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판진행상황·형량전망·대응전략 등 문의·자문 요구

"민원 전달, 여야 불문" … 사법개혁 정당성 지지 가능성

여당에 맹공을 퍼붓고 있는 한국당이 더불어민주당 서영교 의원의 재판압력의혹엔 다소 약한 모습을 보이고 있어 주목된다. 손혜원 의원의 목포투기의혹에 연일 강한 수위로 비판한 것과 크게 대비된다. 왜 그럴까. '억울한 민원이었다'는 서 의원의 해명에 공감한 때문일까.

한국당 의원을 포함해 모든 정당이 재판압력 의혹에서 자유로울 수 없다는 분석이 나온다. 또 자유한국당이 공격적으로 임할 경우 결국엔 사법개혁의 정당성을 지원해주는 꼴이 되는 점도 고려한 것으로 보인다.
의혹 해명하는 손혜원 의원 | 더불어민주당 손혜원 의원이 20일 서울 여의도 국회 정론관 앞에서 목포 부동산 투기 의혹과 관련한 기자들의 질문에 답하고 있다. 연합뉴스 이진욱 기자


◆재판민원은 관례 = 한국당이 '서영교 의혹'에 강력한 공격을 하지 못하는 데는 '공범 의식 '때문으로 보인다.

한국당은 손 의원에 대해서는 윤리위 제소, TF구성 등 공략수위를 최대치로 끌어올려 결국 탈당에 이르게 하는 등 성과를 거뒀다. 반면 서 의원에 대해서는 당 차원의 비판 논평을 오히려 자제하는 분위기다.

한국당도 '재판민원'에서 자유로울 수 없기 때문이다.

여당 소속 모 의원은 "의원 300명 중 200명은 법원에 재판민원을 했을 것"이라며 "서 의원은 공소장에 구체적으로 들어간 게 문제"라고 말했다. 서 의원이 '재수 없는 케이스'라는 주장이다. 민주당은 '관례', '사소한 일'로 단정하기도 했다.

법사위원장을 지낸 모 의원은 "재판중인 의원들이 각 당마다 다 있고 지역구 민원도 많은데 이것을 어떻게 하나. 당연히 국회에 나와 있는 파견판사를 통해 의견을 물어보는 것"이라며 "재판 진행과정, 구속될 것인지, 양형은 얼마나 나올 것인지 등을 물어보는데 이것을 들어줄 것인지, 안 들어줄 것인지는 법원이 판단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재판민원'엔 여야가 없다는 설명이었다.

◆서 의원 공격하면 한국당 공격 당한다 = 한국당 역시 연루됐을 가능성이 높은 구체적인 의혹이 이미 공개된 것도 서 의원을 강하게 공격하지 못하는 이유 중 하나로 꼽힌다.

임종헌 전 법원행정처 차장 공소장에 따르면 이군현 전 한국당 의원이 20대 의원이었을 2016년에 같은 당 의원으로 추정되는 법사위 소속 국회의원에게 재판과정에 대한 정보를 요구했고 이 민원은 법원에 그대로 전달됐다. 공소장에서는 정치자금법 위반죄로 기소된 이 전 의원 재판과 관련해 '어떻게 진행될 것인지', '의원직 유지에 문제가 없는지' 등을 알아봐 달라는 취지로 요청했다고 적시했다. 당의 재판민원을 법사위원이 전달했다는 얘기다.

노철래 전 한국당 의원에 대해 선처를 해달라는 취지로 법원에 요청한 법사위원도 한국당 출신으로 추정된다. 이 의원은 구체적으로 당시 동종범행으로 불구속 재판을 받고 있다는 다른 당의 모 의원보다 수수 금액, 죄질 등이 가볍다는 사실을 확인할 수 있는 자료까지 국회 파견판사를 통해 전달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미 법원행정처 문건에서 판사출신 홍일표 한국당 의원이 사법부의 입법로비에 연루된 정황이 드러났다는 점에서 서 의원 공격은 '긁어부스럼'이 될수 있다.

실제로 민주당은 재판민원을 제시한 한국당 법사위원을 확인하기 위한 작업에 들어간 것으로 알려졌다. 서 의원은 "재판과 관련한 민원을 제기한 한국당 의원들의 이름이 나오지 않았다"면서 "이를 확인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민주당은 서 의원의 재판압력 의혹을 '사법개혁의 이유'로 들고 나섰다. 파견판사를 두고 국회의원을 민원을 들어주는 대가로 법원의 요구를 관철시키려고 했다는 얘기다.

◆부각할수록 확고해지는 법원개혁의 이유 = 양승태 당시 대법원장은 상고법원 설치를 위해 국회 법사위원들을 관리하려는 의도로 접근한 것으로 드러났다.

따라서 서 의원 의혹을 들출수록 대법원-국회간의 '사법농단'이 드러나면서 결국 사법개혁의 필요성을 강조하는 도구가 될 수 있다는 얘기다.

그러나 온정적인 여야의 행태에 대한 비판이 작지 않다. 자신들은 민원을 제기했을 뿐이라고 하지만 받는 쪽에서는 압력으로 해석할 수 있다는 점 때문이다. 특히 '주고 받는' 관계를 고려하면 사법부와 입법부의 긴장이나 견제가 아닌 '한통속'으로 묶일 수 있다는 점에서 우려하는 목소리가 크다. 공소장에서도 이같은 모습을 '삼권분리 위배'로 지목하기도 했다.

박준규 기자 jkpark@n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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