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 매체들, 남북공조 강조만 … 다음주 스티븐 비건 방한 주목

한미 양국이 북한에 비핵화 실무협상에 나설 것을 촉구하고 있어 북한이 이에 응할지 주목되는 가운데 현재까지 북한 매체들은 침묵하고 있다.

문재인 대통령은 북유럽 순방 중이던 지난 15일 스웨덴에서 "북미간의 구체적인 협상 진전을 위해서는 사전에 실무협상이 먼저 열릴 필요가 있다"고 밝혔다. 앞서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은 지난 11일(현지시간·한국시간 12일) 김정은 국무위원장의 친서를 받았음을 공개하며 "3차 북미정상회담이 가능하다"고 말했고, 같은 날 미 국무부는 "북한과 실무급에서 대화를 계속할 준비가 돼 있고 의지가 있다"는 입장을 내놓았다.
스웨덴을 국빈방문 중인 문재인 대통령이 15일(현지시간) 오전 쌀트쉐바덴 그랜드 호텔에서 스테판 뢰벤 총리와 공동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쌀트쉐바덴=연합뉴스 한상균 기자


이와 관련, 스티븐 비건 미 국무부 대북특별대표가 29~30일로 예상되는 한미정상회담 준비를 위해 사전 방한할 것으로 알려져 대북 접촉 시도가 있을 것이란 관측이 나오고 있다.

문 대통령이 북유럽 순방 중에 북미, 남북간 물밑 대화가 이뤄지고 있음을 시사한 가운데 한미의 비핵화 대화 요구가 나온 것이라 북한의 호응 여부에 시선이 쏠리는 상황이다.

일단, 북한 매체들은 아직까지 남북공동선언 이행을 촉구하는 그간의 입장을 되풀이하는 것 외엔 다른 반응을 내놓지 않고 있다.

노동신문과 조선중앙통신 등 북한 공식매체와 우리민족끼리 등 선전매체들은 17일 자력갱생과 관련한 경제·건설 활동 소식 외에 남북·북미 관계에 대한 기사를 게재하지 않았다. 대신, 하루 전인 16일 대남선전매체인 '우리민족끼리'와 대외선전매체 '조선의 오늘'이 민족공조를 강조하는 입장을 표명했을 뿐이다.

우리민족끼리는 이날 '민족의 운명을 우려하는 사람이라면' 제목의 기사에서 "우리 민족이 살길은 외세의존이 아니라 오직 우리 민족끼리 힘을 합쳐 북남선언들을 성실히 이행하는 데 있다"고 주장했다. 매체는 외세 추종 및 반통일세력 탓에 한반도에 엄중한 정세가 조성됐다며 "사대적 근성과 외세의존정책에 종지부를 찍을 대신 계속 외세의 장단에 춤을 춘다면 오히려 자기의 처지를 더욱 난처하게 만들뿐"이라고 지적했다.

조선의 오늘도 "북남선언들에 대한 입장과 태도는 평화와 번영, 관계개선을 바라는가 바라지 않는가를 가르는 시금석"이라며 남측에 4.27 판문점 선언과 9월 평양공동선언 때의 '초심'으로 돌아오라고 촉구했다.

매체는 특히 "북남관계문제와 조선반도(한반도) 정세가 아무리 복잡하고 착잡하게 얽혀져 있다 해도 시대와 역사 앞에 지닌 책임감을 자각하고 겨레의 기대에 보답하려는 의지 밑에 서로의 힘과 지혜를 합쳐나간다면 얼마든지 북남관계의 진전을 이룩할 수 있다"고 주장했다.

매체는 또 3월 한미가 실시한 '동맹 19-1' 연습 등이 남북 군사분야 합의 정신에 상반된다며 "미국과의 군사훈련 강행으로 정세를 긴장시킬 것이 아니라 민족자주의 원칙에서 온 겨레 앞에 확약한 북남선언들을 실질적으로 이행하기 위한 입장과 자세부터 바로 가져야 한다"고 말했다.

북한 매체들은 전날에도 6.15남북공동선언 19주년임을 부각하면서 이를 계승한 판문점 선언과 9월 평양공동선언이 "민족의 총의가 반영된 평화번영과 통일의 이정표"라며 남북공동선언들의 이행 가속화를 강조했다.

김상범 기자 claykim@n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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