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선 출신 권영세 탈락, 30대 잇따라 약진

당 조직강화특위 후보검증 부실 비판도

자유한국당의 국회의원 선거구 조직위원장 '공개오디션'이 첫날부터 이변이 잇따르면서 관심을 받고 있다. 인지도 낮은 70년~80년대생 후보들이 당초 우세가 예상되던 기성세대 후보들을 꺾고 대거 선발됐다.

일각에서는 '세대교체' 이미지 만들기에 치중해 일부 후보들에 대한 검증이 부실했던 것 아니냐는 비판도 나온다.
자유한국당 조직위원장 선발 공개오디션 | 10일 오후 서울 영등포구 자유한국당 당사에서 열린 자유한국당 조직위원장 선발 공개오디션에서 후보자들이 발언하고 있다. 연합뉴스 김현태 기자


한국당 조직강화특별위원회는 10일 오후 서울 영등포 당사에서 1일차 조직위원장 공개오디션을 실시했다. 서울 강남구을·송파구병·용산구, 경기 안양만안, 부산 사하구갑 등 5개 지역 후보들이 지역마다 1시간씩 '토론배틀'을 벌였다. 각 지역 유권자 수에 비례해 선발된 50명의 당원평가단과 조강특위 위원 6명이 각 40 대 60 배점으로 평가했다.

충격을 준 곳은 서울 용산구였다. 3선 국회의원과 주중 대사를 지낸 '중진급' 권영세 후보가 서울메트로 경영기획본부장과 용산구 당협위원장을 지낸 황춘자 후보에게 패배를 당했다. 당원평가단이 30대 15로 황 후보에게 압도적인 표를 줬고 최종평가에서도 78대 64라는 큰 차이로 고배를 마셨다. 친박 출신이라는 점에 발목을 잡혔다는 해석이 나온다.

서울 송파병은 86년생인 김성용 비대위 산하 정당개혁위원회 위원이 선발됐다. 상대인 김범수 (사)세이브NK대표는 여의도연구원 이사를 지낸 유학파에 73년생으로 우세가 점쳐졌으나 토론에서 김성용 후보가 더 높은 설득력을 보였다는 평가를 받았다. 김성용 후보는 중간평가에서 25점으로 김범수 후보(21점)를 근소하게 앞선 후 최종 평가에서 69점 대 68점 1점차로 이겼다.

이날 선발된 후보들은 황춘자(53년생) 후보를 제외하고는 모두 상대 후보들보다 어린 70~80년대생이었다.

논란이 된 곳도 있었다. 서울강남구을의 경우 국회의장 비서실장을 지낸 이수원(63년생) 후보가 토론을 리드하면서 중간평가에서 23점으로 가장 높은 점수를 받았으나 중간평가 점수 17점이었던 정원석(88년생) 후보에게 68대 69로 쓴잔을 마셨다. 당원 평가단의 평가가 조강특위 평가단의 평가로 뒤집혔다.

토론을 지켜본 한 의원은 "이변이 나오는 것은 좋은데 조강특위가 인위적으로 몰아준 거라면 문제가 다르다"라며 정 후보에 대해 "한반도 비핵화와 북한 비핵화도 제대로 구분하지 못하는 후보에게 조강특위가 왜 높은 점수를 준 것인지 납득키 어렵다"고 말했다.

다른 한편에서는 조강특위가 '세대교체' 이미지를 연출하는 데 치중한 나머지 젊은 후보들에 대한 검증이 소홀했던 것 아니냐는 비판도 나온다.

서울 강남구을에 도전한 이지현(76년생) 후보는 20대 총선 당시 새누리당 강남병 지역구와 비례대표 후보를 이중 지원해 논란이 된 데다 탈당과 복당을 거듭했다는 점이 토론 과정에서 뒤늦게 지적됐다.

3일차 오디션이 예정된 분당을 김민수(78년생) 후보의 경우 운영하던 청소용역 업체의 노동관계법령 위반 사실이 2014년 국정감사에서 드러나 논란이 예상된다.

논란의 여지를 의식한듯 조강특위는 10일 보도자료를 내고 "조직위원장 선발 공개 오디션의 지역별 1위 지원자를 포함하여 조강특위의 선정 절차를 거친 추천인 전원은 당규에 따라 비상대책위원회의 의결절차를 거쳐 임명된다"고 공지했다.

비대위 관계자는 "이번 오디션은 흥행이 힘든 악조건 속에서도 어느정도 관심을 불러일으키고 있다는 점이 긍정적"이라며 "최초로 시도되는 것이라 평가 시스템의 허점이 있을 수 있지만 바람직한 결과로 이어지리라 본다"고 말했다.

11일 시작되는 2일차 공개 오디션은 오전 10시부터 2개 지역(△서울 양천구을 △서울 강남구병), 오후 2시부터 3개 지역(△울산 울주군 △대구 동구갑 △경북 경산시) 순으로 진행된다.

이재걸 기자 claritas@n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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