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립중앙도서관 1만3천점 기증

"국악계에서 황무지로 남아있던 분야에서 쓰레기통을 뒤져가며 귀한 자료를 찾아내서 조금이라도 보존에 기여한 것이 살면서 가장 보람된 일이다."(이보형 선생(83세)이 2009년 방일영 국악상 수상 소감 자리에서)

한국 민속음악 연구의 대가로 널리 알려진 이보형 선생이 평생 수집하고 기록한 민속음악 관련 자료 1만 3000여점을 국립중앙도서관에 기증했다. 국립중앙도서관은 10일 오전 10시 30분 본관 1층 전시실에서 기증식과 함께 '민속음악 연구의 개척자, 이보형 기증자료전(展)' 개막식을 개최했다. 이번 전시는 2019년 2월 24일까지 열린다.

이번에 기증된 자료는 민속음악 관련 도서, 음반(SP·LP·CD), 현장 조사 녹음테이프(카세트테이프·릴 테이프), 현장 조사 기록 수첩, 사진, 공연 팸플릿 등 종류가 다양하고 분량은 1만3000여점으로 독보적이다. 최초의 음향기록 매체라 할 수 있는 유성기음반(SP)은 음악사적으로 가치가 높은데 이번에 기증된 자료는 희귀하고 보존 상태 또한 매우 좋다는 평을 받고 있다. 그 중에서도 귀중한 음반은 한쪽 면만 녹음된 초기 음반인 'Nipponophone6041-A-장기타령, 1911년', 최초의 전기 녹음 음반인 'Victor49804-A-보허자-조선이왕직아악부, 1928년', 판소리 명창 송만갑의 박진감 넘치는 동편제 판소리 창법이 잘 드러나 있는 'Star KS2012-A-고고천변-송만갑, 1937년'이다.

특히 현장 조사 녹음테이프와 기록 수첩은 이 선생이 민간에서 공연된 판소리, 산조, 농악(풍물), 민요, 무속음악 등을 전국 각지를 직접 다니며 채록해 놓은 원자료로 민속음악 연구자들에게는 보고와 같은 자료들이다. 김홍도의 그림 '무동'에서 묘사된 '삼현육각(三絃六角)'은 이 선생에 의해 단절을 면한 대표적인 민속음악이다. 삼현육각은 피리 2개, 대금, 해금, 장구, 북의 6개 악기 편성으로 연주되는 음악으로 조선시대에는 궁중은 물론 각 지역 관청에서도 연주됐다. 1970년대 말, 이 선생은 전국 각지를 다니며 삼현육각을 기억하는 원로의 악사들을 만나 인터뷰와 연주 녹음으로 이를 기록했다.

전시는 △현장의 연구자 이보형 △이보형이 사랑한 민속음악 △음악수집가 이보형 △감상 및 체험공간 등 크게 4개 주제로 구성된다. 우선, 1960~70년대 전국 각지의 토속민요와 농악 연주 등 현장의 소리를 일일이 기록한 민속음악 채록활동과 그 자료들 그리고 이 선생의 삶의 기록을 담았다.

또 민속음악을 장르별로 소개하고, 관련된 이 선생의 연구 업적을 공개한다. 흔히 접하기 어려운 유성기와 유성기음반 등 이 선생이 평생 수집한 음반도 만나볼 수 있다. 다양한 민속음악을 감상하고, 직접 우리의 소리를 채록해 볼 수 있는 '나도 민속음악 연구자' 코너도 마련된다.

전시 기간에는 강연회와 아울러 '해설이 있는 민속음악회' 부대 행사가 열린다. 14일 오후 3시에는 '해설이 있는 유성기음반 감상회'라는 주제로, 배연형 한국음반아카이브연구소 소장을 초빙해 유성기음반 속 음악 소개 및 음악 감상 시간을 준비했다. 2019년 1~2월에는 강연회, 판소리 등 국악 공연의 장이 펼쳐질 예정이다.

전시 관람은 무료이며 자세한 내용은 전시 개막일부터 국립중앙도서관 홈페이지(www.nl.go.kr)에서 확인할 수 있다.

송현경 기자 funnysong@n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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