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석동 지음 / 김영사 / 2만5000원

이 책을 펼치는 독자는 두 가지 사실에 놀란다. 우선 하나는 글쓴이의 이력. 30여년간 경제와 금융관료를 지내면서 위기대응에 능해 '대책반장' '소방수'라는 별명을 들었던 김석동 전 금융위원장이 바로 문제의 저자라는 사실이다.

또 하나는 전문학자 뺨치는 식견과 근거자료, 그리고 현장성. 경제관료로 바쁜 날을 보내면서 언제 몽골고원으로부터 중앙아시아, 유럽대평원을 들쑤시고 다녔나 싶을 정도로 책 내용이 풍부하면서도 생생하다.

문재인정부 2기 경제총수 하마평에도 오른 김 전 위원장이 왜 유라시아 역사에 대한 책을 썼을까? 책을 펼치면 수수께끼는 금방 풀린다. 저자는 "세계 GDP가 7배 성장할 때 36배 성장한 한국의 기적적 경제성장 DNA가 무엇인지 파헤쳐보기 위해 이 책을 쓰게 됐다"고 밝힌다. 물론 책상 앞에서 쓴 책이 아니다. 10년간 50여차례 5만km를 발로 뛴 탐사 기록이다.

저자는 오늘의 한국을 만든 '한민족 DNA'가 지난 2500년간 유라시아 대초원을 호령한 초원제국의 전사들의 DNA에서 연원한다고 주장한다. 중국 중심이 사관에서는 '오랑캐'로 경원시됐던 흉노-선비-돌궐-몽골-여진의 기마민족이 우리와 역사를 공유하고 있다는 것이다.

저자는 △끈질긴 생존본능 △승부사 기질 △강한 집단의지 △개척자 정신이라는 현재 한국인의 네가지 특징이야말로 유라시아 대초원을 호령했던 기마민족과 DNA를 공유한 데서 나온 특질이라고 강조한다. 이 기마민족 DNA 때문에 대한민국의 미래가 밝다는 게 김 위원장의 주장이다.

물론 '한민족 기마민족설'은 학계에서는 아직 논쟁적인 주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저자의 주장이 매력있게 다가오는 것은 지금의 어려운 현실을 타개할 나름의 처방전이 그 안에 있기 때문이다. 저자도 이 책 말미에 그 의미를 분명히 밝힌다. "지금 대한민국의 대내외환경이 무척 어려워 보인다. 그러나 교범없이 살아남는 기마군단의 DNA는 위기에 강한 생존성장형 DNA다. 한민족은 이 놀라운 DNA를 바탕으로 위기를 헤쳐나가고 세계와 경쟁해 미래를 건설해 나갈 것이다."

남봉우 기자 bawoo@n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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