맷 그레이 카본 트래커 연구원

한국은 연구 개발, 경제 생산성, 기술 집약도, 특허 등의 분야에서 대단한 명성을 가진 나라다. 그런데도 태양광발전 비용은 세계에서 2번째로 비싸다. 블룸버그의 신에너지경제 자료에 따르면 그렇다. 어떻게 이런 일이 가능한가?

국토가 협소하다는 사실은 이러한 모순을 설명하기에 충분하지 않다. 한국 인구 밀도는 1㎢당 490명으로 세계 최고 수준인 점은 사실이다. 하지만 인구 밀도가 1㎢당 390명에 이르는 인도의 태양광발전 비용은 한국의 1/3도 되지 않는다.

저탄소 기술 전환 힘든 전력시장 구조

진짜 이유는 한국의 전력 시장 구조에 있다. 현재의 전력 시장 구조는 석탄에 유리하게 되어 있고 이는 저탄소 기술로 전환하지 못하도록 발을 묶는 요인이 되고 있다.

한국전력공사(한전)가 발전회사들로부터 구입하는 전력의 약 90%는 현물 거래다. 급전 순위는 오로지 연료비 순위로 결정된다. 고가의 고정비나 환경 외부효과 비용은 급전 순위에 반영되지 않는다. 한전은 오히려 석탄발전회사에 이런 비용들을 보조해준다. 이러한 상황 때문에 석탄은 불공정하게 우위를 갖고 있다. 또한 한전은 미래의 현금 유동성을 통제할 권한이 거의 없다. 소매용 전기 가격은 규제되어 있고 한전이 전력을 누구로부터 구입할지 선택할 권한도 제한적이다. 그뿐만 아니라 명백히 자기 소유인 발전 자회사들의 경영진을 제대로 임명할 권한조차 없다. 이런 권리를 한국 정부가 행사하고 있기 때문이다.

문재인 대통령이 저탄소 기술 확산을 적극적으로 추진하고 있음에도 석탄이 여전히 전력 생산의 지배적인 원천으로 남아있는 현상은 이와 같은 상황 때문이다. 또한 발전회사들이 7GW에 이르는 석탄 발전소를 신설하고 있고, 기존 석탄 발전소에 대한 수조원 규모의 성능개선 작업이 진행되고 있는 이유이기도 하다.

영국의 금융 싱크탱크인 카본 트래커 이니셔티브의 분석에 따르면 한국의 정책결정자들이 석탄에 대한 새로운 투자 중지와 현존 석탄 체제로부터의 탈출을 거부할 경우 무려 1060억달러로 약 110조원 이상의 좌초자산(시장 환경 변화로 자산 가치가 떨어져 상각되거나 부채로 전환되는 자산)이 발생할 수 있다. 지금의 시장 구조를 고려해 볼 때 이 정도 규모면 한전이 재정적으로 마비되는 상황에 빠질 수도 있게 된다.

이러한 추세는 향후 발전 비용의 변화에 대한 전망과도 모순된다. 카본 트래커 분석에 따르면 한국은 2027년이 되면 새로운 재생에너지 시설을 건설하는 편이 현재의 석탄 발전소를 운영하는 것보다 더 저렴해진다. 따라서 새로 석탄 발전소를 짓는 일은 물론이고 현재의 방식으로 계속 운영하는 점에 대해 경제적 가치조차 의문의 대상이 되지 않을 수 없는 것이다.

희망이 전혀 없지는 않다. 한국 석탄 발전소의 절반이 몰려 있는 충청남도는 2026년까지 도내 석탄발전 용량의 40% 이상을 폐쇄하고자 한다. 탈석탄 정책으로는 아시아에서 가장 진보적인 조처다. 이 정책이 실현될지 여부는 중앙정부가 국가 에너지 청사진을 새로 그릴 의지가 있느냐에 달려 있지만, 어쨌든 충청남도는 우선 기존 발전소의 성능개선 작업을 포기하는 일부터 시작할 수 있을 것이다.

아시아에서 가장 진보적인 충남도의 탈석탄

현재의 시장 구조 때문에 발전회사들은 발전소를 닫기보다 성능개선을 통해 수명을 연장하는 게 더 이익이며, 그 과정에서 한전의 재정 부담은 가중된다. 카본 트래커 분석에 따르면 성능개선 작업에 소요되는 비용은 약 4조원이며 운영비도 평균 18% 인상될 전망이다. 이런 성능개선 작업이 현실화할 경우 해당 발전소들을 운영하는 비용이 태양광발전 설비를 새로 짓는 것보다 비싸지는 시점은 2028년에서 2025년으로 당겨진다.

전 세계적으로 전력 생산 비용은 줄어드는 추세다. 한국이 이와 같은 추세에 가세하려면 현재의 전력 시장을 개혁해야 한다. 그러지 못할 경우 한전은 재정적으로 마비될 것이며 다른 선진국들이 저탄소 기술 경쟁에서 눈부신 성과를 내고 있을 때 한국은 이에 한참 뒤처지게 될 것이다.

맷 그레이 카본 트래커 연구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