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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일신문

[한국, 일본 잃어버린 20년 전철 밟나]

GDP성장률 등 거시지표 닮은꼴

낮은 민간소비증가율 저성장 우려

인구구조·법인 수 추이도 유사

소재·부품 앞선 일본보다 위기

등록 : 2019-05-14 11:41:54

1분기 우리나라 경제성장률이 금융위기 이후 가장 낮은 마이너스 성장률을 기록하면서 장기불황의 우려가 높아졌다. 특히 경제성장률 등 거시경제지표가 20년전 일본과 닮은꼴이어서 '일본의 잃어버린 20년'의 전철을 밟는 것 아니냐는 분석이 설득력을 얻고 있다.

14일 전경련과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한국은행 통계에 따르면 우리나라 실질 무역손익을 가감한 최근 실질 국내총생산(GDP) 성장률은 20년전 일본과 비슷한 추세를 보인다.

◆2010년 이후 일본 장기불황 지표와 겹쳐 = 일본 실질 GDP 증가율은 70~80년대 평균 4.5%에서 잃어버린 20년이 시작된 90년대 1.3%대로 하락한 뒤 2000년대는 0.7%, 2010년대는 1.0%로 고착화한 모습이다.


한국의 경우 70년대 9.3%, 80년대 9.9% 고도성장을 하다가 90년대 7.0%, 2000년대 4.4%로 일본 80년대 수준으로 하락했다. 2010년대는 평균 3.0%로 떨어졌다.

특히 2012년 2.3%로 처음 2%대로 진입했다. 2014년과 2017년 3.3%, 3.1%로 반짝 3%대를 보였을 뿐 다른 해는 2%대에 머물렀다. 지난해 실질 GDP성장률은 2.7%였다.

한국과 일본 실질 GDP성장률이 약 2%p 차이가 있지만 하향하는 추세가 비슷하다. 한국이 일본처럼 1%대까지 하락할지 염려되는 대목이다.

양국의 민간소비 증가율도 20년 시차로 겹치고 있다. 민간소비 둔화는 생산 감소로 이어지고 기업 투자 위축을 불러오며 고용불안과 경기 침체, 민간소비 위축이라는 악순환을 야기할 수 있다.

일본의 1985~1989년 민간소비 증가율은 4~8%였다. 부동산 거품 붕괴로 민간소비 증가율은 90년대 초반 4.3%→2.7%→1.2%로 급격히 떨어졌다. 1997년 -1.3%, 1998년 0.4%로 바닥을 형성하며 소비가 회복되지 못했다.


한국도 일본과 20년 시차를 두고 2005~2009년 6~7%를 보였다. 2010년 4.4%, 2011년 2.7%, 2012년 1.2%로 급락했다. 이후 조금씩 올랐지만 2%대에 머물러 있다.

◆생산가능인구 2017년 감소세 돌입 = 한국의 15~64세 생산가능인구 수는 2016년 3760만명으로 정점을 찍었다. 2017년 3757만명으로 감소하기 시작했다.

종을 엎어놓은 모양에서 가운데 가장 볼록한 점을 3년전에 지난 것이다.

한국의 인구곡선은 20년전 일본과 일치한다. 일본은 1995년 15~64세 인구 수가 8624만명으로 가장 많았다. 이후 감소하기 시작해 2017년 7423만명을 기록했다.

생산가능인구 증가율은 일본이 1990년대 1.8%에서 0.9%로 감소했다. 한국은 2010년 1.5%에서 2017년 0.9%로 줄었다.

생산가능인구가 전체 인구에서 차지하는 비중은 한국이 2016년 73.4%를 기록했다.

일본은 1995년 69.4%에서 2016년 60.0%로 9.4%p 감소했다. 일을 할 연령 인구수가 줄었다는 얘기다. 대신 고령인구는 늘어나고 있다. 일본은 2006년 65세 이상 고령자가 차지하는 비율이 20%를 넘는 초고령 사회로 진입했다. 지난해 65세 이상 노령층 인구는 31%를 넘었다.

한국은 지난해 고령자 인구 비중이 16.6%로 이미 14%를 넘어 고령사회다.

◆법인 수 증가율도 '뚝' = 법인 수 추이는 경제의 역동성을 살펴볼 수 있다.

일본 법인 수 증가율은 1990년 5.8%였다가 3%, 2%로 이후 지속 감소했다. 지난해 1.3%를 기록했다. 거의 30년 가까이 0~1%대에 머물러 있다.

한국은 외환위기 직전 12%를 기록할 정도로 활발했다. 2004년 이후 6%에 머물러 있다. 2017년 5.9%로 5%대에 진입했다.

일본의 GDP 대비 총투자 비중은 1990년 34.5%에서 지속적으로 하락해 2000년대 25%, 2010년대는 20% 초반으로 떨어졌다.

한국은 1990년대 40%를 넘나들다가 2000년대 이후 30%를 유지했다. 2010년 33.0%에서 점차 하락하다가 2014년 29.3%를 나타냈다. 투자비중이 감소추세를 보였다.

이에 따라 실업률도 일본은 1990년대 2.1%에서 2000년대 5% 가까이 증가했다. 이후 2~3%대를 유지하고 있다.

한국은 2010년 3.7%를 기록한 뒤 2013년 3.1%를 저점으로 서서히 증가 추세에 있다.

홍성일 전경련 경제정책팀장은 "20년전 일본은 조선 철강 전자 등에서 한국에게 추월당하기 시작했다. 지금은 중국이 이미 한국을 따라잡거나 격차가 줄어들면서 20년전 일본과 유사한 처지에 놓였다"며 "당시 일본은 소재ㆍ부품 분야 원천기술을 바탕으로 지금까지 강세를 유지하고 있어 우리 경제 위기감이 훨씬 크다"고 말했다.

우리나라가 2007년부터 세계 1위를 달리고 있는 디스플레이 분야는 중국의 세트 가격경쟁력과 일본의 소재ㆍ부품 기술력 사이에서 고전이 예상되고 있다.

업계에 따르면 LCD의 경우 편광판 원소재와 실런트 배향막 등 액정 소재 등은 일본 제품에 의존하고 있다.

홍 팀장은 "우리나라의 대일본 수출은 감소하고 있으나 일본으로부터 수입은 여전하다"며 "일본이 자동차 등에서 구조조정을 통해 경쟁력을 확보한 점을 눈여겨봐야 한다"고 덧붙였다.

주 원 현대경제연구원 경제연구실장은 "경제성장률이 아직은 0%대가 아니지만 장기불황 가능성이 있으며 20년전 일본과 비슷하다"며 "일본은 플라자합의를 통한 엔화가치 상승의 여파가 컸다. 우리도 수출부진에 따른 성장률 하락이 우려된다"고 분석했다.

범현주 기자 hjbeom@n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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