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적참사특조위

극단적 선택 4.5배

가습기살균제 피해자 10명 중 7명은 '만성적인 울분' 상태(50%는 중증도 이상으로 심각)인 것으로 확인됐다. 성인 피해자는 일반인에 비해 극단적 선택을 시도한 경우가 4.5배나 많아 대책 마련이 시급하다. 외상후 울분장애(PTED) 척도로 측정한 점수의 평균이 1.6~2.5일 경우 '지속되는 만성적 울분 상태'로 분류한다.

14일 가습기살균제사건과 4.16세월호참사 특별조사위원회(특조위)는 이 같은 내용을 담은 '가습기살균제 참사 피해가정 실태조사 결과'를 발표했다. 정신건강 분석 결과 어른 피해자는 일반인에 비해 극단적 선택을 생각하는 경우가 1.5배 많았다. 가습기살균제 노출 이후 새롭게 발생한 어른 피해자의 정신건강 문제(복수 응답)는 우울과 의욕저하 57.5%, 죄책감과 자책 55.1%, 불안과 긴장 54.3%, 극단적 선택 생각 27.6%, 극단적 선택 시도 11.0% 등이다. 이번 조사는 특조위가 한국역학회에 의뢰해 지난해 10~12월 정부 신청 및 판정이 완료된 가습기살균제 피해 4127가구(지난해 10월 23일 기준) 중 100가구를 무작위층화추출방식으로 선정, 심층 분석한 것이다.

사회적으로 고립 위험 가능성도 확인 됐다. 조사 대상자들은 '10명 이상의 이웃과 인사하고 지낸다'는 응답 비율이 일반 국민에 비해 1.4배 낮았다. 특조위는 "심각한 울분 집단에 속하는 이들에 대한 심층 분석 결과 현재의 피해보상 및 대응체제가 양산하는 '사회적 울분'임을 알 수 있었다"며 "실제로 성인 피해자들은 가습기살균제 피해의 의미를 '내가 아니라 세상이 달라져야 하는 일' '부당함' 등으로 인식하고 있었다"고 설명했다.

피해 100가구의 경제적 피해비용은 125억8000만~539억8400만원으로 추정됐다. 하지만 이번 조사 가구 중 정부 구제급여를 받은 경우는 28명, 평균 1400만원 수준에 불과하다. 정부의 피해판정 과정에 대한 불만도 많았다. 피해판정을 통보받기까지 평균 1년 이상 걸렸고, 82.3%가 불만을 호소했다. 판정결과 통보시 결과에 대한 근거와 설명이 불충분했다는 응답도 38.5%나 됐다.

임종한 인하의대 직업환경의학과 교수는 "가습기살균제 피해자들은 신체적 피해뿐만 아니라 정신적·심리적 피해가 심각하고 아동의 경우 신경발달장애, 성장이상 가능성에 대한 향후 조사가 필요하다"며 "정부는 신체적 피해 문제에만 국한돼서 문제를 해결할 게 아니라 사회적 고립 문제 등 폭넓은 지원 방안을 심도 깊게 고민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김아영 김형선 기자 aykim@n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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