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천구 청년기금 제도화

유성훈 구청장 '청청돌봄'

서울 금천구가 청년 특히 사회적 활동에 소극적인 청년들의 지연 확대에 나선다. 출신 지역이 아닌 살고 활동하는 지역 즉 사회적 관계망 속에서 맺은 인연을 뜻한다. 취업 주거 등 다양한 문제로 고민하는 청년들에 비빌 언덕이 되고 각종 정보와 자원을 연계, 지역사회에서 자리매김하도록 돕는다는 취지다.

지난 18일 저녁 서울 독산동 '청춘삘딩'에서 여러 구상이 나왔다. 청년들이 능력을 개발하고 자립기반을 형성하도록 다양한 활동을 지원하는 이 공간 3층 공유식당에서 유성훈 금천구청장과 지역에서 활발하게 활동하고 있는 청년 12명이 뭉쳤다.

유성훈 금천구청장이 지역 청년들과 함께 밥상머리 수다로 청년문제 해법을 모색하고 있다. 사진 금천구 제공


혼밥족 1인 가구에 공간(垈)을 빌려준다(貸)는 뜻에서 대대식당이라 이름붙인 공유식당에서 청년들은 목요일 저녁마다 식재료 준비부터 요리 식사를 함께 하면서 관계망을 키워간다. 패스트푸드 중심인 식단을 건강하게 바꿔가는 의미도 있다.

김희정 청춘삘딩 센터장을 비롯해 임슬기·박승준씨 등 공간과 지역 청년들 매개 역할을 하는 공간매니저 등이 구청장과의 밥상머리 수다에 시간을 냈다. 사회주택 입주자 김정우씨, 박석준 꿈지락네트워크 대표 등 대대식당에서 연을 맺고 활동하는 이들이다. 청년들 이야기를 듣고 정책화하기 위해 유 구청장 외에 김종덕 정책보좌관, 김현신 협치조정관, 김현정 지역혁신과장, 노향숙 청년동행팀장 등 금천구 공무원들도 자리를 함께 했다.

버섯불고기 전골을 앞에 두고 자신 있는 요리부터 주거 학습공동체 창업까지 이야기는 물 흐르듯 이어졌다. 혼밥에서 공유밥상으로 식탁을 바꾼 청년들인 만큼 대대식당 자체도 화젯거리였다. 김현정 과장이 "정대윤 매니저가 목요일마다 인근 남문시장에서 장을 보면서 '큰 손'이 됐다"고 운을 떼자 정 매니저는 "상인들이 거기는 도대체 뭐하는 곳이냐고 궁금해한다"고 맞받는다.

청춘삘딩을 찾은 청년들은 책을 읽거나 모임을 한 뒤 자연스레 공유주방으로 향하는 건 물론 끼니 준비할 시간이 부족한 주부들 문의도 잇따른다. 1인 가구가 모두 챙기기 어려운 조미료를 공유공간도 인기다. 김희정 센터장은 "밥상을 공유하기 꺼리는 청년들을 위해 남은 재료를 조금씩 나눠 공유 냉장고에 보관, 자유롭게 활용하도록 하고 있다"며 "(공유식당은) 사업비용이 크지 않은 반면 효과는 크다"고 자신했다.

청년 사회주택과 구에서 기업인 예술인 노동자를 위해 조성한 G밸리하우스 입주자를 중심으로 주거비 부담과 주민들 편견, 입주자 공동체 활동의 어려움을 호소했다. 이한나 책공장 대표는 "(주민들이 우려하는) 빈민청년의 정의가 뭐냐"며 "젊은 사람이 많으면 도시 분위기는 더 좋아질텐데"라고 아쉬워했다.

박석준 꿈자락네트워크 대표는 "정부에서 창업지원을 받아도 상가 보증금으로 사용할 수 없어 어려움이 크다"며 "사무실을 날린 적도 있다"고 털어놨다. 유성훈 구청장은 "금천구청역사를 개발하면서 상부에 50~80세대 가량 청년주택을 조성할 계획"이라고 답변했다.

공공의 지원은 느리지만 실질적인 변화로 이어진다. 오진선 매니저는 "전형적인 '집순이'였는데 대대식당을 이용하면서 '내가 아는 사람이 이렇게 많았나' 싶을 정도"라며 "지연이 생기긴 한다"고 의미를 부여했다.

박성경 소정당협동조합 대표는 "지난해부터 공간과 활동에 대한 준비를 해오던 청년들이 청춘삘딩을 만나면서 판을 키웠다"며 "다만 청년들도 뻔한 요구가 아닌 정책 제안을 하려면 준비가 필요하다"고 조언했다. 곽승희 청년 정치인은 "주민들 목소리 들으려는 장치는 많은데 평일 낮에 주민총회를 하는 등 청년들이 실제 목소리를 내기는 어렵다"며 "일회성에 그치지 않고 지속가능하게 자리를 마련했으면 한다"고 말했다.

금천구는 내년부터 청년을 위한 종잣돈 청년기금을 조성해 청년들이 제안하는 정책과 사업을 추진할 예정이다. 유성훈 구청장은 "청년이 청년문제를 고민하고 풀어가는 청청돌봄도 노노(老老)돌봄만큼 중요하다"며 "청년기금에 재단 등 조직이 더해지면 장기화·제도화될 것"이라고 강조했다. 그는 "금천구는 1인 가구와 활동 공간, G밸리와 연계한 창업기지에 대한 요구가 많다"며 "청년들에 동기를 얻고 그간 조직 중심으로 움직이던 걸 네트워크로 엮어 금천만의 청년정책을 만들어가겠다"고 덧붙였다.

김진명 기자 jmkim@n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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