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철웅 농업기술실용화재단 이사장

아라비안나이트에 ‘알리바바와 40명의 도적’이라는 얘기가 나온다. 주인공 ‘알리바바’가 도적들이 동굴에 숨겨놓은 금은보화를 꺼내 가난한 사람들에게 나눠주고, 행복하게 잘 살았다는 조금은 싱거운 얘기다. 수많은 옛날이야기 중 이 이야기를 기억하는 가장 큰 이유는 ‘열려라 참깨’라는 특별한 주문 때문이다. 굳게 닫힌 문을 쉽게 열 수 있는 마법의 주문 말이다.

마법의 주문 ‘한국형 스마트팜 패키지’

러시아를 포함한 중앙아시아 지역은 겨울이 길고 추우며 강수량이 부족하다. 예로부터 목축과 밀 위주 농업은 발달했지만 채소와 과일 생산량은 소비량에 비해 매우 부족했다. 최근 소득수준이 높아지고 국민 수요가 늘어나면서 사계절 채소 생산을 위한 시설재배 시설과 더불어 손쉽게 농사를 지을 수 있는 스마트팜 수요가 크게 증가하고 있다.

기존 북방지역의 시설재배 설비시장은 대부분 네덜란드 제품이 장악하고 있다. 농업기술실용화재단은 지난해부터 농업의 블루오션으로 각광받고 있는 신북방 농업시장에 진출하기 위해 많은 준비를 해왔다. 시설재배 설비관련 시장조사 결과, 농촌진흥청에서 개발한 우리 스마트팜 설비가 흔히 얘기하는 ‘가성비’가 좋아 네덜란드 제품과 충분히 경쟁력이 있다고 판단했다. 그래서 새롭게 추진한 사업이 ‘한국형 스마트팜 패키지’수출 사업이다. 우리나라에서 개발한 스마트팜 시스템, 양액설비, 온실시설, 농기자재, 품종 등을 한데 묶어서 수출하는 새로운 방식의 농업 수출전략이다.

본격적인 사업추진을 위해 지난해 5월, 재단은 ‘카자흐스탄 국립 과수원예연구소’와 테스트베드 설치 등 업무협약을 체결하였다. 설치된 테스트베드는 농진청에서 개발한 스마트팜 기술을 포함해 시설구축·작물재배시험·성장검증 기능 뿐 만 아니라 현장에 바이어를 초청하여 직접 시연하는 등 생생한 현장 마케팅에도 동시에 활용됐다.

이런 노력의 결과로 지난 3월, 재단에서 지원한 업체가 카자흐스탄 및 우즈베키스탄 농산업체와 약 420만불의 스마트팜 패키지(오이, 토마토, 딸기 재배용) 수출계약을 체결하였다.

겉으로 보기에는 ‘겨우 420만불(약 47억원) 가지고 무슨 큰 소리’라고 할 수도 있겠지만, 알고 보면 한국 농업수출 역사에 있어서 기념비적 사건이다. 왜냐하면 그 동안의 수출방식과는 개념이 다른 ‘한국형 스마트팜 패키지’의 첫 수출 사례이기 때문이다.

이 계약을 시작으로 한 달 쯤 지난 4월 22일에는 양국 원수가 참여한 ‘한-카자흐 비즈니스 파트너십’ 행사에서 재단과 국내 스마트팜 수출업체 및 카자흐스탄 농산업체 등 3자간 1300만달러(약 146억원)의 추가 패키지 수출계약이 있었다. 또 행사 중 한국형 스마트팜 홍보관을 운영하며 현지 바이어와 상담을 통해 4개 업체로부터 약 1200만달러(약 135억원) 규모의 추가설치 요청도 받았다. 3000만달러(약 328억원) 가까운 수출성과가 나타날 것으로 전망된다.

향후 재단은 농림축산식품부 등과 긴밀히 협력하여 중앙아시아의 허브인 카자흐스탄을 북방 농업시장 개척의 플랫폼으로 활용해 ‘한국형 스마트팜 패키지’가 러시아까지 진출할 수 있도록 동 사업을 확대할 것이다.

카자흐·우즈베키스탄에 잇따라 수출

금년 하반기에는 현지 코트라 무역관과 협력하여 중앙아시아 및 러시아 바이어를 현장으로 초청하여 시연회도 개최한다. 또한 2020년에는 코트라 독립국가연합 지역본부(모스크바)와 공동으로 러시아에 테스트베드를 추가 운영할 계획도 갖고 있다.

우리 경제가 어렵다는 우려의 목소리가 크지만 이번 수출을 계기로 ‘한국형 스마트팜 패키지’가 갖고 있는 경쟁력이 확인됐다. 어쩌면 농업수출의 블루오션인 신북방농업시장을 여는 마법의 주문이 될 수 있겠다는 생각도 해본다. 이 마법의 주문으로 농업수출 100억달러도 머지않아 달성할 수 있지 않을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