후보들, 지역감정·색깔론 퍼트리기 앞장 … 태극기 청중, 5.18 폄훼하고 욕설 쏟아내

2019년 보수를 대표한다는 자유한국당이 군사독재 시절인 1980년대 보수로 후퇴하고 있다.

당의 최대잔치인 전당대회에 출마한 후보들은 앞다퉈 지역감정과 색깔론을 퍼트리고, 청중은 5.18민주화운동을 폄훼하거나 지도부와 비태극기 후보를 향해 욕설을 내뱉었다.

◆후보들 구태 반복 = 18일 한국당 대구·경북 합동연설회장. 무대에 오른 대표와 최고위원 후보들은 경쟁하듯 구태를 반복했다. 지역감정과 색깔론, 막말을 쏟아냈다.
"한국당 의원 제명하라" | 대구경북진보연대 등 대구·경북지역 66개 시민사회단체가 18일 오후 대구 엑스코 앞에서 5·18과 관련해 부적절한 발언을 한 세 의원 제명과 한국당 해산을 요구하는 집회를 하고 있다. 연합뉴스 김준범 기자


황교안 대표후보는 "귀족노조, 전교조, 주사파 세력만 떵떵거리고 있다" "전국 예산이 다 늘었다. 대구·경북 예산만 깎였다. SOC 예산은 반토막이 났다" "울진과 우리 경북에 들어갈 돈 몇 천억을 빼앗아 갔다" "김정은에게 돈 퍼줄 궁리만 하고 있다"고 주장했다.

김진태 대표후보는 "대구에는 변변한 대기업 하나 없다" "이곳 출신 전직 대통령(이명박·박근혜)이 고초를 겪고 있다. 자존심 센 대구·경북 당원 동지, 애국시민들은 얼마나 속상하시겠냐"며 대구·경북민심을 자극했다.

김준교 청년최고위원후보는 "주사파 문재인 정권을 탄핵시키지 않으면 자유대한민국이 멸망하고 통일돼 북한 김정은의 노예가 될 것" "(문재인 대통령) 저딴 게 무슨 대통령인가. 저는 절대로 저 자를 우리 지도자로 인정할 수 없다"고 말했다. '문재인 탄핵'을 외쳤다.

'5.18 망언' 당사자인 김순례 최고위원후보는 사과 대신 "제가 매일 죽고 있다. 자고 나면 저는 죽어있다. 저는 살고 싶다. 살아나야겠다. 여러분 살려주시겠나"라고 했다. 자신의 망언을 앞세워 득표전을 펼친 것이다.

◆청중 소란에 연설회 중단 = 이날 연설회장 안팎은 태극기세력으로 추정되는 청중으로 가득찼다. 주로 김진태 대표후보 지지자였다.

이들 청중들은 김병준 비대위원장이 연단에 오르자 "빨갱이" "탄핵부역자"를 내뱉으며 인사를 방해했다. 김 위원장이 "조용히 해주세요"를 외쳤지만 욕설은 갈수록 거세졌다. 김 위원장은 1분간 연설을 중단해야했다.

지난 14일 충청·호남권 연설회에서 김진태 대표후보를 저격했던 조대원 최고위원후보가 등장하자 또다시 "내려가라" "XXX" 따위의 욕설이 쏟아졌다.

연설회장 안팎에서 태극기 청중은 상대후보 지지자나 기자들에게까지 손가락질하거나 막말을 퍼부었다. 5.18을 폄훼하는 현수막이나 구호도 난무했다. '자위권 차원에서 5.18 발포는 정당했다' '5.18 유공자 명단을 까라'는 말이 넘쳐났다.

김진태 대표후보는 "저를 윤리위에 회부시킨 것에 대한 서운한 감정 아니겠나 생각하지만 예의가 아니기 때문에 저도 바늘방석이었다"며 "제가 대신 사과드린다"고 말했지만 연설회는 끝난 뒤였다.

익명을 요구한 당직자는 "전당대회가 이런 식으로 가면 당이 새 출발하는 게 아니라 수십년전으로 후퇴하는 모습이 될 것"이라고 우려했다.

대표후보들은 19일 오후 두번째 TV토론에 나선다.

엄경용 기자 rabbit@n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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