워싱턴 정치가 로버트 뮬러 특별검사 수사보고서 공개 후에도 시끄럽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게임 오버'를 선언했지만 민주당 진영에선 '탄핵 시초'라며 2라운드 투쟁에 착수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내통이나 사법방해는 없었다"면서 '게임 오버'를 선언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로버트 뮬러 특별검사의 수사보고서 448쪽으로 된 전량이 공개된 18일부터 폭풍 트윗을 쏟아내고 있다. 18일 당일 트윗에는 No Collusion(내통 없다), No Obstruction(사법방해 없다). Game Over(게임 끝났다)라고 쓰인 자신의 뒷모습 사진을 게재했다. 그리고서는 자신이 면죄부를 받았다고 선언한 우호적 언론들만 잔뜩 링크를 걸어 올려놓고 있다.

공화당 진영에서는 러시아 스캔들 문제를 끝내고 앞으로 나가자고 촉구하고 있다. 민주당 진영에서는 새로운 게임의 시작일 뿐이라고 목청을 높이면서 갖가지 맞대응 조치들을 취하고 있다. 민주당 진영에서는 뮬러 리포트 원본을 제출하라는 문서소환장을 발부했고 트럼프 면죄부라고 논쟁적인 결론을 내린 윌리엄 바 법무장관, 그리고 수사보고서의 저자인 뮬러 특별검사까지 의회 청문회에 출두시킬 채비를 하고 있다.

민주당내 진보파들과 엘리자베스 워런 상원의원을 시작으로 차기 대선주자들인 잠룡들은 대통령 탄핵의 시발점으로 삼아야 한다고 탄핵을 외치고 있다. 민주당 진영내에서는 뮬러 특별검사 수사보고서에 적시된 세부내용들은 분명 의회가 탄핵조사에 착수해야 한다고 리퍼럴(권고, 추천)을 보낸 것이라고 해석하고 있다. 다만 연방하원에서 트럼프 대통령 탄핵절차를 시작하는 문제를 놓고서는 역풍을 우려해 꺼려하는 지도부와 민주당 아성을 지역구로 두고 있는 상임위원장들과 일부 잠룡들의 탄핵절차 개시 촉구로 분열돼 있다.

트럼프 대통령은 18일 당일 트윗에 No Collusion(내통 없다), No Obstruction(사법방해 없다). Game Over(게임 끝났다)라고 쓰인 자신의 뒷모습 사진을 게재했다.


◆민주당 하원 "원본 내라" 소환장 발부 = 민주당 하원은 우선 연방법무부와 특별검사간의 결론과 주장에 큰 차이가 난다며 뮬러 리포트 448쪽 전량을 원본으로 제출하라며 문서소환장을 정식으로 발부하고 2라운드 투쟁에 돌입했다. 민주당 소속 제롤드 내들러 하원법사위원장은 지난 19일 윌리엄 바 연방법무부 장관이 대통령을 보호하기 위해 뮬러 특별검사의 판단을 오도한 것으로 보인다고 비판하고 뮬러 보고서 원본을 제출하라는 문서소환장을 공식 발부했다.

내들러 하원법사위원장은 윌리엄 바 법무장관은 5월 1일까지 검은색으로 가린 편집수정본이 아니라 원본을 의회에 제출하라고 요구했다. 윌리엄 바 법무장관은 상하원의 공화, 민주 지도부에 한해 검은색으로 가렸던 부분을 보여주겠다고 제안해놓고 있다.

하지만 제롤드 내들러 하원 법사위원장, 애담 쉬프 하원정보위원장 등 뮬러 리포트와 관련된 상임위원회 위원장들과 낸시 펠로시 하원의장 등 민주당 하원지도부는 윌리엄 바 법무장관의 제안을 거부하고 원본을 제출하라며 소환장을 발부한 것이다. 연방 법무부가 하원법사위원회에 가리지 않은 원본 보고서를 제출할 것인지, 거부하고 법정싸움을 시작할지 주목 되고 있다.

◆트럼프 구한 최후 해결사는 법무장관 = 이번 뮬러 보고서 전량 공개로 트럼프 대통령은 그의 지시를 이행하길 거부한 소위 충신들 때문에 탄핵 사유인 사법방해죄를 모면한 것으로 드러났다. 트럼프 대통령은 제프 세션스 당시 연방 법무장관에게 뮬러 특검수사가 불공평하다고 비판하도록 지시했으나 코리 르완도우스키 전 선대본부장과 백악관 참모는 대통령 지시를 이행하지 않았다. 특히 트럼프 대통령은 돈 맥갠 백악관 법률고문에서 최소한 두 차례 뮬러 특검의 해고를 추진토록 지시했으나 사표를 쓸 각오로 이행하기를 거부하는 바람에 역으로 대통령을 살린 셈이 됐다. 지시이행을 거부한 참모들, 결과적으로는 충신들이 트럼프를 사법방해죄를 범하지 않도록 해줘 탄핵수렁에서 꺼내준 셈이 됐다.

여기에 뮬러 리포트가 연방법무부에 제출된 직후부터 트럼프 살리기에 앞장선 인물은 윌리엄 바 연방법무장관으로 꼽히고 있다. 트럼프 대통령은 뮬러 수사가 막바지에 다다르자 초반부터 뒤로 빠졌던 제프 세션스 당시 법무장관을 해고하고 예전에 뮬러 특검을 부하로 두었던 윌리엄 바 전 장관을 다시 법무장관자리에 앉혔다. 트럼프 대통령에게는 마지막 자신을 살려주는 해결사 역할을 맡을 연방법무부 장관에 윌리엄 바를 앉힌 것이 절묘한 한수였다.

