가장 많았고 교수 91명(35.0%), 금융인 30명(11.5%), 행정직 18명(6.9%), 기타 3명(1.2%) 순이다. 근무처로는 대학이 36.1%로 가장 비중이 높았고 KDI 29.0%, 경제연구소 18.0%, 은행 증권 보험사 9.8%, 경실련 국회예산정책처 5.5%, 재정학회 1.6% 등이다.

정치성향으로는 중도를 표방하는 전문가들이 163명로 62.7%를 차지했고, 진보 57명 21.9%, 보수 37명 14.2%, 모름/무응답 3명 1.2%로 나타났다. 표본오차는 95% 신뢰수준에서 ±5.9%p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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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홍식 기자 king@n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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