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현우 단국대 교수 모바일시스템공학과

치열한 글로벌 정보탐색전 끝에 한국이 세계최초 5G 상용국으로서의 깃발을 세우는데 성공했다. 경쟁국과 개시시간 차이도 근소하나마 앞서기도 했지만 사용하는 단말의 완성도, 최초 서비스 지역 범위 등에서도 논란의 여지가 없는 최초 타이틀이라고 자부할 수 있겠다. 그러나 막상 우리나라에서 서비스를 개시하고 보니, 기대가 너무 컸던 탓일까, 여기저기에서 불만의 소리가 들려오고 있다. 과거 CDMA WCDMA HSPA LTE 상용화를 경험한 필자로서는 상용화 현황에 비판적인 다양한 주장에 대해서 일부는 타당한 지적도 있지만, 일부는 과장되거나, 편파적인 견해도 포함되어 있음을 우려하지 않을 수 없다.

불만은 실내 커버리지 미흡, 비수도권에 대한 서비스 시기 차이 등

2018년 말 기준으로 비교해 보면 한국의 가입자당 월평균 모바일데이터 사용량은 7GB 수준으로, 일본 5GB, 중국 4GB를 훨씬 앞선다. 데이터 사용량뿐만이 아니고 커버리지 측면에서도 타국의 추종을 불허하는 촘촘한 환경이 구축되어 있다. 즉 우리 국민들은 알게 모르게 세계 최고 최강의 모바일 서비스 환경을 향유하고 있다보니 기대수준도 그만큼 높아져 있는 것이 사실이다. 현재 언론에서 제기되는 5G서비스에 대한 불만은 실내 커버리지 미흡, 비수도권에 대한 서비스 시기 차이, 4G와 5G간의 원활한 연동 지연 등으로 분류할 수 있다.

그동안 5G 표준을 개발하면서 집중했던 사용자서비스는 광대역서비스, 저지연-고신뢰서비스, IoT서비스 등이다. 이중에서 우리나라의 5G서비스로 초기에 고려되고 있는 것은 광대역서비스와 저지연서비스이다. 고신뢰서비스와 IoT서비스는 시차를 두고 도입될 것으로 예상된다.

그러나 VR·AR 등을 이용한 게임, 스포츠 등 저지연이 기반이 되는 서비스는 관련 전용기기와 콘텐츠 확보에 시간이 소요되다 보니 당장은 광대역서비스가 중심이 될 수밖에 없다. 우리나라 4G LTE 인프라와 단말이 워낙 뛰어나 5G서비스와의 차별화가 광대역에서는 잘 느껴지지 않는 것이다.

여기에 관련 표준이 지난해 하반기에 완료되어 많은 기능들을 단기간에 구현하려다 보니 인프라와 단말에서 최적화에 시간이 많이 필요한 것도 현실적인 제약이 될 것이다. 즉 현재 5G상용화 초기에 드러난 문제점들은 근본적인 문제라고 하기 보다는 세계 최초라는 신천지를 개척할 때 따르는 불가피한 문제해결 과정이라 볼 수 있다. 이 점을 인식하고 좀 더 인내를 가지고 지켜봐 주는 성숙한 자세가 필요할 때이다.

정부 관계자들에게도 당부하고자 한다. 5G 망구축은 대규모 투자와 시간이 필요한 국가적 사업임을 명심하고 조급하게 해결하려고 하여 부작용이 생기는 일이 없도록 해주기를 바란다. 과거 LTE 구축 때 경험을 보면 정부에서 커버리지 비교시험, 데이터 품질 비교시험 등의 결과 공개 등을 통해서 사업자의 망 구축을 인위적으로 가속화 하려고 했던 적이 있었다. 단계적으로 구축을 확산해가면 망안정성 확보에도 도움이 되고, 사업자의 연간 투자여력도 커지며, 제조업체의 물량계획도 유연해질 수 있다. 그러면 이 과정에서 중소·중견기업의 사업참여 여지도 커질 수 있다. 그러나 단기간의 구축을 인위적으로 강조하게 되면 여러가지 시장왜곡이 생기게 된다.

더군다나 5G 도입에서는 우선 비단독형(Non Stand Alone) 모드로 구축하고 나중엔 단독형(Stand Alone)으로 진화해 가야 하는 만큼 기술의 난이도도 과거 LTE 시절에 비해서 훨씬 높다. 따라서 현 시점에서는 기구축한 지역의 망 및 서비스 안정화에 집중하고 커버리지 확산 등은 단계적으로 진행하는 것이 바람직한 방향이다.

중소·중견기업 사업참여를 넓히는 기회로 삼아야

우리나라 모바일 서비스 수준이 높다 보니, 5G 서비스에 대한 기대도 너무 높다. 따라서 일부에서 불만이 나오는 것도 이해할 수는 있으나 조금만 인내를 갖고 기다려주면 좋겠다. 정부에서도 조급하게 사업자 들을 다그칠 게 아니고 연차별 단계별 망 구축 확대 지원을 통해 중소·중견기업의 사업참여를 넓히는 기회로 삼아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