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치구호 극복 '균형발전 5개년 계획' 제시

태양광·수소 이어 '4차산업 특별시' 선언

문재인 대통령이 2019년에도 지역경제 행보를 이어가고 있다. 지난해 10월 30일 전북 군산으로 시작으로 11월 경북 포항, 12월 경남 창원에 이어 17일 울산을 방문해 수소 제조공장을 찾았다. 지역 현안에 대한 정부의 강력한 지원의지도 밝혔다. 특히 지역 산업생태계 재구조화와 혁신을 강조한다. 군산에서는 태양광 등 재생에너지, 창원에선 스마트제조 혁신 필요성을 강조했다. 석유화학과 자동차 생산기지가 있는 울산에서는 '수소경제'를 역설했다. 지역의 산업정책 비전과 직결된 것들이다. 문재인정부 지역전략의 단면을 보여주고 있다는 평가다.

'수소경제로 가는 길'에 참석한 문 대통령 | 문재인 대통령이 17일 오전 울산시청 대회의실에서 열린 '수소 경제와 미래 에너지, 울산에서 시작됩니다' 행사에 참석하기에 앞서 수소 활용 전시장을 둘러보고 있다. 문 대통령이 수전해발전시스템에 대한 설명을 듣고 있다. 연합뉴스 배재만 기자


◆연방제 수준의 분권국가 = 문 대통령의 경제행보가 새삼스러운 일은 아니다. 2019년 1월 정부 신년인사회를 시작으로 공개 행보 대부분을 경제일정으로 채웠다. 대통령의 현장활동은 국민이 체감하는 민생성과를 올해 목표로 제시한 상황에서 메시지의 집중도를 높이는 정치적 행보이다. 또 정부의 지역전략을 가장 효율적으로 보여주는 방법이기도 하다. 문 대통령은 지난 10일 신년기자간담회에서 "지역이 주도해서 (지역활력 사업을) 계획하면 중앙정부가 그 타당성을 보고 지원하는 형식"이라며 "발표할 만큼 계획이 무르익었다고 생각되면 지역에서 가서 발표하는 방식으로 이뤄지고 있다"고 말했다.

이같은 문 대통령의 언급은 정부 지역정책을 상징적으로 담은 표현이다. 지역주도로 지역정책을 세운다는 말이다.

1980년대 후반부터 이른바 지역문제가 국정과제로 등장했다. 김대중정부는 '지역등권'을 통해 지역패권을 해소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노무현정부는 중앙집권적 행정구조와 서울·수도권 집중을 지역문제의 본질로 보고 '지역 분산'을 통해 균형발전을 꾀하는 방안을 제시했다. 이명박정부는 광역경제권을 통한 지역경쟁력 강화를, 박근혜정부는 행정구역이 아닌 주민의 생활반경을 연결하는 지역행복생활권을 들고 나왔다.


◆진화하는 균형발전전략 = 문재인정부의 국가균형발전위원회는 이전 정부정책이 △중앙정부 주도 △지역간 경쟁 △하드웨어 중심·수도권 집중을 억제하는데 초점을 뒀다고 평가했다. 지역의 자산을 활용해 지자체가 주도하는 '내생적 발전' 전략을 비전으로 제시했다.

청와대 핵심관계자는 "김대중, 노무현정부를 거치면서 지역문제가 국정과제로 등장했고 균형발전의 필요성이 전면으로 대두됐다"면서 "고르게 발전해야 한다는 정치적 언어를 실제 집행이 가능한 '정책언어'로 바꾸고 있다"고 말했다. 연방제 수준의 분권국가를 위한 개헌은 좌절됐지만 지방자치법 전부개정안, 재정분권 등을 통해 권한과 권력을 지방에 넘겨 분권·자치의 기틀을 마련하겠다는 것이다. 문 대통령이 일부 예비타당성 대상 사업에 대한 면제 의지를 밝힌 것도 같은 예이다. 이 관계자는 "예비타당성 기준에 '균형발전'을 평가항목으로 적용해서 결정해야 한다는 것"이라며 "균형발전 기반 구축 사업으로 보는 것이 타당하다"고 말했다. 국가균형발전위는 조만간 '균형발전 5개년 계획'을 제시하고 정부의 균형발전 정책을 알릴 예정이다.

◆중앙정부·SOC 의존성 탈피 관건 = 문 대통령이 지역경제 행보를 통해 발표하고 있는 산업육성 방안도 같은 연장선이다. 지역이 보유한 자산을 활용해 대기업 의존에서 벗어난 지역기업 생태계를 통해 성장동력을 확보해야 한다는 문제의식이다. 청와대 관계자는 "뿌리산업-제조중소기업-수출 대기업으로 이어지는 생태계를 살리는 전략이 아니고선 제조업 회복이 불가능하다"면서 "특히 특정산업이 특정지역에 몰려 있는 우리나라 특성상 지방정부를 주체로 세우는 것이 중요하다"고 말했다. 정부는 수소경제에 이어 조만간 4차산업혁명과 관련한 특별시 구상을 내놓을 것으로 알려졌다.

물론 정부의 이같은 바람에 맞춰 지방자치단체가 중앙정부에 대한 예산 의존성이나 SOC 중심의 발전전략을 벗어나느냐가 과제로 지목된다. 또 이전 정부에서 반복적으로 나타났던 수도권 중심의 강력한 저항을 극복하는 것도 여전히 남아 있다.

이명환 기자 mhan@n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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