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주열 총재 “경제상황 변화에 적절한 대응”

이르면 8월 금통위에서, 늦어도 10월 가능성

이주열 한국은행 총재가 기준금리 인하 가능성을 시사했다.

올해 4분기 첫 통화정책 방향을 결정하는 10월이 유력해 보이지만 경제상황에 따라 이르면 8월에 전격적으로 단행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는 관측이다.

이 총재는 12일 한국은행 창립 69주년 기념사에서 향후 통화정책 방향과 관련해 “경제상황 변화에 따라 적절하게 대응해 나가야하겠다”고 밝혔다. ‘경제상황 변화에 따른 적절한 대응’이라는 표현은 최근까지 쓰지 않던 보다 적극적인 의지의 표현이라는 것이 한은 관계자의 설명이다. 지금보다 경제를 둘러싼 주변 여건이 더 악화할 경우 기준금리를 내려서 경기를 살리는 쪽으로 방향을 잡을 것이라는 관측이다.

실제로 이 총재는 최근까지 “금리인하를 검토해야 할 상황은 아니다”(4월 1일)라거나 “금리인하로 대응할 상황은 아직 아니다”(5월 31일)라고 말해 기준금리 인하 가능성을 적극 차단해왔다. 가계부채와 자영업자 부채 등 금융불안정이 엄존하는 상황에서 금리인하가 가져올 영향을 주된 이유로 들었다.

하지만 이날은 달랐다. 이 총재는 “미중 무역분쟁과 반도체 경기 등 대외 요인의 불확실성이 크게 높아진 만큼 그 전개 추이와 영향을 면밀히 점검해야 한다”면서 “미중 무역분쟁이 심화하면서 세계교역이 위축될 가능성이 높고, 반도체 경기의 회복이 예상보다 지연될 소지도 있다”면서 경기 침체가 길어질 가능성을 언급했다. 최근 윤종원 청와대 경제수석이 “대외여건 불확실성이 당초 예상보다 커진 상황에서 하방 위험이 장기화할 소지가 있다”고 한 것과 같은 맥락이다.

이날 이 총재의 경기인식은 최근까지 “하반기부터는 주요국의 수요가 살아나며 반도체 경기도 개선될 것”이라고 했던 것과는 차이가 있다. 이에 따라 한은이 다음달 금융통화위에서 올해 경제성장률 전망치를 기존 2.5%에서 추가로 낮출 가능성도 점쳐진다.

한은이 다음달 성장률 전망치를 낮추면 이후 대응은 자연스럽게 기준금리 인하카드다. 이 총재의 이날 언급처럼 ‘경제상황의 변화에 따른 적절한 대응 카드’는 결국 금리인하로 귀결되기 때문이다. 시기는 10월이 유력하지만 이르면 8월도 가능하다는 관측이다. 이달 말 일본 오사카에서 열리는 주요20개국(G20) 정상회의에서 미중간 무역분쟁이 타결되지 않고 장기화될 경우 상황이 보다 빠른 속도로 악화될 가능성도 있기 때문이다.

한편 이 총재는 “가계부채는 최근 증가세가 다소 둔화했지만 총량 수준이 매우 높고 위험 요인이 남아 있는 점을 고려할 때 경계감을 아직 늦출 수 없다”고 말했다. 이 총재는 또 “신성장동력 발굴, 고부가가치 서비스업 활성화, 노동시장 유연?안정성 제고, 규제 합리화를 일관되게 추진해야 한다”며 “당장의 어려움 때문에 변화하지 않는다면 훗날 더 큰 비용을 치르게 된다는 절박한 마음가짐이 필요하다”고 했다.

백만호 기자 hopebaik@n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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