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성정책연구원 조사

'미투' 운동 지속의 가장 큰 장애 요인은 '남녀 간 갈등 프레임'이라는 조사 결과가 나왔다. 성폭력 피해 신고시 합리적으로 처리될 가능성이 낮다는 생각은 여전했다. 더 큰 문제는 20대 여성의 신뢰도가 가장 낮다는 점이다.


8일 한국여성정책연구원(여정연)은 '미투운동 이후 사회변화에 대한 의견 조사' 결과를 발표했다. 이번 조사에 따르면 응답자의 70.5%(여성 80.7%, 남성 60.7%)가 미투운동을 지지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또한 10명 중 6명이 과거에 자신이 하거나, 주변 사람으로부터 들은 말 또는 행동이 성희롱·성폭력일 수도 있겠다는 생각 을 하게 되었다고 답했다.

여정연은 "이번 조사를 통해 우리 사회에서 미투운동이 상당히 높은 수준의 공감대를 얻고 있음을 확인했다"며 "성희롱·성폭력에 대한 국민의 성인지 감수성 향상에도 긍정적 영향을 미친 것으로 평가할 수 있다"고 분석했다. 하지만 성폭력 피해를 신고한 뒤 합리적으로 사건이 처리될 것이라는 기대감은 여전히 낮았다. 여성 중 62.9%, 남성 중 57.2%가 성희롱, 성폭력 피해를 신고해도 합리적으로 처리되지 않을 것이라고 생각했다. 연령별로 살펴보면 20대 여성의 기대치가 상대적으로 가장 낮았다. 응답자 중 20대 여성의 74.7%가 신고 뒤 합리적 처리에 대한 신뢰가 생기지 않는다고 답했다.

여정연은 "이번 조사 응답자들은 미투운동을 지속하기 위해 가장 먼저 해결해야 할 과제로 권력 기반 성폭력이 남녀 간 갈등 프레임으로 변질되지 않도록 해야 한다는 점을 지적했다"고 밝혔다. 미투 운동을 이어가는 데 가장 중요한 해결 과제 1위는 '권력을 악용한 성폭력을 남녀 갈등 문제로 몰아가는 태도'(34.9%)였다. 이어 가해자에 대한 솜방망이 처벌(27.6%), 피해자의 2차 피해(21.0%), 학교와 직장 내 성 차별 문화(7.8%) 등의 순으로 나타났다.

또한 재판에서 성희롱이나 성폭력 사건 처리 시 성인지 감수성이 필요한지 조사한 결과, 76.7%가 '필요하다'고 답했다. 이번 조사는 만 19~59세 남녀 2012명을 대상으로 2월 27일~3월 4일 이뤄졌다. 표본오차는 95% 신뢰수준에서 ±2.18%p다.

권인숙 여정연 원장은 "성희롱·성폭력에 대해서 개별 조직과 사회가 민감하게 대처해야 할 뿐만 아니라 수사·사법체계도 변화된 국민의 의식에 부응하는 방향으로 운영돼야 한다"고 밝혔다.

김아영 기자 aykim@n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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