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유럽·러시아·브라질에선 가속주행, 중국·인도에선 역주행

현대차 중국 상용차공장, 잉여시설 80% … 대책마련 시급

현대자동차 글로벌 판매가 지역별로 큰 편차를 보이는 것으로 나타났다. 서유럽과 러시아, 브라질 등지에선 호조를 보인 반면 중국과 인도에서는 고전을 면치 못하고 있다.

현대차는 올 3분기 전세계 시장에서 110만7000대를 판매해 지난해 같은 기간 111만9000대보다 1.0% 감소했다. 그러나 중국시장을 제외할 경우 92만8000대로 오히려 전년 동기대비 0.1% 증가한 것으로 파악됐다.


올 3분기 지역별 판매를 보면 중국은 17만7000대로 전년 동기 18만9000대보다 6.2% 줄었다. 인도도 12만9000대 판매에 그쳐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2.7% 감소했다. 국내 내수시장에선 17만1000대로 1.4% 감소한 것으로 집계됐다.

이에 비해 서유럽에서는 13만3000대를 팔아 5.2% 증가했고, 러시아와 브라질에선 각각 8.5%(4만5000대), 4.1%(5만1000대) 증가율을 보였다. 미국에선 16만7000대로 0.8% 늘었다.

이러한 판매추이는 지난해에도 비슷했다. 현대차는 중국에 1~5공장을 보유, 165만대의 생산능력을 구축했으나 공장판매 실적이 78만5000대에 그쳤다. 사실상 공장가동률이 47.6% 수준이었던 것으로 추정되는 부분이다.

현대차 중국공장에선 위에둥(HD/ID), 위에둥EV, 링동(AD), 쏘나타(LF), 쏘나타 HEV, ix25, 투싼(TL), 싼타페(DM), 위에나(YC) 등을 생산한다.

특히 쓰촨에 있는 현대차 상용차공장은 16만대 생산능력을 갖췄으나 지난해 판매대수가 2만8800대에 불과했다. 공장 80% 이상이 잉여시설로 전락한 셈이다.

89만대 생산능력을 지닌 기아차 중국공장도 지난해 36만대 판매에 그쳐 공장가동률이 40%대 초반에 머물렀다.

다른 지역 현대차 해외공장은 판매실적이 생산능력을 웃도는 사례가 많았다. 인도공장은 65만대 생산규모에 68만대, 체코공장은 33만대 생산규모에 36만대, 러시아와 터키공장은 20만대 생산규모에 각각 23만대, 22만대를 판매했다. 18만대 생산시설을 갖춘 브라질공장에서도 18만2000대를 판매해 100% 이상 공장가동률을 기록했다.

미국공장은 37만대 생산시설 중 33만대를 판매했다.

이처럼 현대·기아차의 경영악화 주원인은 중국시장에서 비롯된 것으로 분석돼 대책마련이 요구된다.

삼성증권 관계자는 "중국 토종업체들이 압도적인 가성비를 앞세워 현대·기아차가 확보했던 고객들을 낚아챘다"면서 "신차 출시와 가격정책 변화가 불가피하다"고 말했다.

이어 "현대차 4, 5공장과 기아차 3공장의 가동률 향상을 위해서는 라인업 재정비, 조인트벤처(JV)지분율 변화, 수출기지 활용 등 전략적 변화가 요구된다"고 제언했다.

이재호 기자 jhlee@n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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