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시간 만에 구치소로

'윤중천 모른다→안다'

뇌물수수·성범죄 의혹을 받는 김학의(63) 전 법무부 차관이 구속 사흘 만에 첫 소환조사를 받았지만 변호인 접견후 조사를 받겠다며 또다시 조사에 불응했다. 김 전 차관이 윤중천씨를 모른다고 하는 등 '모르쇠'로 일관하다 '윤중천씨를 모르는 것은 아니다'라고 진술을 번복한 것을 두고 어떻게 대응할지 고민인 것으로 보인다. 김 전 차관이 혐의사실을 인정할지 여부에 관심이 쏠리고 있다.

법무부 검찰과거사위원회 수사권고 관련 수사단(단장 여환섭 청주지검장)은 19일 오후 2시 서울동부구치소에 수감 중인 김 전 차관을 불러 조사했다.

앞서 수사단은 구속 15시간 만인 지난 17일 소환을 통보했으나 김 전 차관이 변호인 접견을 한 뒤 조사를 받겠다며 불응해 조사가 이뤄지지 않았다.

김 전 차관은 지난 16일 열린 구속 전 피의자 심문(영장실질심사) 자리에서 건설업자 윤중천(58) 씨를 모르는 것은 아니라고 진술을 일부 번복해 달라진 태도를 보일지 주목됐었다.

그러나 이날 조사는 시작한 지 2시간 만에 조서 작성도 없이 끝났다.

김 전 차관은 "변호인과 충분한 접견을 통해 입장을 정리한 뒤 조사를 받겠다"면서 조사에 제대로 응하지 않은 것으로 알려졌다. 변호인 2명을 선임했던 김 전 차관은 추가로 1명을 새로 선임했는데, 새 변호인과 아직 접견을 못 했다는 것이다.

수사단은 김 전 차관을 최대 20일까지 구속한 상태에서 수사할 수 있다. 구속 만료 기한은 6월 4일이다.

수사단은 김 전 차관을 대상으로 윤씨와의 첫 만남 경위부터 뇌물수수, 성범죄 의혹을 전방위로 조사한다는 방침이지만, 김 전 차관이 소환 통보에 불응하거나 사실상 조사를 거부하면서 나흘이 별다른 조사 없이 흘러갔다.

김 전 차관은 윤씨로부터 2006∼2008년 1억3000만원 상당의 금품과 100여차례 이상의 성접대를 받은 혐의를 받는다. 일종의 '스폰서' 역할을 한 또 다른 사업가 최모 씨로부터 3000여만원 상당의 금품을 받았다는 혐의도 있다.

20일에는 2008년 3월 말 윤씨의 강원도 원주 별장에서 김 전 차관과 윤씨에게 성폭행을 당했다고 주장해온 여성 최모 씨를 불러 조사한다.

김 전 차관은 지난달 최씨를 무고 혐의로 고소하는 등 둘 사이 진술이 크게 엇갈리고 있어 면밀한 조사가 필요한 것으로 수사단은 보고 있다.

수사단은 김 전 차관 구속기간이 만료되는 다음달초 김 전 차관과 관련한 주요 혐의와 수사외압·무고 의혹 등 사건 전반에 대한 수사 결과를 발표할 방침이다.

김선일 기자 sikim@naeil.com ·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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