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카가와 요시타카 지음/ 임해성 옮김 / 예문아카이브 / 1만8000원

#이 책의 저자는 만연된 쾌락주의가 로마 멸망의 원인이라고 말하지 않는다. 로마인들의 향락 추구는 이미 건국할 시점부터 당연한 생활습관으로서 받아들여졌으며, 오히려 로마제국의 쇠망기라고 할 수 있는 4세기 이후에는 그 방탕함도 확연히 줄어들었기 때문이다. 조심스러운 표현이지만 되레 그 반대일 수도 있다. 콘스탄티누스 1세가 기독교를 공인한 뒤, 그리고 테오도시우스 1세에 의해 로마 국교가 된 이후 금욕주의가 급격히 로마인들에게 강요됐다. 이른바 폭군의 대명사처럼 불리는 저 유명한 네로 황제 때는 귀족은 물론 일반 시민에 이르기까지 극단적인 쾌락을 추구하던 시대였는데도 당시 로마의 국력은 탄탄했다. (중략)

우리에게 정작 중요한 질문은 "로마를 로마이게 한 것은 무엇인가?"이다. 배울 만한 가치를 담고 있는 쪽은 이쪽이다. 일개 도시가 거대 제국으로 성장한 현상은 특별했던 역사적 사건을 넘어 깊은 성찰을 이끌어낸다.

새로 나온 책 '빵과 서커스'에 대한 옮긴이의 말이다. '빵과 서커스(Bread and Circuses)'는 고대 로마가 시민들에게 제공했던 식량(빵)과 오락 및 휴식거리(서커스)를 가리킨다. 포퓰리즘의 대명사로 쓰이는 표현이다. '로마제국 쇠망사(The History of the Decline and Fall of the Roman Empire)'의 저자 에드워드 기번(Edward Gibbon, 1737~1794)은 로마에 대해 "세계 역사상 인류가 가장 행복한 시대"라고 말했다. '로마제국 쇠망사'가 출간된 1788년까지 1300년 동안 로마제국을 넘어서는 나라는 서양에 없었다. 이 시대에는 전란이 없었을 뿐더러 식량 걱정 없이 오락과 문화를 즐길 수 있었다. '빵과 서커스' 덕분이었다.

로마제국 최대 영토(117년)


때문에 일찍이 로마의 시인 유웨날리스는 시민들이 정치에 무관심해졌고 타락했다고 탄식했다. 하지만 쇠퇴는커녕 그로부터 400여년은 더 대제국이 유지됐다. 이 책은 강건하게 대제국이 유지됐던 이유를 남겨진 로마제국의 유적에서 찾는다.

이 책의 저자는 토목 책임자로 세계적 교각으로 평가받는 세토 대교 등을 설계, 시공한 경험이 있으며 대학 교수로 재직 중이다. 그는 자신의 역량과 경험을 바탕으로 로마를 토목·건축의 관점으로 접근한다.

고대 로마제국의 흥망성쇠를 로마가 남긴 건축, 교량, 도로 등의 유형 유산을 통해 고찰하는 것. 로마를 융성하게 만든 것들 가운데 수도, 원형 극장과 원형 경기장 공공 욕장과 종교 시설 등은 그 형태가 남아 있다. 물건은 그 사람을 말해주듯이 유산은 그 나라를 말해준다. 이를 바탕으로 이 책은 문서화·표준화와 같은 정보관리, 원천 기술의 개발과 전승 및 네트워크 구축과 같은 기술관리 측면에서 당시 로마가 이뤄낸 위업을 구체적으로 알려준다.

예컨대 로마에서는 일찍이 도서관의 필요성에 눈을 떴다. 로마에서는 읽고 쓸 줄 아는 노예들이 원본을 낭독하면 필사생들이 이를 일제히 받아쓰는 방식으로 책을 대량 복제했다. 시민들의 독서 열기는 뜨거웠고 일정 금액을 받고 책을 베껴주는 필사생 조합까지 있었다. 2세기 말 로마에는 도서관이 25개나 있었고 4세기에는 28개관으로 늘었다. 각 도서관에는 사서 업무를 총괄하는 국가가 임명하는 장관급 관리자를 뒀다. 이런 도서관들은 로마제국 전역에 분포해 지식을 전파했다.

송현경 기자 funnysong@n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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