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방이양일괄법 제정안 국무회의 의결

19개 부처 571개 국가사무 일괄 이양

인력·재정 문제 다룰 비용평가위 설치

횡단보도나 보행자 전용도로 설치, 주차금지 장소 지정, 서행 또는 일시정지 장소 지정 권한이 경찰청에서 특·광역시와 시·군으로 이양된다. 그동안 도로 유지관리는 지자체로, 교통안전 관리는 경찰청으로 이원화돼 있었다.

전국 60개 항만 중 35개에 달하는 지방관리 무역·연안항의 항만 관련 사무도 시·도로 넘어간다. 항만에 대한 개발 권한과 관리 권한이 대상이다. 이번 항만법 개정으로 항만시설 신설과 증·개축, 사용료 징수 등 무려 41개 사무가 지자체로 넘어간다.

행정안전부는 23일 국무회의에서 이 같은 내용의 '중앙행정권한 및 사무 등의 지방 일괄 이양을 위한 물가안정에 관한 법률 등 66개 법률 일부개정법률안'(지방이양일괄법)이 통과됐다고 밝혔다.

지방이양일괄법은 국가가 갖고 있는 권한·사무를 지방으로 이관하기 위해 개정이 필요한 법률들을 하나의 법률에 모아 동시에 개정하는 것이다. 이번 법률이 제정되면 무려 19개 부처 소관 66개 법률이 한꺼번에 개정되고, 이를 통해 571개 국가사무가 일괄해 지방으로 이관된다.

지방이양일괄법은 2004년 정부입법으로 처음 제정이 추진됐지만 국회 소관 상임위원회 지정 문제 때문에 국회 접수조차 하지 못하고 있었다. 사무이관을 꺼리던 정부부처의 저항도 컸다. 하지만 문재인정부가 이 법률 제정을 국정과제에 포함시키면서 다시 힘을 받기 시작했고, 지난 5월 18일 여·야 대표가 법안을 국회 운영위원회에서 심의하기로 전격 합의하면서 법안 제정이 급물살을 타게 됐다. 여·야는 정부입법으로 이 법안 제정을 추진하는 것도 합의했다.


이 법안은 대통령 소속 자치분권위원회가 의결해 초안을 확정한 후 행안부와 법제처, 해당 부처, 지자체 등 관계기관 의견조회를 모두 거쳐 마련됐다. 당초 자치분권위원회가 마련한 초안에는 518개 사무가 포함돼 있었는데, 논의 과정에서 52개 많은 571개로 늘어났다.

이번 지방이양일괄법 제정이 특히 의미를 갖는 것은 사무이양에 따른 인력·예산 지원 대책이 포함됐다는 점이다. 이 법안에는 자치분권위원회 산하에 지방이양비용평가위원회를 설치해 이양사무 수행에 필요한 인력과 비용을 산정하고 예산지원 방안도 마련하도록 했다. 그동안 지자체에서는 중앙정부가 사무만 이관하고 인력과 재정은 주지 않아 오히려 지방 부담만 가중된다며 문제를 제기해왔는데, 비용평가위는 이 같은 고민을 들어주는 역할을 한다.

법안에 담긴 이관 사무는 부처별로 보면 해양수산부가 7개 법률 135개, 국토교통부가 12개 법률 120개로 세 자리 숫자다. 환경부(72개) 여성가족부(51개) 산림청(33개)이 뒤를 잇는다. 고용노동부(27개) 문화체육관광부(26개) 산업자원부(22개) 행안부(20개) 교육부·복지부(각 15개) 중소벤처기업부·경찰청(각 11개)도 두 자리 숫자다. 기획재정부 식품의약품안전처 과학기술정보통신부 농림축산식품부도 각각 1~4개 사무가 포함됐다.

행정안전부는 이날 국무회의에서 의결된 법안을 국회에 제출한다. 국회 운영위원회 심의를 거쳐 연내 제정하는 것이 목표다. 법이 제정되면 시행령·시행규칙 등 법령 정비와 자료이관, 정보공유 등 사무이양에 따른 사전준비를 위해 1년의 시행 유예기간을 둘 예정이다.

김부겸 행안부 장관은 "지방이양일괄법은 기존 개별법률 중심의 이양방식을 획기적으로 바꿔 지방권한 확대의 새로운 전기를 마련하게 된다"며 "대량의 사무가 일시에 이양되는 만큼 충분한 인력·재정 지원이 이뤄지도록 해 지자체들이 원활하게 사무를 이행하도록 돕겠다"고 말했다. 김 장관은 또 "이번 법률 제정에 그치지 않고 앞으로 2차, 3차의 지방이양일괄법 제정을 추진해 자치분권이 보다 신속하게 이뤄지도록 돕겠다"고 덧붙였다.

김신일 기자 ddhn21@n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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