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년 이상 노후배관 교체 지적에도 방치

사고지역 인근 땅꺼짐 현상 원인 추정도

산자부·난방공사 사고 후 뒷북 점검 나서

경기 고양시 백석역 인근에서 4일 발생한 열수송관 파열 사고가 '예고된 인재'라는 목소리가 나온다. 1기 신도시들의 기반시설이 노후화해 언제든 사고가 발생할 수 있는데도 관계기관이 이를 방치해 왔다는 것이다.

5일 이현재 자유한국당 의원이 공개한 2014년 산업통상자원위원회 국정감사 자료에 따르면 당시 지역난방공사가 1997년 이전에 설치한 열배관(난방·온수 공급용 배관)에서 연결부 보온자재의 결함이 확인됐다. 당시 기준으로 1997년 이전에 설치한 열배관은 전체의 29%나 됐다. 실제 2007년부터 2014년까지 경기 고양·분당, 서울 강남 등에서 열배관 자체시설 사고 15건이 발생했는데 모두 1997년 이전에 설치된 배관에서 발생한 것이다. 이들 사고의 원인은 배관 연결부 보온자재의 방수 성능이 떨어져 외부 침투수가 유입되면서 배관에 부식이 생겼기 때문으로 분석됐다.


이처럼 20년 이상 된 배관에서 사고가 잇따랐고, 당시 국감에서도 지적됐는데 지역난방공사가 제대로 대응하지 못했다는 비판이 나온다. 이현재 의원은 "이미 오래 전부터 노후 배관 문제를 지적하고 교체하라고 지적했었다"며 "이번 사고는 사전에 충분히 막을 수 있었는데도 관계 기관이 이를 방치한 인재"라고 지적했다.

이번 사고가 최근 이 지역에서 발생한 땅꺼짐 현상의 원인일 수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실제 이번에 사고가 난 백석동 지역은 최근 여러 차례 땅꺼짐 사고가 발생한 곳이다. 지난해 2월 6일 이번 사고현장에서 수백m 떨어진 백석동 중앙로 도로에서 땅꺼짐 현상이 발생했고, 2016년 7월에는 백석동 인근 장항동에서 같은 현상이 발생했다. 장항동 땅꺼짐 사고 때는 60대 여성이 빠져 다친 바 있다. 2005년에는 이번 사고 지점과 가까운 인도에서 땅꺼짐 사고가 발생. 20대 남성이 빠졌다가 30분 만에 행인에게 발견돼 구조된 적도 있다.

땅꺼짐 현상의 원인이 주로 낡은 배관 침출수 때문에 생긴다는 점을 고려하면 이번 열수송관 파열 사고가 최근 인근에서 일어난 땅꺼짐 현상과 연관이 있을 것으로 추정된다. 열수송관은 압력관이어서 상·하수관과 차이가 있지만 땅꺼짐 현상의 원인이 난방공사의 배관 누수 때문일 가능성도 있다는 얘기다.

실제 경기도가 지난 2014~2016년 발생한 도로 땅꺼짐 현상 240건의 원인을 조사한 결과 4건 중 3건이 낡은 상·하수관 때문으로 분석됐다.

산업통상자원부도 노후 배관 문제를 알고 있었다. 산자부는 사고 다음날인 5일 재발방지 대책 자료를 통해 20년 이상 노후 열수송관 긴급·정밀 점검에 나서겠다고 밝혔다.

산자부 자료에 따르면 지역난방공사 열수송관 중 32%(686㎞, 두 줄)가 20년 이상 된 노후관이다. 산업부는 이날부터 1주일간 열화상진단 등을 통해 이들 노후 열수송관에 대한 긴급점검에 실시한다. 또 13일부터 한 달 동안은 정밀진단에 나선다. 산자부 관계자는 "내년 초까지 정밀진단 결과에 기반한 종합관리대책을 마련하고 위험예상구간에 대해서는 조기 교체공사를 시행토록 하겠다"고 말했다.

한편 이번 사고로 1명이 사망하고 41명이 부상을 입었다. 또 인근 아파트 4개 단지 2800여 가구와 건물·상가 17곳의 열공급이 중단됐다. 특히 이 날은 올해 겨울 들어 처음 한파주의보가 내려진 날이었다.

김신일 기자 ddhn21@n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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