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웅서 한국해양과학기술원 원장

5월엔 바다식목일(10일)과 바다의 날(31일) 등 바다 관련 기념일이 2개나 있다. 바다식목일은 세계 최초로 2012년 우리나라에서 만들었다. 바다를 풍요롭게 가꾸기 위해 바닷말(해조)과 해초를 심는다. 바다의 날은 바다의 중요성과 관련 산업을 잘 이해하고 국민들의 해양사상을 고취하기 위해 해상왕 장보고가 청해진을 설치한 날을 기려 지난 1996년 제정됐다.

바다의 날을 앞두고 바다 환경을 걱정해본다. 바다는 지구 최초로 생명체를 탄생시킨 자궁이자, 모든 생명체를 길러내는 요람이다. 바다가 없었다면 지구는 이처럼 생명력 넘쳐나는 행성이 될 수 없었다. 바다는 가장 큰 생물 서식지다. 광대한 바다는 우리가 접근하기 어려워 대부분 처녀지로 남아있다. 그런데 인간의 발길을 허락하지 않는 심해에서 인간의 흔적이 발견되었다면?

바다가 없었다면 지구는 생명력 넘쳐나는 행성이 될 수 없어

지난 달 미국의 탐험가 빅터 베스코보는 지구에서 가장 깊은 바다인 마리아나해구를 탐사하는 데 성공했다. 그가 최첨단 심해유인잠수정을 타고 내려간 곳은 수심이 무려 1만928미터였다. 그의 눈에 비친 것은 신비한 심해생물만이 아니었다. 플라스틱 쓰레기도 눈에 띄었다. 인간보다 먼저 도착해 반기던 쓰레기를 보고 그의 마음이 어떠했을지 짐작이 된다.

인간 활동으로 바다는 병들고 있다. 최근 유명 국제과학학술지 네이처는 지구온난화로 바다에 사는 생물이 육지에 사는 생물보다 2배나 빠르게 사라지고 있다는 연구 결과를 발표했다. 유엔 생물다양성과학기구(IPBES) 총회에서 발표된 보고서는 현재 전 세계 양서류의 40% 이상과 해양 포유류의 3분의 1 이상, 상어 종류를 포함한 어류의 3분의 1 가량이 멸종 위기에 처해있다고 경고한다.

해양생태계 파괴 주범은 다름 아닌 우리 인간이다. 우리가 쓰고 버리는 여러 폐기물 가운데 요즘 관심이 고조되고 있는 것은 플라스틱 쓰레기다. 특히 5밀리미터 미만으로 잘게 쪼개진 미세플라스틱의 경우 눈에 잘 보이지 않아 심각성은 더욱 크다. 미세플라스틱은 강이나 바다에 사는 생물의 대사작용을 교란한다는 연구 결과가 있다. 이런 영향은 생태계 먹이망을 통해 결국 우리에게도 피해를 주게 된다. 한국해양과학기술원 연구진은 우리나라 연안에 서식하는 굴, 게, 갯지렁이 등 해양생물 139개체로부터 미세플라스틱 조각 135개를 발견했다. 조사 대상 생물 가운데는 우리 식탁에 오르는 것도 있다.

1868년 상아로 만든 당구공 대용품으로 처음 개발된 플라스틱은 그동안 우리에게 엄청난 편리함을 선사했다. 그러나 이제 쓰레기 문제로 골칫거리가 되었다. 결자해지로 과학자들은 이 선물이 재앙이 되지 않도록 막는 일에 앞장서고 있다. 해양 플라스틱 쓰레기를 줄이기 위해 대체재를 개발하고, 빛이나 박테리아 또는 화학물질에 의해 쉽게 분해되는 플라스틱을 만드는 연구를 해오고 있다. 썩는 플라스틱 개발과 함께 재활용 가능성을 높이는 방법도 개발되었다. 미국 로렌스버클리국립연구소 과학자들은 마치 레고블록처럼 분자 수준 조각으로 분해하였다가 재조립할 수 있는 재활용 플라스틱을 개발하였다.

국내 연구진의 성과도 속속 나오고 있다. 한국화학연구원은 페트 대체용 바이오 플라스틱인 ‘페프(PEF)’의 원료를 대량 생산할 수 있는 촉매를 개발하였다. 이로써 페트병을 대체할 친환경 플라스틱 병이 나올 전망이다. 한국생명공학연구원에서는 곤충의 효소에서 플라스틱을 분해하는 실마리를 찾는데 성공하였다.

국민들이 깨끗한 바다를 만들어가는 일에 동참해야

그러나 과학기술만으로 해양쓰레기 문제를 해결할 수는 없다. 지금도 바닷가에 가보면 스티로폼이 부서져 만들어진 미세플라스틱이 마치 눈처럼 해안을 덮고 있다. 생명의 모태로, 자원의 보물창고로 인류의 문명을 발전시켰고, 최근에는 우리 삶의 질이 향상되면서 놀이공간으로도 각광을 받고 있는 바다가 인간의 무관심으로 병들어 가고 있는 것이다.

바다가 건강해야 우리도 건강하다. 바다의 날을 앞두고 우리 국민 모두가 바다의 중요성을 깨닫고, 깨끗한 바다를 만들어가는 일에 동참해 주십사하고 부탁 말씀 올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