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건의료노조 등 청와대 앞 철야노숙투쟁

'국내 1호 영리병원'인 제주 녹지국제병원 개원을 앞두고 시민·노동단체들이 정부에 영리병원 승인 철회를 촉구했다.

전국보건의료산업노조(보건의료노조)와 '제주영리병원 철회 및 의료민영화 저지 범국민운동본부(운동본부) 소속 500여명은 11일 오후 서울 종로구 청와대 앞에서 결의대회를 마친 뒤 노숙농성에 들어갔다.
12일 오후 나순자 전국보건의료산업노조 위원장이 서울 종로 청와대 앞 결의대회에서 '국내 1호 영리병원 제주 녹지국제병원 승인 철회'를 요구하며 삭발식을 하고 있다. 사진 보건의료노조 제공

운동본부는 기자회견문을 통해 "건강보험을 파괴하고 의료비 폭등을 불러올 대한민국 1호 영리병원 개원이라는 쓰나미가 몰려오고 있다"며 "정부의 안일한 대처와 민의를 무시한 원희룡 제주특별자치도지사의 독단에 의해 의료민영화의 빗장이 풀리려 한다"고 지적했다.

이어 제주영리병원 승인과 허가과정에서 △국내 의료법인의 우회투자 △유사사업 경험 전무 △사업계획서 검토 없는 승인 △병원 건물 가압류 상태에서 허가 △녹지그룹의 사업포기 의사 제기 등 의혹을 제기했다.

운동본부는 "우리나라 의료체계 근간을 뒤흔들 영리병원이 이렇게 졸속 허가로 추진되는 것을 정부는 바라볼 것인가"고 비판하고 △영리병원 허용하는 제주자치도특별법과 경제자유구역법 개정 △제주 영리병원 졸속승인 및 부실 허가의혹 진상규명 및 책임자 처벌을 요구했다.

결의대회에서 삭발에 나선 나순자 의료보건노조 위원장은 "제주 녹지국제병원은 박근혜정부의 적폐이며 정부가 책임을 지고 철회하는 것이 국민과 약속"이라며 "제주에서 공론조사 결과는 불허됐고 원희룡 도지사는 존중하겠다면서도 2개월 만에 개원을 허가했다"고 비판했다. 이어 "청와대가 영리병원 철회하고 공공병원으로 전환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앞서 녹지국제병원은 2015년 12월 박근혜정부 당시 정진엽 전 보건복지부 장관의 사업계획 승인 뒤 공사를 시작해 지난해 12월 원 도지사가 외국인만 진료한다는 조건으로 개원을 허가했다. 이 병원의 규모는 병상 47개로 소형병원 수준이지만 국내 유일의 영리병원이다. 운동본부 측은 "미국을 비롯한 영리병원을 도입한 외국에서 의료비가 폭등했다"면서 "우리나라에서도 개인병원 20%가 영리병원으로 전환되면 1조5000억원의 의료비용이 늘어날 것"이라고 전망했다.

오는 3월 4일까지 제주 녹지국제병원이 개원을 개시하지 않는다면 허가를 취소할 수 있다. 그러나 현재 제주도는 공사대금을 지급하지 않아 국내 건설사들에 의해 가압류된 채 공사가 중단된 제주 헬스케어타운에 대한 사업기간 종료일을 2020년 12월까지 재연장했다.

한남진 기자 njhan@n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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