리처드 프리먼 외 지음 / 이동한 옮김 / 2만1000원

#노동자들은 자신이 받는 대우보다 더 큰 충성을 회사에 바친다고 생각한다. 설문에 참여한 노동자의 56%가 사용자에 대해 충성심을 가지고 있다고 답했다. 하지만 경영진이 노동자와 한 약속을 어느 정도 신뢰하느냐는 질문에 '상당히 신뢰한다'라고 답한 경우는 38%에 그쳤다.

#관리자들은 노동자들과 권한을 공유할 생각이 없다는 노동자들의 평가를 대체로 인정했다. 최종 결정에서 자신들이 배제되는 프로그램에는 반대한 것. 하지만 관리자의 50%가 직원들이 직접 노사공동위원회의 노측 대표를 선거로 뽑는 데 찬성했으며, 대부분이 노동자들의 좀 더 생생한 목소리를 듣고 싶어 했다.

#직장 내 노동자 조직의 운영이 어떻게 되기를 바라는지 묻는 질문에 85%가 노사 공동 운영을 택했다. 이는 노조원과 비노조원 모두 마찬가지였다. 또 63%가 강한 조직보다는 약하더라도 경영진과 협력하는 조직을 택했다. 이유는 작업장 조직의 성공에 경영진이 반드시 필요하다는 생각, 경영진의 협력이 있어야 노동자의 영향력이 실제로 실현될 수 있다는 생각 때문이었다.

#노동자들은 회사와 협력을 원하면서도 경영진으로부터 독립적 권한 또한 원하고 있었다. 노조원의 90%가 노조를 지키는 쪽을 선택한 것. 노동자는 경영진과의 협력과 노조의 공존이 이상적이라고 생각하고 있었다. 무노조 기업 노동자의 대다수도 독립적인 노동자 조직을 선호했다.

#노동자들은 직장에서 자신들이 가진 법적 권한에 대해 일종의 착각에 빠져 있었다. 노골적으로 부당해 보이는 행위는 거의가 불법일 거라고 생각하는 것. 하지만 미국 노동법은 사실 '부당하다'고 간주될 만한 많은 행위들을 허용한다. 예컨대, 노동법에 따르면 아무 이유 없이 해고할 수 있다. 노동자 대다수는 정부가 더 많은 보호 조치를 마련해 주기를 바라며 5% 이상이 회사에 대한 불만으로 소송까지 간 경험이 있으며 10% 정도가 이를 심각하게 고려한 적이 있다. 하지만 노동자들은 직장 일을 법적으로 처리하는 상황을 반기지는 않으며 사내 조직이나 제도를 통해 문제를 해결하길 바란다.

위의 설문은 노동경제학의 대부, 리처드 프리먼 하버드대 경제학과 교수가 1994년부터 1995년까지 2400명의 노동자들을 대상으로 한 설문조사를 뜻한다. 새로 나온 책 '노동자가 원하는 것'은 이 설문을 분석한 책으로 2005년 후속 연구들까지 담았다. 프리먼 교수는 미국 전역의 5250만명이 넘는, 25인 이상 규모의 민간 기업 소속 노동자 모집단에서 2400명의 샘플을 추출해 30분이 넘는 전화 설문조사를 했고 이중 800명을 대상으로 추가 설문을 했다.

특정 현안만을 다루는 기존 조사들과 달리 노동자들이 직장생활을 하며 겪는 거의 모든 현안들, 즉 직업 만족도, 노조에 대한 입장, 고용주에 대한 태도 등을 다루고 이들의 상관관계를 분석했다.

프리먼 교수에 따르면 자본주의 사회에서 노동자가 얼마나 잘 사느냐는 얼마나 좋은 직장을 얻었는지, 그리고 회사에서 어떤 대우를 받는지에 달려 있다. 회사에서 보내는 시간이 길고 국가가 제공하는 복지가 미비한 나라일수록 한 개인의 행복에 기업이 미치는 영향은 특히 더 심대하다. 조사에 따르면 노동자들은 현재 직장을 평생직장으로 생각하거나 승진 기회가 있는 직장으로 간주하는 경우가 60% 이상이었다. 회사에 대해 애정이 거의 없다고 대답한 노동자는 15%에 불과했다. 생각보다 더 많이, 노동자들이 현재 직장을 아낀다는 의미다.

그러나 노동자들이 회사에 바라는 참여 및 발언 수준과 현재 그들이 누리고 있는 영향력의 차이는 컸다. 노동자들은 지금보다 훨씬 더 많은 발언권과 더 많은 참여를 원하고 있었다. 후속 연구를 통해 밝혀진 바에 따르면 사측에 대한 신뢰도가 감소함에 따라 노동자들의 이와 같은 욕망은 계속 증가했다. 노동자들이 발언권을 더 갖고 싶어 하는 이유는 그것이 자신의 노동 조건을 향상시켜 결국 회사를 더 성공하게 만들 것이라고 생각하기 때문이었다.

개인적 참여 방법과 노조와 같은 집단적 참여 방법 가운데 선호는 각각 55%, 43%로 비교적 균등한 양상을 보였다. 이런 차이는 현안별로 갈렸는데 의료법이나 산업 안전, 임금과 복지 혜택 같은 노동자 집단에 영향을 미치는 현안들의 경우 개별적 소통을 더 원했다. 또 하나 주목할 점은 무노조 기업 노동자의 32%가 노조를 원하고 있으며 현 노조원의 경우 노조에 대한 지지율이 90%로 월등히 높다는 사실이다.

아울러 노조를 원하는 노동자의 55%가 노조를 설립하지 못하는 주요 원인으로 경영진의 반대를 들었다. 흔히 경영진은 노조가 조합원들에게 알맞은 서비스를 제공하지 못해서 노조의 힘이 감소한 것이라 주장해 왔지만 설문 결과 경영진의 반대가 크게 작용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조사 결과 주목할 사항 중 하나는 노동자들이 강력한 노동자 조직 보다는 경영진과의 협력을 원한다는 것이었다. 노동자들이 이렇게 답한 이유는 노조 조직이 효과적으로 작동하려면 경영진의 참여와 지원이 있어야 한다고 생각하기 때문이었다.

마지막으로 프리먼 교수는 노조 조직율이 10%에 불과한 현실, 비정규직과 임시직이 늘어나는 현실에서 오픈소스 노동조합 등 다양한 노동 형태에 부합하는 새로운 노동자 대표제를 개발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송현경 기자 funnysong@n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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