밀입국 국경위기 대처 놓고 갈등 … 미 언론 "트럼프, 볼턴 편들어"

트럼프 백악관에서 존 켈리 비서실장과 존 볼턴 국가안보보좌관이 국경위기 대처를 둘러싸고 모욕적인 언사와 고성을 지르며 설전을 벌여 심각한 내분양상을 보여주고 있다.

볼턴 안보보좌관이 밀입국자 급증으로 미국-멕시코 국경의 혼란과 위기가 재현되자 국토안보부 장관을 비판한데 대해 그녀를 천거한 켈리 비서실장이 반박하며 격한 설전을 벌인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11월 6일 중간선거를 3주도 채 남겨두지 않은 시점에서 트럼프 백악관 내분이 수면위로 떠오른 것이다.

백악관 내부에서 켈리 비서실장과 볼턴 국가안보보좌관이 18일(현지시간) 다른 직원들이 모두 들을 수 있을 정도의 고성을 지르고 서로 모욕적인 언사까지 하며 격렬한 설전을 벌였다고 블룸버그 통신이 보도했다.

CNN, 블룸버그 등 미 언론에 따르면 두 사람은 이날 백악관 웨스트윙(집무동)에 있는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의 집무실인 오벌오피스 밖에서 다퉜다.

백악관 관리들은 켈리 비서실장과 볼턴 안보보좌관이 모욕적인 말도 서슴지 않고 큰 소리를 지르며 너무나 격렬한 설전을 벌이는 바람에 둘 중 한명은 즉각 사표를 내던질 것으로 생각될 정도였다고 토로했다.

CNN은 "두 사람의 고성에 웨스트윙에 있던 여러 직원이 깜짝 놀랐다"고 전했다.

한 직원은 "두 사람의 고조된 목소리는 분명 트럼프 행정부의 열띤 논의를 훨씬 뛰어넘는 것이었다"고 말했다.

두사람의 설전은 온두라스 출신 캐러번 행렬 4000명 이상이 멕시코와 과테말라를 거쳐 미국국경으로 몰려오고 있어 국경위기가 가시화되자 이에 어떻게 대처할지를 놓고 벌어진 것으로 나타났다.

볼턴 보좌관은 키리스티엔 닐슨 국토안보부 장관이 이를 제대로 통제하지 못해 국경위기가 재현되고 있다고 강하게 성토한 것으로 백악관 관리들은 전했다. 이에 대해 자신의 부장관 출신으로 후임 국토안보부 장관에 천거했던 켈리 백악관 비서실장은 강력히 반박하며 닐슨 장관을 엄호해준 것으로 보인다.

닐슨 장관은 트럼프 정부 출범 후 초대 국토안보부 장관을 역임하다가 지난해 7월 말 백악관으로 옮긴 켈리 실장의 최측근으로 통한다.

그러나 지난 5월 각료회의에서 트럼프 대통령이 직접 멕시코 국경에서 이민봉쇄 정책이 효과가 없다고 분통을 터뜨렸을 만큼 이민정책 탓에 여러차례 백악관과 불화를 빚었다. 그는 당시에 사직서까지 썼으나 제출하진 않았던 것으로 알려졌다.

트럼프 대통령은 두사람간의 말싸움을 모르는 척 하는 모습이었으나 실제로는 볼턴 보좌관의 손을 들어주고 있다고 블룸버그 통신은 전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온두라스 출신 캐러번 등 이민자들이 발길을 돌리지 않으면 미국-멕시코 국경에 군병력을 동원해 가로 막을 수 있다고 경고했다.

이는 볼턴 보좌관 등 백악관내 강경파들의 해법이기 때문에 트럼프 대통령이 볼턴 편에 섰다는 관측을 낳고 있다.

이 때문에 켈리 비서실장이 다시 사임을 심사숙고하게 될 것이라는 예측이 또한번 제기되고 있다.

켈리 비서실장은 트럼프 행정부의 초대 국토안보부 장관으로 일하다가 백악관 비서실장으로 옮긴 후 내부 질서회복에 성공한 것으로 평가받았으나 그동안 수차례 트럼프 대통령이나 강경파들과의 의견차이로 경질 또는 사임설이 나돈바 있다.

워싱턴=한면택 특파원 hanmt@naeil.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