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준영 동영상 유포 사건 이후 피해자 실명 담긴 추측성 지라시 확산

정보통신법상 명예훼손죄 가능

SNS에선 "2차 피해 예방하자" 뜻 모아

상대방의 동의 없이 동영상을 촬영해 카카오톡 방 등을 통해 유포한 혐의를 받고 있는 인기 연예인 정준영 씨 사건의 2차 피해가 확산되고 있다.

지라시 등을 통해 정씨가 불법촬영한 인물들의 실명이 진위 확인도 없이 유포되는 등 사건과 관련없는 사람들의 명예훼손 우려가 심각한 수준이다. 이에 일부 뜻 있는 사람들은 '우리는 피해자가 궁금하지 않습니다'라는 메시지를 통해 성범죄 피해자의 2차 피해를 막자는 운동을 SNS 상에서 벌이고 있다.

공항 나서는 정준영│성관계 동영상 불법촬영과 유포 혐의를 받는 가수 정준영이 12일 오후 인천국제공항을 통해 귀국하고 있다. 연합뉴스 진연수 기자


송파구에 살고 있는 김모씨는 13일 카카오톡 대화방을 통해 정씨의 동영상 피해자의 명단으로 추정되는 지라시를 받았다. 명단에는 10여명의 여자 연예인 등의 이름도 포함돼 있었다. 김씨는 "이런 지라시를 받으면 호기심에 보게 된다"며 "이들이 정말 피해자인지 의심스럽다"고 말했다. 이뿐만이 아니었다. 클럽 버닝썬 관련자의 가족인 연예인의 실명까지 거론하며 이들과 관련된 확인되지 않은 사건 뒷이야기를 담은 지라시도 퍼지고 있다.

이지욱 변호사(법무법인 재유)는 13일 "피해자로 거론된다는 사실만으로 해당 연예인들은 활동에 상당한 지장을 입을 것으로 보인다"며 "누리꾼의 경우 지라시 등을 직접 작성한 것이 아니라고 할지라도, 이를 전달받아 카카오톡 대화방 등을 통해 전송한 경우 '정보통신망이용촉진 및 정보보호에 관한 법률'(정통법)상 명예훼손으로 처벌받을 수 있다"며 무분별한 지라시 유포를 주의할 것을 당부했다.

정준영 사건으로 인한 2차 피해를 예방하자는 취지의 경고문이 담긴 그림파일. 이를 페이스북에 올린 한 시민은 "피해자로 추측되는 연예인 사진 퍼나르기가 많은 것 같다. 경고장을 날려주자"고 말했다. 페이스북 캡처

정통법 제70조는 사람을 비방할 목적으로 정보통신망을 통해 공공연하게 허위 사실을 퍼뜨릴 경우 7년 이하의 징역 등의 처벌이 가능하도록 규정하고 있다.

이보라 변호사(법무법인 심평)는 "흥미 본위의 자극적인 단어를 박제해 널리 퍼뜨리는 지라시의 특성상 그 확산속도가 빠를 뿐 아니라 피해회복이 어렵다"며 "실명이 노출된 허위 지라시가 범죄행위가 될 수 있다는 것을 주의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버닝썬 사건이 정씨의 동영상 사건으로까지 일파만파 확대되자, 이와 관련된 추측성 유튜브 방송도 난무하고 있다.

13일 유튜브에 정준영 동영상을 검색한 결과, 승리씨와 정씨 카톡방 멤버를 추정하는 방송과 정씨 동영상의 피해자를 추정하는 방송 다수가 검색됐다.

특히 인기 그룹 멤버 A씨와 B씨가 문제의 동영상이 공유된 단톡방 멤버라는 추측성 방송이 검색됐다. A씨의 소속사는 "정씨와 친구인 사실은 맞지만, 단지 친하다는 이유로 이런 일에 연루된 것에 대해 A씨와 그를 아는 모든 사람들이 억울함을 느끼고 있다"며 "계속하여 확인되지 않은 허위사실 유포나 악성 게시물과 댓글로 소속 아티스트의 명예를 실추하고 피해를 주는 사례에 관해서는 엄격하게 법적 대응할 것"이라고 밝혔다.

B씨는 모 언론이 문제 카톡방 멤버라고 보도를 해 피해를 입었다. 그의 인스타그램에 그를 비난하는 글이 쇄도했다. 그 뒤 오보를 냈던 언론에서는 정정보도를 내며 "사실 확인 결과 B씨는 정준영씨 카톡에 등장하는 가수가 아니다. B씨는 이와 연관이 없는 것으로 밝혀져 이를 바로잡는다"고 밝혔다.

한편, 피해 여성의 동의 없이 불법으로 동영상을 촬영하고 카카오톡 단체방에 유포한 혐의 등을 받고 있는 정씨는 12일 오후 6시쯤 귀국해, "미안하다. 질문에 답 못하겠다"고 말하며 도망치듯 인천국제공항을 빠져나갔다.

서울경찰청 광역수사대는 12일 성폭력범죄의 처벌 등에 관한 특례법 위반 혐의로 정씨를 입건했다.

안성열 김형선 기자 sonan@n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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