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월호 가족들의 5년

“부정의와 싸우기로 선택”

“벽을 보고 눕지를 못해요. 주아가 그 배에 갇혀서 숨을 못 쉬었을 걸 생각하니까 벽이 내 앞에 있으면 가슴이 터져버릴 것 같아요. 뛰쳐나가야 해요. 힘들 때면 몇시간이고 미친 듯이 돌아다니면서 아이를 찾아요. 그런데 어디를 가도 없어요….”(정유은, 김주아 엄마)

“사고 이전에는 소아과, 이비인후과 정도밖에 안 갔던 아이들이에요. 그런데 지금은 정신과에 다니고 약이 없으면 불안해요. 그 일이 없었다면 우리 아이는 평범하게 살았을 거잖아요. 평생 친구들을 버리고 왔다는 죄책감을 갖고 살지 않아도 되잖아요. 그 고통으로 자기 허벅지를 베고 손목을 긋는 아이들이 있다는 게 … 너무 억울해요.”(문석연, 생존학생 엄마)

잔혹한 재난이 할퀴고 간 후에도 남겨진 사람들의 삶은 계속된다. 세월호참사 이후 5년. 소중한 가족과 친구를 잃은 고통을 안은 채 삶을 살아내고 있는 유가족과 생존학생 가족들의 육성을 기록한 책이 나왔다. 416세월호참사 작가기록단은 53명의 유가족과 4명의 생존자 가족을 인터뷰한 책 ‘그날이 우리의 창을 두드렸다’에서 남겨진 그들이 재난을 겪으며 어떻게 변화했는지, 끊임없는 위기를 겪으면서도 어떻게 진상규명활동을 지속적으로 펼칠 수 있었는지 섬세하게 살폈다.

작가기록단은 “우리 사회는 참사를 겪은 한 사람이 그날 이후의 시간을 어떻게 살아내고 있는가를 묻고 듣는 일에 익숙하지 않다”면서 “재난을 사회적으로 함께 겪어내면서 이루어진 변화와 개인의 삶을 보고자 했다”고 육성기록집을 발간한 배경을 밝혔다.

세월호 가족들이 남겨진 삶을 살아내는 방식은 모두 달랐지만 상실의 고통이 현재진행형이라는 점은 공통적이었다.

“후드티가 떠올랐어요. 옷을 두세번 입었을 때 사고가 나는 바람에 빨지를 못했거든요. 거기 혹시 머리카락이 남아 있지 않을까? 여덟개를 찾았어요. 네개씩, 네개씩 나누어서 코팅을 했어요. 지금도 한번씩 혁이 머리카락을 만져요. 가끔 꺼내서 만질 수 있는 게 … 그것밖에 없어요.”(조순애, 강혁 엄마)

“416 이전과 416 이후에 체감하는 시간이 극명하게 달라요. 어렸을 때부터 사건 전까지 차곡차곡 추억을 쌓아왔던 그 시간이 전부 무의미해지고 416 이후의 시간들만 남았어요. 이제 5년째인데 1년이 10년같아요.”(장훈, 장준형 아빠)

“샤워할 때 단 한번도 세영이 생각을 하지 않은 적이 없어요. 우리 딸내미는 그 추운 바다에서 떨다 죽었는데 나는 물온도 맞추고 있네. 살아 있는 것 자체가 미안해요.”(한재창, 한세영 아빠)

희생자들의 엄마 아빠뿐 아니라 형제자매들의 고통도 극심하다.

“(준우 동생) 태준이는 연기 학원을 다녀요. 애가 갑자기 손을 들더니 ‘선생님 저 슬픈 연기 할 수 있어요’ 하더래요. 팽목항 바다에 누군가가 둥둥 떠다니는 걸 표현하면서 학원이 떠나갈 정도로 악에 받쳐서 소리를 질렀대요. ‘이 바보같은 녀석, 이준우! 너는 왜 못 살아났어! 너는 왜 물에 빠져서 동동거리는데!’ 그리고는 굉장히 서럽게 울어서 그대로 뒀다가는 애가 어떻게 될 것 같았대요.” (장순복, 이준우 엄마)

고통 속에서 몸부림치면서도 ‘416가족’은 자신을 돌아보며 새로운 인식과 사유를 하며 진상규명과 안전사회 운동을 지속해가고 있다. 재난 유가족이 사회적 관심이 수그러든 이후에도 지속적이고 광범위한 활동을 펼치는 것은 한국 사회에서 유례가 없다.

“우리가 많이 배우고 머리 잘 돌아가는 사람이었다면 이런 길을 선택하지 않았을 수도 있어요. 우리 개개인은 너무 보잘것없고 너무 평범한 사람들이에요. 백이 없고 힘이 없으니까 몸으로 몸으로 부딪혀가면서 여기까지 온 거잖아요. 존경해, 존경해.” (박혜영, 최윤민 엄마)

박래군 4.16연대 공동대표는 책에 쓴 글에서 “이전의 참사 피해자들은 국가의 회유와 공세를 당해내기에는 힘이 부쳤다”면서 “하지만 세월호 유가족은 적극적으로 세상을 향해 발언을 했고 탄압을 받았어도 크게 분열하지 않았다”고 평가했다.

작가기록단은 “(세월호 가족들은) 그저 억울함을 풀기 위해서가 아니라 부정의와 싸우기로 선택한 사람들이다. 또 너를 사랑하는 마음을, 너와 같은 모두를 살리는 마음으로 넓히기로 마음먹은 사람들”이라고 했다.

김형선 기자 egoh@naeil.com

김형선 기자 기사 더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