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화시설 없는 정주 여건

전남 나주 빛가람혁신도시로 이전했던 공공기관 가족들이 턱없이 부족한 문화 및 여가시설 때문에 나주를 떠나고 있다. 더군다나 나주를 등지는 인구가 갈수록 늘고 있어 대책마련이 시급하다는 지적이다.

나주혁신도시가 문화 여가시설이 부족해 주민들이 떠나고 있다. 사진은 한전 등이 공사를 진행할 때 모습이다. 사진 나주시 제공

한국전력 등 15개 공공기관이 이전한 빛가람동은 오는 2020년까지 2만 세대, 인구 5만명이 목표다. 공공기관 이전과 함께 지난 2014년부터 아파트 등 주거단지 입주가 본격 시작됐다. 특히 공공기관 연관기업들이 속속 이전하면서 2014년 3895명에 불과했던 인구가 최근 1만2318세대, 3만411명으로 크게 증가했다. 여기에 정부가 추진하는 공공기관 2차 이전이 이뤄지면 인구가 큰 폭으로 늘어날 전망이다.

이처럼 빛가람동이 외형적으로 크게 성장했지만, 이곳을 떠나는 인구 또한 해마다 늘고 있다.

20일 나주시에 따르면 빛가람동 전출 인구가 2016년 2772명이며, 이중 광주·전남 이외 지역 전출이 942명이다. 2017년에는 전체 전출 3998명 중 타 지역이 1390명으로 크게 늘었다. 올해도 4621명 전출에 타 지역이 1487명으로 가파르게 증가했다.

정확한 통계는 없지만 타 지역 전출 중 상당수가 공공기관 가족으로 파악된다.

한전 연관기업 한 관계자는 "최근 들어 나주로 이사 왔던 공공기관 임직원 부인들이 다시 서울로 이사 가는 사례가 부쩍 늘었다"고 현지 분위기를 전했다. 나주 시민단체 한 관계자도 "타 지역 전출이 늘면서 이를 지적하는 목소리가 늘고 있다"고 걱정했다.

공공기관 임직원 가족이 나주를 떠나는 가장 큰 이유는 문화시설 등 정주여건이 턱없이 부족해서다. 골칫거리였던 교육여건은 유치원 4개, 초등학교 5개, 중학교 3개, 고등학교 2개 신설로 모양새를 갖췄다. 그렇지만 사교육에 의존하는 학부모를 붙잡기에는 여전히 미흡하다.

대형마트나 수영장 등도 전무하다. 최근 개관한 영화관도 100석과 150석 규모로 소형이다.

전남도와 나주시가 수영장과 여가시설 등을 갖춘 복합혁신센터(지하 2층, 지상 6층, 전체면적 2만여㎡)를 계획하고 있지만 예산이 없어 언제 개장할지 오리무중이다.

문화생활도 마찬가지다. 전남도와 나주시가 문화생활을 즐길 수 있도록 관광지 등을 방문하는 남도 문화탐방과 문화강좌 등을 수시로 운영하고 있지만 만족할만한 수준이 아니다. 이 때문에 빛가람동이 주말이면 텅텅 비었다는 지적이 줄기차게 나오고 있다.

이런 지적은 빛가람동 입주 때부터 나왔다.

광주전남연구원이 지난 2015년 '빛가람혁신도시 성장을 위한 광주전남 공동 협력과제'에서 교육·문화·여가시설 등의 확충이 시급하다고 지적했다.

그러나 전남도와 나주시가 공공기관 연관기업 유치에만 몰두하고, 정주여건에 소홀하면서 이른바 '나주 탈출현상'이 현실로 나타난 것이다.

윤영주 전남도 혁신도시지원단장 "혁신도시 임직원이 모두 7000여명인데 이중 고정근무가 3000여명, 전보 가능 인력이 4000여명"이라며 "교육과 교통이 여전히 큰 문제이지만 전보 가능 인력이 옮겨가는 현상으로 봐야 한다"고 반박했다.

방국진 기자 kjbang@n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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