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 놓쳤던 롯데카드 쥘 듯

M&A, 작은것에서 큰것으로

지금까지만 놓고 보면 손태승 우리금융지주 회장(사진)의 전략이 들어 맞고 있다. 다 놓쳤던 것으로 보였던 롯데카드 인수가 손 안에 잡히면서 운도 따라주는 듯하다. 올해 초 정식 출범한 우리금융이 종합금융그룹으로 변모하기 위한 발걸음을 빨리하고 있다.

손태승 우리금융지주 회장은 올해초 취임 기자회견에서 "첫 일년은 규모가 작은 것부터 인수합병을 하겠다"면서 "규모가 있는 부문은 여러 방법을 찾고 있다. 직접 인수가 어려우면 다른 곳과 같이 참여해 지분을 함께 갖고 있다가 나중에 자본비율이 회복되면 우리가 50%로 늘리는 등의 방법이 있을 듯하다"고 밝혔다. 당시 손 회장의 이러한 전략을 두고 우리금융 안팎에서는 처한 환경과 역량을 고려해 '야금야금' 영토를 확장해 가는 전략으로 해석했다.

롯데그룹이 21일 롯데카드 매각과 관련해 우선협상대상자를 기존 한앤컴퍼니에서 MBK파트너스-우리은행 컨소시엄으로 교체하면서 손 회장의 말대로 되고 있다.

우리은행은 롯데카드 인수전에서 20% 수준의 지분을 인수하는 조건으로 참여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MBK파트너스가 60% 정도를 인수하는 것으로 알려졌기 때문에 이 가운데 우리은행(이후 우리금융이 주체)이 절반만 지분을 인수해도 최대 주주로 경영권을 가져올 수 있다. 이후 우리카드와 합병을 통해 일약 카드업계의 '빅3'로 부상할 수 있다.

손 회장은 최근 언론 인터뷰에서 "카드업 자체는 쇠락하고 있지만 카드 사업은 여전히 효용가치가 있다고 본다"면서 "재무적 투자자로 들어간 것이어서 경영을 하지는 않겠지만 업무적으로 시너지를 낼 부분은 많을 것"이라며 기대감을 드러냈다.

물론 우리금융 내부에서 롯데카드의 최종 경영권 인수까지 갈지에 대해서는 유보적이다. 우리금융 관계자는 "최종 인수가 확정되면 MBK파트너스가 경영권을 가지고 운영할 것"이라며 "MBK가 지분을 팔고 나갈 때 우리에게 협상을 제의할 수는 있겠지만, 현재로서는 우선매수권 등 별도의 협약은 없는 것으로 알고 있다"고 말했다.

하지만 내부적으로 빠르면 2~3년 안에 본격적인 경영권 인수에 나설 가능성도 점치는 분위기다. 이르면 올해 말이나 내년 초에 우리금융지주에 대한 자산평가 방법을 내부등급법으로 승인받을 경우 자기자본비율이 개선된다. 여기에 증자 등을 통해 인수합병에 사용할 실탄이 늘어나면 본격적인 지분 확대에 나설 수 있는 여건이 마련되기 때문이다. 실제로 손 회장은 올해 초 기자회견에서 "(1등 금융그룹의 달성과 관련) 올해나 내년 초까지는 어려울 듯하다"면서 "2~3년 내에 만들겠다"며 의지를 드러내기도 했다.

변수가 없는 것은 아니다. 우리금융지주가 카드업이 예전과 같지 않은 상황에서 막대한 자금을 들여 덩치를 키우는 것이 전략적으로 타당한지에 대한 논란이 나올 수도 있다. 보험이나 증권사 등 다른 업종의 매력적인 매물이 나올 경우 전략적인 집중을 위해 경영권 인수가 늦어지거나 다른 제3의 길로 갈 수도 배제할 수는 없다.

한편 손 회장은 지난 19일부터 진행한 일본과 홍콩 해외 기업설명회(IR)행사를 마치고 22일 저녁 귀국한다. 손 회장은 귀국과 함께 이번 롯데카드 인수와 관련한 향후 진로와 전략 등을 세워나갈 것으로 알려졌다.

백만호 기자 hopebaik@n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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