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료사고 피해자·유가족·한국환자단체연합회 합동

분당차병원에서 분만수술 후 신생아를 바닥에 떨어뜨리는 사고를 내고도 3년간 은폐한 사실이 최근 경찰 수사로 드러난 가운데, 의료사고 피해자 등이 수술실 CCTV 설치 법제화를 촉구하며 국회 앞 1인시위를 100회 진행했다.

1인시위 100회를 맞은 18일 오전 의료사고 피해자와 가족, 그리고 유족과 한국환자단체연합회 회원 등은 국회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수술실 안전과 무자격자 대리수술 근절을 위해 국회가 수술실 CCTV 설치·의료인 면허 취소·의료인 행정처분 정보 공개제도 법제화에 신속히 나설 것"을 촉구했다.

최근 의료진과 기관에 의한 의료사고를 숨기고 속이는 행위들이 드러나면서 사회에 충격을 주고 있다.

지난 15일 서울지방경찰청 광역수사대는 "2016년 8월 제왕절개 수술로 태어난 7개월된 신생아를 의사가 실수로 바닥에 떨어뜨려 두개골 골절과 출혈이 있은 후 6시간 만에 사망했는데도 분당차병원 일부 의료진과 부원장이 공모해 외인사를 병사로 기재해 부검을 하지 못했고, 전자의무기록에 저장된 뇌초음파검사 영상기록까지 삭제하는 등 의료사고를 조직적으로 은폐해 수사 중이다"고 발표를 했다.

의료피해자 등은 "만일 수술실에 CCTV가 설치돼 있었다면 이와 같은 의료사고 조직적 은폐행위는 애초에 발생하지 않았을 것"이라고 밝혔다.

지난해 5월 부산시 영도구 소재 정형외과 의원에서 의료기기업체 영업사원에게 무자격자 대리수술을 시킨 후 환자가 뇌사에 빠지는 충격적인 사건이 발생했다.

이후 이것이 일부 동네의원이나 중소병원에 국한된 것이 아니라 네트워크병원, 상급종합병원, 국립중앙의료원, 군병원 등에서도 암암리에 이뤄지고 있는 것으로 밝혀지면서 수술에 대한 국민적 불안과 불신이 증폭되고 있다.

이와 관련 경기도는 도민 1000명 대상으로 설문조사를 실시해 91%가 수술실 CCTV 운영을 찬성하자 지난해 10월부터 경기도의료원 산하 안성병원에서 수술실 CCTV설치 운영을 시범적으로 시작했다. 2019년부터는 경기도의료원 산하 6개 전체 병원으로 확대했다. 최근에는 중앙정부에 수술실 CCTV 설치 법제화를 건의했다.

의료피해자 등에 따르면, 수술실 CCTV 설치 법제화 운동(일명 권대희법)을 촉발시킨 고 권대희 사망사건에서 유족이 수술장면이 찍힌 CCTV 영상을 확보하지 못했더라면 의사들이 수술실을 비우고 수술실에 간호조무사만 혼자 남겨져 지혈을 한 사실과 수술실에서 혼자 한손으로 지혈하던 간호조무사가 다른 한 손으로 스마트폰을 사용하고 눈썹 화장까지 고친 사실, 과다 출혈 상태에서 혈액이 수술실에 도착했는데도 긴급 수혈을 하지 않고 다른 대학병원에 전원시킨 사실은 세상에 드러나지 않았을 것이다.

이날 고 권대희씨 어머니 이나금씨는 "환자의 안전과 예방을 위해서 의료사고가 났더라도 진실을 밝히기 위해서도, 좋은 의사 나쁜 의사를 가려내기 위해서도 수술실에 CCTV는 꼭 있어야 한다"고 밝혔다.

한편 대한의사협회는 수술실 CCTV 설치 법제화를 반대하는 이유로 영상 유출로 인한 의사나 환자의 프라이버시 침해 우려를 들고 있다.

김규철 기자 gckim1026@n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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