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라 케슬러 지음 / 김고명 옮김 / 더퀘스트 / 1만6500원

정규직과 풀타임 일자리가 점점 사라져 간다. 베이비붐 세대인 부모들은 자식들에게 독립적이고 안정된 삶을 살기 위해선 번듯한 직장이 있어야 한다고 가르쳤다. 하지만 그 자식들인 밀레니얼 세대에게 평생직장이란 개념은 이미 부질없는 소리가 돼 버렸다. 평생고용 개념의 일자리 시스템이 더 이상 작동하지 않는 시대다. 이코노미스트는 10년 후 세계 인구의 절반이 프리랜서로 살아가게 될 것이라는 전망을 내놓기도 했다.

이런 변화가 노동시장과 자본시장에 끼치는 영향은 무엇일까? 미국을 중심으로 '긱(Gig) 경제'가 확산되면서 전통적 개념의 기업 봉급체계가 무너지고 근로자들이 벌어들인 소득을 바로 현금으로 지급하는 '인스턴트급여' 방식이 확산되는 모습이다. 이는 성장 속도가 빨라 임시직 등의 직원 채용 규모를 늘리고 있는 스타트업(신생 벤처기업) 등에서 퍼지고 있다.

미국의 차량 공유서비스업체 리프트에 고용된 운전자들은 급여체계에서 일반적인 1~2주 단위의 봉급을 기다리지 않고 그날그날 현금으로 지급받는다. 리프트는 2015년부터 이 방식을 도입했다. 전체 운전자 중 3분의 1 이상이 일 지급식을 적용받고 있다. 리프트의 경쟁회사 우버도 2016년부터 운전자에게 직불카드로 수시로 급여를 인출해 갈 수 있도록 했다.

현재 미국 노동자 3명 중 1명은 프리랜서다. 디지털 플랫폼에서 노동을 사고판다. 이들은 경제적 자유를 가진 것일까? 아니면 어쩔수 없이 불안한 미래를 선택한 것일까?

이 책은 긱 경제의 긍정적인 면과 위험성, 현실가능성을 조망한다. 우버 택시운전사 겸 웨이터, 뉴욕에서 정규직장을 그만두고 긱스터에 합류한 잘 나가는 프로그래머, 아마존이 만든 인력중개 플랫폼을 통해 소득을 버는 캐나다의 워킹맘 등 다양한 인물들을 좇으며 이미 우리 앞에 펼쳐진 미래를 그려낸다.

긱 경제는 어떤 사람들에겐 새로운 기회가 될 수 있다. 자유와 유연성, 경제적 이익이 보장되는 삶이다. 하지만 노동자의 직업적 경제적 안정성이 더욱 약화되면서 오히려 위험성이 증가하고 권리가 더 심하게 위축될 수도 있다. 누군가에겐 실업에 대한 차악의 선택일 뿐이다.

김영숙 기자 kys@n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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