통일연구원, 4자 평화협정문 시안 제시 … "유엔사는 평화관리위로 대체"

북한의 비핵화 이행과 북미간 관계정상화를 촉진하기 위해서는 비핵화 프로세스가 절반 정도 진척되는 시점에 남·북·미·중 4자간 평화협정을 체결하는 것이 바람직하다는 취지의 제안이 나왔다.

국책 연구기관인 통일연구원은 12일 서울 중구 더플라자호텔에서 개최한 '평화에 대한 세 가지 질문' 주제 학술회의에서 총 9개 조항으로 구성된 평화협정 시안을 발표했다.

김상기 통일연구원 통일정책연구실장 외 5명이 공동 발제한 평화협정 시안은 연말 완료 예정인 통일연구원 연구과제 '한반도 평화협정문 구상과 제안'의 일환으로 작성된 초안이다.
7일 오후 청와대 앞 사랑채 부근에 문재인 대통령과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 악수하는 모습을 그린 작품이 설치됐다. 연합뉴스 서명곤 기자


평화협정 시안은 전문과 9개 조항으로 구성됐다. 전문은 한반도 평화협정의 기본 정신과 역사적 의미를 제시했고, 이어 △전쟁종식 선언과 경계선 확정 △불가침과 안전보장 △한반도의 완전한 비핵화 △군비통제 추진 △한반도 평화관리기구 신설 △남북 및 북미 양자관계 발전 △동북아지역 평화를 위한 협력 등을 구체 조항으로 담았다.

이 시안은 2020년 초까지 북한의 비핵화가 약 50% 진척될 것을 가정해 작성됐다. 과거 제안된 평화협정 시안들과 달리 비핵화 프로세스가 진행되는 '도중'에 평화협정을 체결해 협정 자체가 비핵화 완료를 촉진하는 '촉매제'로 활용될 수 있도록 하자는 취지다.

협정 체결 시점을 '2020년 초'로 특정한 것은 미국 대선(2020년 11월)이 다가올수록 트럼프 대통령의 국내 정치적 부담이 커져서 운신의 폭이 좁아지고, 대북정책 관련 유연성 발휘가 어려울 수 있다는 점이 고려됐다.

남·북·미·중 4자가 서명하는 포괄협정 방식을 채택, 한반도 평화 관련 4자간 현안과 남북, 북미, 미중 등 양자간 현안과 관련한 합의를 함께 포함한 것도 특징이다. 각 조항의 내용에 따라서 "당사자들(4자)" "한국과 조선" "조선과 미국" "미국과 중국" "조선은" 등을 주어로 사용했다. 이같은 방식은 남북, 북미, 미중 등 양자간 사안에 대한 합의를 하나의 협정문에 포괄함으로써 각 당사자의 책임과 의무, 권리에 관한 공약에 대해 4자가 서로 확인하고 지지와 협력을 보장할 수 있는 구조를 갖췄다.

특히 조항별 구체적 내용을 보면 미·중 간 분쟁이 한반도의 평화를 훼손하지 말아야 한다는 내용을 명시한 조항이 눈에 띈다. 한반도가 미중 간 군사분쟁에 연루될 가능성을 방지하기 위한 조항이라는 것이 연구원측 설명이다.

미국이 한국에 제공하는 확장 핵억지(핵우산) 철수 여부는 논쟁이 될 수 있는 점을 고려해 핵우산 철수를 포함하지 않은 조항과, 남북한이 각각 미·중으로부터 핵우산을 받지 않는다는 것을 명시한 조항을 대안으로 함께 제시했다.

'군비통제' 관련 조항에도 "한국과 미국은 조선의 비핵화 완료 이후 한반도의 구조적 군비통제에 착수한다"는 원칙적인 내용과 더불어 "비핵화가 완료되는 2020년 이내에 주한미군의 단계적 감축에 관한 협의에 착수한다"는 내용을 대안으로 병기했다.

이와 관련 연구원 측은 발제문에서 "북한의 비핵화 완료 이후 주한미군도 한반도의 구조적 군비통제에 동참한다는 내용의 조항이 필요하다"고 부연했다.

특히 한반도 평화협정이 체결된 후에는 유엔 안전보장이사회 결의를 거쳐 유엔군사령부를 해체하는데 동의한다는 내용도 평화협정 시안에 명시했다.

유엔군사령부를 대체할 기구로는 남북한과 미국, 중국 등 4자가 참여하는 '한반도 평화관리위원회'를 판문점 공동경비구역에 설치하는 방안을 제시했다.

김상범 기자 claykim@n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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