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지 언론 "실제로 준비 중" … 미 WP "미중 동시에 겨냥" 해석

내주로 예상되고 있는 북러정상회담이 실질적으로 준비되고 있는 정황이 속속 포착되면서 실제 성사여부와 향후 한반도와 주변정세에 미칠 영향 등에 대한 관심이 급증하고 있다.

17일(현지시간) 러시아 일간 '이즈베스티야'는 러시아 외무부 소식통이 "8년 만의 러북정상회담이 블라디보스토크에서 개최될 것으로 예상된다"면서 "푸틴 러시아 대통령이 중국 일대일로 정상포럼 참석에 앞서 블라디보스토크에서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과 회담할 것으로 보인다"고 전했다.

신문은 북러정상회담이 성사되면 지난 2011년 김 위원장 부친 김정일 국방위원장이 시베리아 부랴티야공화국 수도 울란우데를 방문해 드미트리 메드베데프 당시 대통령(현 총리)과 회담한 뒤 8년 만이라고 소개했다.

신문은 그러나 소식통의 이런 언급을 인용하면서도 김 위원장이 즉흥적이기 때문에 일정 변경 등의 깜짝쇼가 있을 수도 있고 남북정상회담 제안을 받고 트럼프 대통령과의 3차 정상회담에 응하겠다는 의사를 밝힌 점 등이 방러 계획에 영향을 줄 수 있다고 여지를 뒀다.

리아노보스티 통신은 이날 자체 소식통을 인용해 "블라디보스토크에 있는 극동연방대학 캠퍼스 내에서 북러 정상회담이 열릴 것으로 보인다"면서 "대학 내 1개 동이 폐쇄됐고 이것이 회담 준비와 연관된 것으로 보인다"고 전했다.

통신은 이날 스포츠 시설이 있는 대학 건물의 복사점에 "김정은(위원장) 방문으로 17~24일까지 문을 닫는다"는 안내문이 나붙었고, 이 건물 스포츠센터에도 "기술적 이유로 17~30일 문을 닫는다"는 설명문이 붙었다고 전했다. 통신은 북러 정상회담 때문에 건물을 폐쇄한 것이라는 대학관계자의 발언을 소개하기도 했다. 이 같은 관측이 커지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크렘린궁은 아직 공식적으로 회담개최 여부를 확인하지 않고 있다. 통상 크렘린궁은 북한과의 정상회담 일정을 하루, 이틀 전에야 발표해 왔다.

러시아 대통령 외교담당 보좌관 유리 우샤코프는 이날 자국 기자들의 확인 요청을 받고 "가능한 (러북) 회담 준비가 집중적으로 이루어지고 있다"면서도 "아직 시기에 대해서는 아무것도 말할 수 없다"고 했다.

회담이 성사될 경우 어떤 내용을 다루게 될지도 관심사다.

'이즈베스티야'는 회담이 성사되면 푸틴 대통령과 김 위원장이 양자 관계 전반에 대해 논의하고 특히 국제사회의 대북 제재 하에서 양국 경제 협력 확대 방안을 협의할 것으로 전망했다. 또 러시아는 회담을 통해 한반도 문제의 정치·외교적 해결을 강조하면서 북한의 일부 비핵화 조치에 상응하는 대북 제재 부분 해제 필요성을 강조할 것으로 보인다고 분석했다.

이에 반해 미국 언론들은 북러회담이 상징성은 클지 몰라도 구체적인 성과는 크지 않을 것이라는 전망을 내놓고 있다.

워싱턴포스트(WP)는 17일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에게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과의 정상회담은 국제사회로의 복귀를 위한 또 다른 걸음"이라면서 "미국과 중국에 다른 선택지가 있다는 신호를 보낼 기회이기도 하다"고 분석했다.

또 "북중 관계는 지난해 급격하게 개선됐지만 양국 사이에는 뿌리가 깊은 불신이 여전하다"면서 "김 위원장은 중국의 바구니에 모든 계란을 넣고 싶지 않은 것"이라는 데이비드 김 스팀슨센터 연구원의 평가를 전하기도 했다.

WP는 "북러정상회담은 상징성이나 덕담(fine words)의 비중이 클 수는 있어도 구체적 성과의 비중은 작을 것"이라고 전망하면서도 푸틴 대통령으로서는 김 위원장과의 정상회담이 국내외에 러시아의 외교력 회복을 보여줄 중요한 사건이 될 수 있다고 분석했다.

정재철 기자 · 워싱턴 한면택 특파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