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윤 서울대 의대 교수

일자리는 문재인 정부에서 가장 뼈아픈 문제이다. 문재인 대통령의 첫 업무지시가 일자리위원회를 설치하는 것이었을 정도로 의지를 보였지만 일자리는 크게 늘어나지 않고 있다. 시간 지난다고 일자리 사정이 좋아질 것 같지도 않다. 의료와 복지 분야는 다른 분야에 비해 인력이 많이 부족하고 정부가 의지만 있으면 일자리를 늘리기 좋은 분야이다.

의료와 복지 분야 일자리가 늘어나는 것은 세계적인 경향이다. 노인 인구가 늘어나고 의료와 돌봄이 필요한 사람이 점점 더 많아지기 때문이다. OECD 국가에서 전체 일자리 10개 중 한 개는 의료와 복지 분야 일자리이다. 하지만 우리나라의 의료와 복지 분야 일자리는 선진국의 절반 이하 수준이다. 의료와 복지 분야 일자리는 10개 중 0.4개에 불과하다. 만약 우리나라 복지 일자리를 OECD 국가 수준으로 늘리면 지금보다 약 170만개 일자리가 더 생긴다. 문재인 정부가 임기 5년 동안 약속한 공공부문 일자리 81만개의 2배가 넘는 수준이다.

우리나라 의료와 복지 분야 일자리는 선진국 절반 이하 수준

당연한 이야기지만 의료와 복지 분야 일자리를 늘리면 국민의 경제적 부담이 줄고 삶의 질이 크게 좋아진다. 가족이 입원하면 병실 구석에서 쪽잠을 자면서 간병을 하는 일은 모두에게 고역이다. 간병인을 따로 고용하면 대한민국 중산층이라도 경제적 부담이 만만치 않다. 병원에서 간호와 함께 간병도 해결해 주는 간호간병서비스가 도입되면 가족 모두 힘든 간병 노동이나 간병비 부담으로부터 해방될 수 있다. 당연히 삶의 질이 좋아진다.

병원에서 퇴원해도 거동이 불편하면 상당기간 가족들이 환자를 돌봐야 한다. 낮 동안 혼자 집에 있을 수 없는 노인을 맡아 돌봐주는 주간보호서비스나 간호사가 병원에 가기 어려운 환자를 집에 와서 치료해주는 방문간호서비스를 받을 수 있다면 얼마나 좋을까? 지금도 장기요양보험이 중증 노인환자나 치매환자에게 비슷한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다. 하지만 문제는 이 같은 혜택을 받을 수 있는 국민이 매우 적다는 것이다. 현재 장기요양보험 혜택은 노인에게만 적용되고 전체 노인 중에서 극히 일부인 8%밖에 혜택을 받지 못하고 있다.

이상하게 들릴지 모르지만 일자리를 늘리면 외국으로 빠져 나가는 돈을 줄이는 대신 내수를 늘릴 수 있다. 의료진이 부족하면 환자를 충분히 자주 보는 대신 검사를 더 많이 하게 된다. 부작용과 합병증이 생기면 그것을 진단하고 치료하기 위해서 더 많이 검사하고, 약을 쓰게 된다. 여전히 우리나라 병원에서 쓰는 값비싼 약과 장비, 재료는 대부분 외국에서 수입한다. 병원에 일자리를 늘려 환자에게 제대로 된 서비스를 하면 될 일을 인력은 적게 쓰는 대신 외국 회사에 비싼 약값 장비값 재료값으로 돈을 쓰고 있는 것이다. 일자리를 늘리는 데 돈을 쓰는 것이 훨씬 더 현명한 방식이다.

의료와 복지 분야 일자리를 늘려야 현대판 고려장이라고 불리는 요양병원과 요양시설에 장기입원을 막을 수 있다. 건강보험과 장기요양보험에서 거동이 불편해도 집에서 생활할 수 있는 주간보호, 방문간호, 방문요양 같은 서비스를 제공하면 요양병원과 요양시설 입원환자는 크게 줄어든다. 일찍 퇴원할 수 있고 입원하지 않아도 되는 환자가 늘어나기 때문이다. 고령사회에 맞게 건강보험과 장기요양보험 체계를 개편하려면 집에서 받을 수 있는 서비스는 늘려야 하고 이는 곧 일자리이다. 의료와 복지 분야 일자리를 늘려는 것이 고령사회에 대비한 투자이다.

간호간병서비스를 신속하게 확대해야

지지부진한 간호간병서비스를 신속하게 확대하고 병원 내 의료사고를 줄일 수 있도록 의료인력을 대폭 늘리자. 건강보험에서 부족한 의료인력을 늘릴 수 있도록 새로운 수가를 만들거나 기존 수가를 인상하면 된다. 장기요양보험의 적용대상과 보장성을 강화하면 불필요한 입원과 장기입원을 크게 줄이면서 일자리를 크게 늘릴 수 있다. 노인이 아니더라도 거동이 불편하면 장기요양보험 혜택을 받을 수 있도록 하고 집에서 받을 수 있는 서비스의 양과 종류를 대폭 늘려서 집에서 살 수 있도록 하자.

김윤 서울대 의대 교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