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임 제한 폐지법 상정에 장기집권 반대 목소리 커져

새마을금고 이사장의 연임 제한 규정을 폐지하는 법안이 상정돼 반발을 사고 있다. 금고 운영의 경험을 살려 전문성을 높이자는 취지이지만 사실상 '종신제 이사장'을 허용하는 법안으로 이사장의 장기집권에 따른 부작용을 낳을 수 있다는 비판이 제기된다.

21일 국회 의안정보시스템에 따르면 현재 각 금고별로 실시되는 이사장 선거를 동시선거 방식으로 바꾸고 비상근 이사장에 대해선 연임 제한 규정을 없애는 것을 골자로 하는 새마을금고법 개정안이 15일 국회 행정안전위원회에 상정됐다. 이 법안은 더불어민주당 오제세 의원이 대표발의했다.

현재 새마을금고 이사장의 임기는 4년으로 2차례 연임만 가능하다.

새마을금고 이사장에 대한 연임 제한 규정이 생긴 건 2007년이다. 당시 정부는 새마을금고법을 개정해 한차례만 연임이 가능하도록 했다. 이사장이 장기집권하면서 친인척을 편법 채용하고, 금고 운영을 사유화 하는 등 전횡을 일삼는 일이 많았기 때문이다.

하지만 2011년 새마을금고법이 다시 개정되면서 연임제한 횟수는 2차례로 완화됐다.

2번 연임할 경우 최대 12년까지 이사장직을 맡을 수 있다. 게다가 중임 제한 규정이 따로 없어 잠시 물러났다가 다시 이사장직에 오를 수도 있다. 실제 퇴임과 취임을 반복하며 수십년간 이사장을 하는 이들이 적지 않다.

오 의원이 발의한 개정안이 통과되면 연임 제한에 걸린 이사장이 물러날 필요 없이 비상근으로 전환해 계속해서 이사장직을 유지할 수 있는 길이 열리게 된다.

오제세 의원실 관계자는 "새마을금고 이사장 선거를 동시선거로 바꾸고 선관위에 위탁해 투명성과 효율성을 높이는 한편 비상근 이사장에 한해 연임 제한 규정을 없애 전문성을 살리자는 취지에서 개정안을 마련했다"고 설명했다.

하지만 새마을금고 업계에서는 이사장 동시선거 도입에 대해 동의하면서도 비상근 이사장 연임 제한 규정 폐지에 대해선 반발하고 있다.

업계 관계자는 "비상근 이사장의 연임 제한이 폐지되면 연임이 끝난 상근 이사장이 비상근으로 전환해 또다시 이사장을 하면 된다"며 "결국 제왕적 종신제 이사장을 탄생시킬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그렇지 않아도 새마을금고 이사장 중에는 전횡을 일삼고 도를 넘는 갑질을 하는 이들이 많은데 연임 제한이 폐지되면 이같은 일이 더 심해질 것"이라고 우려했다.

업계에서는 연임 제한에 걸린 이사장들이 법안 통과를 위해 강력하게 로비를 하고 있다는 이야기도 나온다. 2016년 6월말 기준 1314개 새마을금고 가운데 2회 재임 중인 이사장은 763명, 3회는 181명, 4회는 126명이었고, 5회 이상 이사장직을 하는 이들도 244명에 달했다. 상당수 이사장들이 수년 안에 연임 제한 규정을 적용받게 될 것으로 추산된다. 박차훈 새마을금고 중앙회 회장은 올 3월 비상근 이사장 연임 제한 폐지를 내걸고 이사장들의 지지를 받아 당선된 바 있다.

법을 개정해도 기존 연임 제한 규정에 걸린 이사장들에게 선거에 나갈 수 있는 기회를 주는 것일 뿐 결국 대의원 투표를 통해 결정된다는 게 오 의원실의 설명이다.

하지만 기득권을 갖고 있는 기존 이사장들이 선거에서 절대적으로 유리하다는 게 업계 관계자들의 얘기다. 이희동 전국새마을금고 노조 위원장은 "이사장이 기득권을 활용해 장기집권하게 되면 새롭게 이사장에 도전하는 사람에게 공평하게 경쟁할 기회마저 박탈하는 결과를 낳을 것"이라며 "이사장의 이해관계만 고려한 법 개정안은 즉각 폐기돼야 한다"고 주장했다.

오 의원은 "이사장의 금고 운영 경험과 전문성을 살릴 수 있도록 선거에 나갈 수 있는 기회를 제공하자는 취지에서 비상근에 한해 연임 제한을 폐지하려는 것"이라며 "이사장이 장기 집권하며 금고를 사유화하는 것에 대해선 반대한다"고 말했다.

구본홍 기자 bhkoo@naeil.com

구본홍 기자 기사 더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