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정식 노사발전재단 사무총장

‘광주형 일자리 모델’ 열차가 우여곡절 끝에 출발했다. 이용섭 광주시장은 황금연휴기간인 6일에도 현대·기아자동차를 방문해 노동조합의 적극 참여와 협조를 호소했다. 노사, 원하청, 노장청년, 현재·미래가 함께하는 상생도시 광주를 만들자고. 노사발전재단(재단)의 ‘노사상생형 지역 일자리 컨설팅 지원사업’에 울산, 군산 등 광역 및 기초지자체 9곳이 선정됐다. 광주형 일자리 모델정신의 전국적 확산을 기대하고 있다. 지역위기극복과 일자리 유지형, 일자리 창출형, 기업투자 유치형 등 다양한 내용이다. 차이가 있긴 하나 선정된 지자체에서는 대체로 광주형 모델처럼 지자체장의 적극적 의지와 노동계의 활발한 참여·협조가 공통적이다.

지역 일자리 문제 해결을 위한 노조의 사회적 역할

‘말뫼의 눈물’이냐, ‘디트로이트의 몰락’이냐, 기로에 서 있는 울산시. 지난달 중순, 재단 울산중장년일자리희망센터 확장 이전 개소식에 참여한 노동계와 경영계, 고용노동청, 광역 및 기초지자체 등 지역 노·사·민·정은 울산경제의 위기상황과 일자리 문제에 대해 한목소리를 냈다. 노동계의 문제의식은 더 심각했고 구체적인 해법까지 제시했다. 노동계 주장의 핵심은 ‘울산형 일자리 모델’과 이를 위한 울산형 노사민정인 ‘화백회의’의 내실있는 운영이었다.

일방적이고 형식적인 노사민정협의회 운영이 아니라, ‘이게 아니면 안된다’는 절박성, ‘노사민정의 참여와 협조가 성공의 관건’이라는 진정성을 기초로 사무국도 만들고, 분과회의도 운영하며, 전문가의 도움도 받고, 필요하면 국내외의 우수사례도 벤치마킹하는데, 의제 발굴부터 처음부터 같이 고민해 보자는 것이다. 말하자면 남아프리카공화국 만델라 대통령 정권 출범과 함께 추진했던 ‘시나리오 플래닝’ 같은 사회적 공론화가 필요하다는 것이다. 당연히 출발점은 위기상황의 공유다. 합의를 위한 합의가 아니라, 지켜질 수 있는 내용으로 구체적인 합의를 도출해야 한다. 이를 위해서는 실질적인 성과를 낼 수 있도록 노사민정 구성부터 바꿔야 한다는 것이다. 한국노총 울산본부 이준희 의장은 위기상황을 공유하게 되면 노조 지도자라면 누구라도 책임지는 모습을 보일 것이라고 강조했다.

재단은 과거 10여년간 지역 노사민정 협력 활성화 사업을 지원해 왔다. 부천시 노사민정 모델이 모범사례로 꼽힌다. 2013년부터 중앙노사포럼은 민주노총 보건의료산업 노사간 사회적 대화 활성화를 통해 교대제 개편과 노동시간 단축 등에 대한 공감대 형성을 통해 일자리 창출 등 일정한 성과도 이뤘다. 지난해에는 주 52시간제 도입 및 노동시간 특례업종 제외와 관련해, 노동시간 단축, 임금보전 및 인력충원 등의 쟁점으로 파업을 예고한 버스 노사의 참여와 사회적 대화를 통해 노동시간 단축 매뉴얼 개발 배포 등 대화를 통한 문제해결을 기대된다.

노사관계 분석의 세계적 석학인 리처드 하이먼은 건강한 노조에 대해 ‘불변의 삼각구도’라는 분석틀로 시장의 행위자로서 노조운동, 사회통합의 매개자로서 사회운동, 자본주의의 모순에 대한 도전자로서 계급 지향성간의 균형을 들었다. 경제위기와 더불어 종종 회자되는 말이 노조의 사회적 책임이다. 그간 우리나라 노조는 시시때때로 정당성과 도덕성 및 대표성에 대한 각종 도전과 비판에 직면해 왔다. 그러나 앞서 노사상생형 지역 일자리 사례나 최근 일련의 중앙과 지방의 사회적 대화나 합의, 노조의 사회적 책임(USR)과 ‘연대상생기금’ 등 노조는 어려운 가운데서도 역사적으로 부여된 책무를 다하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 많은 경우 건강한 역할을 할 준비가 돼 있는 듯이 보인다.

노사민정 대화와 협치는 사회적 자산

‘노사상생형 지역일자리컨설팅 지원사업’은 핵심 국정과제 중 하나다. 노사민정간 사회적 대화를 통해 지역 맞춤형 일자리를 창출하고자 하는 자치단체에 컨설팅을 지원하고, 이를 통해 지역 적합 일자리 모델을 개발해 적용·확산하는데 그 목적이 있다. 때문에 지자체를 포함한 지역 노사민정의 적극적 의지와 참여가 무엇보다 중요하다. 그 과정에서 해당 지역 노사민정과 중앙 및 지역 전문가들이 한팀이 되어가는 경험은 일자리 문제 해결 단초다. 또한 상생의 노사문화 형성과 사회적 대화를 한 단계 업그레이드 시키는 자산이다. 갈등의 평화적 해결과 관리기제가 부족하고 사회적 대화 경험이 일천한 우리로서 한술에 배부를 수는 없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