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기침체에 대한 우려 부각

금융시장 변동성 크게 확대

미국 국채의 장단기 금리에 역전 현상에 이어 국내 채권의 장단기 금리차도 2년 만에 최소치로 축소됐다. 국채 금리 간의 역전 현상으로 경기침체에 대한 우려가 부각되면서 주식시장은 큰 폭의 하락을 보이는 등 금융시장 변동성이 크게 확대되고 있다.

◆10년·3년물 금리 역전 가능성 = 6일 금융투자협회에 따르면 전일 한국 국고채 3년물은 전 거래일보다 1.3bp(1bp=0.01%p) 내린 연 1.901%, 10년물은 4.4bp 하락한 연 2.058%로 마감했다. 10년물과 3년물의 금리 격차는 15.7bp로 줄었다. 이는 2016년 9월30일(15.1bp) 이후 2년2개월 만에 가장 격차가 줄어든 수준이다. 주초 미중 무역분쟁 협상 기대로 채권금리가 상승하기도 했지만 무역분쟁 불확실성이 계속되고 미국채 금리 하락과 장단기 금리차 축소에 따른 성장 둔화 우려 등으로 다시 하락한 것으로 분석된다.

국제금융센터에 따르면 5일(현지시간) 유럽 채권시장에서는 미국의 장단기 국채금리 차 등의 영향으로 독일의 10년물과 2년물 국채 금리 차는 17개월 만에 가장 낮은 수준으로 마감했다. 미국 채권시장은 부시 전 대통령 서거 관련 휴장이었다.

미국에서는 지난 4일(현지시각) 2년 국채 금리(2.7947%)가 5년 금리(2.7871%)를 상회하는 금리 역전이 발생했다.

공동락 대신증권 연구원은 "통상적으로 역전을 언급할 때 주로 활용되는 국채 10년물과 2년물 간의 금리 스프레드나 국채 10년물과 3개월 간의 금리 스프레드는 아직 역전을 나타내진 않고 있다"면서 "하지만 앞서 언급된 금리 역전이 심화될 경우 이들 구간 역시 역전될 가능성은 매우 높다"고 예상했다.

증권가 채권 전문가들은 국내 채권시장의 장단기 금리차 축소에 대해 내년 이후 경기부진에 대한 우려를 반영하고 있는 것으로 분석했다. 통상 채권금리는 단기물보다 장기물이 더 높지만 투자자들이 향후 경제 상황을 부정적으로 볼 때는 장단기 금리차가 줄어들고 심한 경우에는 역전 현상도 일어난다. 때문에 장단기 금리차 축소나 금리역전은 경기 후퇴의 '전조'로도 여겨진다.

김상훈 하이투자증권 연구원은 "한국의 경기동행지수와 선행지수 순환변동치는 각각 지난해 5월과 올해 1월 이후 계속해서 하락하고 선행지수 순환변동치는 올해 7월 이후 기준선마저 하회했다"며 "경기선행지수 구성항목 중 하나인 국고채 3년물과 10년물 장단기 금리차도 20bp수준까지 좁혀지고 있다"고 설명했다. 이어 선행지표의 둔화는 내년 한국 경제의 완만한 하강세를 의미한다고 강조했다.

◆글로벌 증시 약세 흐름 = 미국 국채의 장단기 금리 차 역전현상으로 글로벌 증시는 약세흐름을 지속하고 있다. 4일 뉴욕 증시가 3%대 폭락한 것도 채권시장이 보내는 경기 침체 경고음 때문이라는 분석이다. 국제금융센터는 "5일 미국 증시는 부시 전 대통령 서거 추도일로 휴장한 가운데 전세계 주식시장은 무역분쟁, 미국의 장단기 금리 차 역전에 따른 경기 우려 등이 반영되면서 약세 분위기가 우세했다"며 "유럽 스톡스 600 지수는 일부 미국 국채의 장단기 금리 차 역전으로 인한 경기하강 우려,미·중 무역마찰 불안 등이 반영되면서 하락했다"고 설명했다.

국내 주식시장도 사흘째 하락세를 이어가고 있다.

6일 오전 유가증권시장에서 전일대비 6.69p(0.32%) 내린 2094.62에서 출발한 코스피는 하락폭을 확대하며 오전 9시 40분 현재 2088.30으로 전일대비 13.01p(0.62%) 떨어진 채 거래되고 있다. 개인만 1244억원어치 사들이고 외국인과 기관은 1252억원, 기관은 22억원 순매도 중이다.

같은 시각 코스닥지수도 전날보다 6.46p(0.92%) 하락한채 거래되고 있다. 개인은 444억원 순매수 중이지만 외국인과 기관이 각각 254억원, 188억원 순매도하면서 하락폭을 키우고 있다.

김영숙 기자 kys@n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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