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대영 서울 무학여고 교장

교육현장에서 아이들을 위한 일이라면 물불가리지 않는 열정적인 선생님을 만나는 일은 행복한 일이다. 아이들을 돌보는 사람들에게 기본적으로 필요한 것은 아이들을 대하는 일이 즐겁고 행복하며 축복받는 일이라는 마음이다. 아이들을 변화시켜서 세상을 바꾸는 일에 종사한다는 것은 단순한 직업이 아니라 천직이다.

학교복지사라는 말이 생경하게 들릴 수도 있다. 모든 학교에 배치되어 있지 않기 때문이다. 최 선생과의 인연을 통해 필자가 모든 학교에 꼭 있었으면 싶은 존재가 바로 학교복지사다.

맞춤형 해결사, 슈퍼우먼 최 선생

최 선생은 열정이 넘쳐난다. 피아노 치는 학교복지사이기도 한 그녀는 아이들에게 필요한 도움을 줄 수 있는 단체와 개인들을 누구보다 잘 알고 있다. 직접 발로 뛰면서 아이들 개개인이 필요로 하는 사항을 맞춤형으로 해결해주는 학교 현장의 해결사이다. 한마디로 슈퍼우먼이다. 그런 분과 같이 근무하면 아이들과 선생님들 모두 행복할 것이라는 확신이 든다. 담임 선생님이 해결 못하는 학생의 어려움도 가정방문, 대화, 교감 등을 통해 해결 방안을 찾아낸다. 그녀가 근무하는 학교에서는 여러 명의 학생들이 아침 식사를 제공받는다. 열매재단 등을 통한 아침 식사 제공을 교육적으로 운영함으로써 아이가 학교생활에 긍정적으로 적응하도록 하는 역할을 하고 있다. 열정과 정성으로 아이들에게 꿈과 용기를 찾아주고 끌어주는 그녀에게서 참 스승의 모습을 확인하게 된다.

'교육은 돌봄'이라고 생각하는 필자에게 학교복지사의 활동은 감동 그 자체다. 최 선생을 통해 학교 복지에 대한 생각도 많이 바뀌었다. 국가나 지방자치단체가 예산을 들여서 펼치는 복지정책들은 선별적 복지니 보편적 복지냐를 놓고 늘 갈등을 빚는다. 하지만 최 선생의 활동을 들여다보면 다 부질없는 논쟁임을 알게 된다. 지원할 내용과 상황에 따라 적합한 복지단체와 장학단체, 기업체 그리고 개인 등을 찾아가 아이들에게 필요한 결과물을 만들어 낸다.

예산 집행을 목적으로 하는 일반 복지행정과는 전혀 차원이 다르다. 특히 아이들과 적극 소통하고 그들의 어려움과 처한 상황을 파악해 지원 대책을 세워서 적극적으로 해결하는 노력을 한다. 아이들의 상담사 역할까지 하고 있는 것이다.

학교복지사는 학교 내에서 복지 사각지대에 놓인 학생들의 고민을 들어 주고 어려움을 해결해주는 역할을 한다. 이 때문에 교사와 학생들이 그녀를 응원한다. 이제는 모든 학교에 최 선생과 같은 학교복지사의 배치가 필요한 시점이다. 그녀에게 보낸 어느 학생의 손 편지를 보아도 학교복지사 역할이 얼마나 중요한지 알 수 있다. "학교 다닐 때 우등생이었던 선생님들은 우리가 지각 하는 것도, 공부를 못하는 것도, 말을 듣지 않는 것도 사실 이해를 못하는 것 같아요. 선생님 대부분이 입시 위주로 우리를 끌고 가는데 복지실 선생님은 밥 먹으며 이야기하고, 힘들어 하면 어디선가 나타나 문제 해결해 주니 고마워요. 복지실에 오면 힘이 나고 웃음이 끊이질 않아요. 고등학교 3학년 1년만이라도 함께해서 얼마나 감사한지 몰라요. 수능 끝나고 밥 먹으러 올게요. 아침 식사는 한없는 사랑이에요."

학교복지사 확대가 필요한 시점

그녀에게서는 아이들을 사랑하는 마음과 끝을 알 수 없는 열정이 샘물처럼 솟아난다. 최소한의 보살핌이 아닌 생각을 뛰어넘는 해결의지와 능력으로 아이들 곁을 지키고 있다. 상담사의 역할까지도 하고 있는 최 선생과 같은 학교복지사들이 모든 학교에 배치돼 아이들을 열성으로 돌본다면 감히 누가 교육계를 얕잡아 볼까. 자신의 유불리나 따지고 출퇴근 시간과 공정의 논리에만 갇혀있는 직업인으로 인식되는 순간 우리 교육계의 앞날은 결코 밝지 못할 것이다.

어려서부터 일관된 장래 희망이 학교 선생이었던 필자에게는 '가르치는 자는 배움을 게을리 하지 않는다.'라는 경구가 늘 마음 한 가운데 자리하고 있다. 사람을 기르는 일에 종사하는 우리 교육자들에게는 학문적인 배움도 중요하려니와 아이들을 이해하고 그들이 가고자 하는 방향으로 제대로 안내하며 필요한 도움을 적극적으로 찾아 주려는 자세 또한 필요하다.

이대영 서울 무학여고 교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