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북교류협력법·대북제재 위반 우려

윤재옥 의원, 행안부 국감에서 지적

지자체 내부도 "북측 당황스러워해"

남북교류 사업에 대한 지자체들의 기대가 어느 때보다 높다. 민선 7기 들어 광역지자체가 추진하겠다고 발표한 남북교류사업만 50개가 넘는다. 3차 남북정상회담과 10.4 남북공동선언 11주년 기념식 이후 조성된 평화 분위기가 만들어낸 현상이다. 하지만 야당 등 일각에서는 무분별한 사업제안이 대북제재 위반 등 국제적 문제를 불러올 수 있다고 우려한다. 사업중복으로 효율성이 떨어질 수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국회 행정안전위원회 소속 윤재옥 자유한국당 의원은 10일 행정안전부를 대상으로 한 국정감사에서 이 같은 문제를 지적하고 정부 차원의 대책을 요구했다. 윤 의원은 "각 시도가 추진하겠다고 발표한 사업이 확인할 수도 없을 만큼 쏟아지고 있다"며 "여전히 대북제제라는 문제가 남아있는 민감한 상황에서 지자체들이 대북교류사업을 원칙을 세워 신중히 추진할 수 있도록 정부차원의 대책이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윤 의원이 각 시도를 통해 확인한 대북교류사업 계획은 이미 9개 지자체에서 50개가 넘는다. 주요 사업을 보면 서울시는 대동강 수질개선 협력과 내년 전국체전 북한 참여 등을 제안했고, 인천은 북한예술단 남측공연 '가을이 왔다' 송도 유치와 한강하구 모래 공동이용 등을 요청했다. 강원도는 2021년 동계아시안게임 동공유치와 양양-북한 남북공동 발굴을, 경기도는 옥류관 남측 분점을, 대전은 남북간 과학기술 교류를 추진하고 나섰다. 이 밖에도 충북은 청주국제공항 북한 관문공항 지정과 경제림 육성을 위한 조림용 묘목지원 사업을, 경남은 남북공동 수산교류단 구성과 경제인방북단 구성을, 부산은 남북 영화인 교류와 공동영화제를 각각 구상하고 있다. 이재명 경기지사와 이용섭 광주시장은 남북교류사업 구체화를 위한 방북 의사를 북측에 전달하기도 했다.

윤 의원은 이처럼 지자체들이 경쟁적으로 내놓은 교류사업 계획이 현행법상 불가능하다는 점을 지적하고 나섰다. 윤 의원은 "현행 남북교류협력법 상 지자체가 주체가 될 수 있는지를 두고 해석 상 논란이 생길 가능성이 높기 때문에 여당에서도 지자체를 남북교류 대상에 포함하는 개정안을 제출(5월 28일, 김경협 의원 대표발의)한 것 아니겠느냐"며 "지자체들의 무분별한 대북교류 사업이 현행법 위반 논란을 불러올 수 있는 만큼 시도지사협의회를 열어서라도 심도있게 논의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이 같은 문제는 지자체 내부에서도 조심스럽게 제기되고 있다. 10.4 방북단에 참가한 이병훈 광주시 문화경제부시장은 "남측이나 북측 모두 (지자체간 남북교류에) 준비가 덜 됐다는 느낌을 받았다"며 "특히 북측이 남측의 다양한 교류 요청에 당황해하고 있는 것 같았다"고 말했다. 이 부시장은 이어 "지자체 요구가 높은 문화예술과 경제협력 분야 교류를 위해서 창구 일원화가 필요한데 이에 대한 정리가 안 돼 있다"고 우려하기도 했다.

대북제제 위반 가능성도 제기됐다. 윤병옥 의원은 "정부 차원에서 추진한 사업도 번번이 제재위반 여부를 우려해야 하는 아슬아슬한 상황이 지속되고 있는데 전혀 검증되지 않은 지자체 대북교류 사업에 대해 정부 차원에서 최소한의 점검은 해야 하는 것 아니냐"고 목소리를 높였다.

실제 그동안 정부가 추진해온 남북교류사업도 번번이 UN의 대북제재 위반 논란이 있었다. 가깝게는 10.4 남북공동선언 기념식 때 남북협력기금을 통해 2억8000만원을 북한에 현금으로 지급한 것이, 앞서서는 이산가족 상봉 때 소요된 식비 등을 현금으로 지급한 것이 논란의 대상이 됐다. 2월 평창 올림픽 때 북한 선수단을 지원한 문제도 마찬가지였다.

이 같은 지적에 대해 김부겸 행안부 장관은 "남북교류사업을 진행하고자 하는 지자체의 의지에 찬물을 끼얹을 수는 없다"면서도 "다만 지자체간 중복되는 사업이나 두서없이 진행되는 것을 막기 위해 지자체들의 의견을 수렴하겠다"고 답했다.

김신일 기자 ddhn21@n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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