윌리엄 바 법무장관은 뮬러 보고서를 받아들고 48시간안에 448쪽을 모두 분석해 4쪽 짜리 요약본을 의회에 제출했다. 3월 24일 제출한 요약본에서 빌 바 법무장관은 "뮬러 보고서에서는 트럼프 대통령의 내통혐의 증거를 발견하지 못했다"고 전격 공개했다. 바 장관은 특히 "뮬러 특검이 사법방해에 대해선 본인 스스로 결론을 내리지 못하고 연방법무부에 판단을 넘겼다"며 "자신과 부장관이 검토한 결과 트럼프 대통령의 사법방해 혐의도 근거가 부족하다"고 결론지었다. 4쪽짜리 요약본을 제출한지 3주일 만인 19일 448쪽 전량을 공개하면서도 윌리엄 바 법무장관은 전량 보고서를 공개하기도 전에 기자회견을 갖는 편법을 쓰면서까지 트럼프 보호에 앞장서는 모습을 보였다.

◆민주 진보파들 "트럼프 탄핵조사까지 간다" = 윌리엄 바 법무장관이 트럼프 대통령 구하기에 최후 해결사로 나서 소임을 다한 것처럼 보이지만 그의 무리수 때문에 민주당 진영에게 2라운드 파상공세의 빌미를 제공하고 있다는 지적도 받고 있다.

윌리엄 바 법무장관은 특히 트럼프 대통령의 사법방해가 없었던 것처럼 결론지었으나 그야말로 자의적인 판단이었으며 뮬러 특별검사가 보고서에서 적시한 내용과 취지와도 상반돼 의회와 국민들을 오도했다는 논란까지 불러일으키고 있다. 뮬러 특별검사는 분명 트럼프 대통령이 갖가지 수사방해로 몰릴 수 있는 지시들을 내렸으나 참모들의 이행거부로 사법방해죄를 저질렀다고 결론지을 수 없어 법무부와 의회에 판단을 넘긴 것으로 기술했다. 윌리엄 바 법무장관이 사법방해 혐의 증거가 부족하다는 결론을 내릴 수는 있으나 연방하원을 장악하고 있는 민주당에서는 정반대로 해석하고 있다.

뮬러 특별검사는 보고서에서 "대통령의 부당한 행동과 권한남용을 막기 위해 연방의회는 사법방해 혐의를 계속 조사할 권한과 능력을 갖고 있다"며 의회조사를 독려하는 요청을 공개적으로 적시했다. 민주당 진영내에서도 진보파 의원들과 엘리자베스 워런 상원의원을 시작으로 18명의 차기 민주당 대선주자들이 "뮬러 특별 검사는 트럼프의 사법방해 혐의에 대해 의회조사를 촉구한 것"이라며 연방하원에서 대통령 탄핵조사에 착수해야 한다고 외치기 시작했다.

하지만 낸시 펠로시 하원의장이 이끄는 민주당 지도부는 거의 물 건너 가고 있는 트럼프 탄핵을 무리하게 추진했다가는 역풍만 맞을 가능성이 높아진 반면 선거전에서 물러서기만 하면 당내 적전분열을 초래할게 분명해 정치 공세를 멈출 수도 없어 진퇴양난의 처지에서 부심할 것으로 보인다.

◆트럼프 지도력 위기에도 재선엔 타격 없을 듯 = 트럼프 대통령은 수치스런 민낯을 그대로 드러내 지도력에 타격을 입고 지도력 위기에 빠질 위험도 있다. 충신 또는 몸을 사리던 참모들이 막무가내로 쏟아지는 트럼프 지시를 거부해야만 살아남는다는 점이 확인됐기 때문에 앞으로도 트럼프 대통령의 지시가 먹혀들지 않아 지도력 위기에 빠질 수 있다는 경고이다.

트럼프 대통령이 2020년 재선 전에 직격탄을 맞지는 않을 것이란 예측이 더 우세하다. 뉴욕 포스트의 여론조사 결과 미국인 70%는 뮬러 리포트 전량 공개에도 불구하고 러시아 스캔들과 트럼프 대통령에 대한 시각에 변함이 없다고 대답해 큰 여파를 미치지는 않고 있는 것으로 드러났다. 또한 트럼프 대통령에 대한 탄핵절차를 시작해야 하느냐는 물음에는 찬성 40%대 반대 42%로 여전히 팽팽하게 엇갈려 있는 것으로 조사됐다.

특히 트럼프 대통령에 대한 뮬러 특검의 수사결과는 과거 빌 클린턴, 리처드 닉슨 대통령 때와는 다른 점이 확실해 탄핵수렁에 빠지지는 않을 것으로 폭스뉴스는 단언하고 있다. 클린턴 때에는 모니카 르윈스키의 드레스가 나왔고 닉슨 때에는 워터게이트 호텔 침입이 있었으나 트럼프 대통령은 러시아와 내통한 증거가 발견되지 않았다.

내통증거를 발견하지 못해 정말로 내통이 없었다면 수사를 방해할 이유도 없기 때문에 사법방해도 성립할 근거가 미약하다는 게 공화당 진영의 주장이다. 결국 트럼프 대통령은 결정적인 탄핵사유인 러시아와 내통이나 사법방해 혐의에서는 사실상 벗어난 것으로 주장할 수 있어 탄핵수렁에서 만큼은 탈출하고 대내외 국정과 재선전에 한층 전력투구할 수 있게 됐다는 점에서 재선에 유리해질 것으로 보인다.

한면택 워싱턴 특파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