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내 답방 무산 분위기 … "밀어붙일 상황 아냐"

'김정은 의지' 불구 북한내부 반대 분위기 반영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의 연내 답방이 힘들어지는 모양새다. '모든 가능성을 두고 준비하고 있다'던 청와대도 '재촉하지 않겠다'며 비켜 섰다. 김 위원장의 안전과 경호문제에 대한 확신, 북-미 관계정상화·평화체제 구축분야의 뚜렷한 진전이 없는 것에 대한 북한 내부의 이견이 반영된 결과로 보인다.
김정은 답방, 환영할까 반대할까 | 9일 서울 종로구 대학로 마로니에공원에서 서울 남북정상회담 환영 플래시몹이 펼쳐져 참가자들이 한반도기를 흔들며 환영하는 한편(왼쪽), 광화문 세종문화회관 앞에서 백두청산위원회 소속 회원들이 '북한 김정은 위원장 서울 방문을 환영한다'는 취지로 결성된 백두칭송위원회 청산을 요구하고 있다. 연합뉴스 임헌정 한종찬 기자


청와대 고위관계자는 10일 내일신문과 통화에서 "(북한이) 아직 확신이 없는 상황에서 우리가 억지로 밀어붙일 수 없는 상황"이라며 "북도 더 차분하게 고민하고, 우리도 만발의 준비를 하는 시간을 갖겠다"고 말했다. 청와대는 전날 김의겸 대변인 명의의 문자브리핑을 통해 "서울 정상회담에 대해 모든 가능성을 열어두고 준비해 왔지만, 현재로선 확정된 사실이 없다"며 "서울 방문은 여러 상황이 고려돼야 하는 만큼 서두르거나 재촉할 의사를 가지고 있지않다"고 밝혔다. 임종석 비서실장 주재의 현안점검회의를 마친 후 내놓은 입장이다. 내부적으로 김 위원장의 연내 답방이 어렵다고 판단한 것이라는 해석이 나왔다. 김 위원장 답방에 대한 북측의 대답을 기다릴 수 있는 마지노선에 도달했다는 뜻이기도 하다. 청와대 관계자는 "연내 방문에 대한 기대감이 워낙 높은 상황이라 북의 의사를 지켜보겠지만, (일정상으로는) 어렵다고 보는게 맞을 것"이라고 말했다.

김 위원장의 답방문제가 전면화된데는 문 대통령의 긍정적 전망이 크게 작용했다. 문 대통령은 G20 계기 순방기간 가진 기자간담회에서 "(김 위원장의 답방은) 가능성이 열려있다. 김 위원장에게 전달할 트럼프 대통령의 메시지가 있다"고 밝혔다. 문 대통령은 "트럼프 대통령이 '비핵화 문제를 함께 해결하고, 김 위원장이 원하는 바를 들어주겠다는 뜻을 전해달라"고 소개했다. 내년 1월 쯤으로 예상되는 2차 북미정상회담의 유리한 환경을 조성하기 위해 문 대통령의 중재채널을 활용하려는 뜻으로 읽혔다. 문 대통령도 김 위원장의 서울 답방을 계기로 2차 북미회담이 한반도 비핵화의 실질적인 로드맵을 만드는 기반을 조성하겠다는 기대감을 피력했다.

그러나 청와대의 이런 바람과 달리 북측에서 이렇다할 답을 내놓지 않고 연내 답방을 위한 물리적 시한을 넘겼다는 평가다.

청와대는 서울 답방에 필요한 경호·안전상의 확신이 서지 않은 점을 첫째 이유로 꼽았다. 청와대 고위관계자는 "북한 입장에선 분단 이후 처음이고, 70년만에 최고지도가 내려가는 문제인데 얼마나 고민이 많겠나"면서 "작은 것 하나라도 의구심이 해결되지 않으면 움직이기 어려울 것"이라고 말했다.

이와함께 1차 북미정상회담 이후 북미간에 가시적인 관계정상화 조치 등이 나타나지 않는 것에 대한 북한 내부의 불만이 반영된 것이라는 해석도 나온다. 북한은 6.12 싱가포르 회담 이후 미국과 합의한 4개항 가운데 비핵화와 유해봉환 등 북측이 이행해야 할 조치는 진행되는 방면, 관계정상화와 평화체제 구축 등 미국 등이 나서야 하는 사항은 진전이 없다는 불만을 표출해 왔다. 이런 연장선에서 북한 내부에서 진전된 조치가 나온 후 대화채널을 가동 해야 한다는 주장이 힘을 얻은 것 아니냐는 전망이 전문가들 사이에서 제기된다. 북한 내부를 설득할 가시적 조치가 필요하다는 것이다.

청와대가 서울에서 남북정상회담 후 2차 북미정상회담, 나아가 남북미 정상회담을 갖는 로드맵을 구상한 반면, 북한은 2차 북미회담을 통해 평화체제의 진전을 이룬 후 남한과의 경제협력 등을 논의하는 프로세스를 염두에 뒀을 수 있다.

이명환 기자 mhan@n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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