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득주도성장' 대신 '경제활력', "경제정책 신뢰회복 우선"

1급이상 간부 매일 영상회의 … 내부 소통강화·기강 다잡기

취임 나흘째를 맞은 홍남기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은 연일 '경제활력 제고'를 강조하고 있다. 대신 1기 경제팀의 화두였던 '소득주도성장' 언급횟수는 급격히 줄었다. 그러면서도 경제정책 기조를 묻는 기자들의 질문에는 '1기 경제팀의 정책기조 계승'을 말하고 있다.
자동차 부품 설명 듣는 홍남기 부총리 | 홍남기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이 13일 충남 아산의 자동차 부품업체인 '서진캠' 을 방문해 핵심부품 관련 설명을 듣고 있다. 사진 기획재정부 제공

홍 부총리의 이런 언급은 야당과 보수층의 '소득주도성장정책 탓에 경제가 나빠졌다'는 주장이 어느 정도 먹히고 있다는 판단에 따른 것으로 풀이된다. 경제지표가 당분간 나아질 조짐이 보이지 않고 있는 점도 작용했다는 분석이다.

실물경제가 개선되기 어려운 상황에서 '이론적 공방'을 벌여봐야 정부여당이 얻을 게 별로 없다는 판단에서다. 대신 '부작용 보완'이나 '경제활력 제고'를 강조하면서, 국민들의 '경제정책 신뢰회복'을 도모하겠다는 취지로 읽힌다.

기획재정부 관계자는 14일 "국민들의 경제정책 신뢰를 회복하기 위해서는 '설득력 있는 일관된 경제정책 메시지'가 필요하다는 공감대가 있다"면서 "홍 부총리도 이 대목을 고심하는 것으로 안다"고 말했다.

◆정책 신뢰회복이 우선 = 이런 맥락에서 기재부는 앞으로 1급 이상 간부들이 매일 아침 1차관 주재로 서울청사·세종청사 영상 간부 회의를 하기로 했다. 매주 일요일 오후에는 홍 부총리가 주재하는 간부회의를 하기로 했다.

내부 소통을 강화하고, 이를 통해 일관성 있는 경제정책 메시지를 던지겠다는 취지로 풀이된다. 그동안 기재부는 매주 금요일 오전에만 1차관 주재로 오프라인에서 간부회의를 했다. 월요일∼목요일에는 온라인으로만 국실별로 약식 보고만 해온 것과 비교하면 '회의 강도'가 상당히 커지는 셈이다. 기재부 관계자는 "주중 회의에서는 그날의 일정과 주요 이슈, 실·국별 공유가 필요한 사안에 대해 논의하고, 일요일 회의에서는 다음주 일정과 주요 이슈에 대해 광범위하게 논의하게 될 것"이라고 설명했다.

◆연일 정책보완 강조 = 실제 홍 부총리는 거의 연일 '정책보완'을 언급하고 있다.

13일에는 "현재 최장 3개월로 돼 있는 탄력 근로제 단위 기간이 머지않아 변할 것"이라고 밝히기도 했다. 그는 충남 아산시 자동차 부품업체 '서진캠'에서 회사 관계자들과 만나 "탄력 근로제 단위 기간 확대는 정부도 관심을 많이 갖고 있으며 조만간 변화가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서진캠 관계자가 주 52시간 근무제 시행과 최장 3개월로 제한된 탄력근로 때문에 몰리는 주문을 다 감당하기 어렵다며 어려움을 호소하자 이같이 언급했다. 홍 부총리는 "제조업 분야가 활력을 찾는 게 시급하다. 주력 산업인 자동차 분야에 우선순위가 갈 수밖에 없다"고 첫 현장 방문 대상으로 자동차 부품업체를 택한 이유를 설명하기도 했다.

이날 오후 여야 지도부 인사차 국회에 들러서도 '정책보완 의지'를 거듭 표명했다. 홍 부총리는 "최저임금 인상이나 주52시간 근로 문제와 관련해서는 기조는 유지하지만 시장이 우려했던 부분에 대해 정부도 어느 정도 보완할 방안을 만들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며 "야당의 의견도 경청하겠다"고 밝혔다.

홍 부총리는 오는 17일 새해 경제정책방향을 발표한다. 이날 회의를 계기로 '2기 경제팀'의 경제정책 기조가 좀 더 구체화될 것으로 보인다.

성홍식 기자 king@n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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