백원근 출판평론가

교육부와 대한민국학술원에서 ‘2019년 우수학술도서’ 선정 결과를 최근 발표했다. 2002년부터 매년 시행해온 이 사업은 올해 인문학, 사회과학, 한국학, 자연과학 분야의 학술도서 286종을 선정했다. 상당수 대학들은 소속 교수들이 쓴 학술도서가 국가 기관에서 ‘우수’하다고 선정된 것을 홍보하기에 바쁘다. 분명 축하할 일이고 축하받을 일이다. 그렇지만 이것이 해당 대학의 경쟁력이나 우수성을 방증하는 지표가 되기는 어렵다. 대다수 교수들이 연구실적 평가 점수가 낮은 단행본 출판을 중시하지 않기 때문이다. 학술원 우수학술도서 선정 사업의 현황을 보아도 찜찜한 것들이 있다.

선정 규모와 예산 미흡, 교육부 차원에서 개선해야

첫째, 선정 규모나 예산이 미흡한 것을 교육부 차원에서 개선해야 한다. 이번에 374개의 민간 출판사 및 대학 출판부에서 응모 접수한 도서가 총 3459종이었다. 경쟁률로 보면 12대 1 이상이다. 대학 교수와 연구자들이 혼신의 힘을 기울여 쓰고 만든 책을 놓고 정부와 학술원이 나서서 우열을 가려주는 일이 합리적인지는 차치하고, 이 사업의 목적이 “기초학문 분야의 연구 및 저술 활동 활성화”에 있다면 좀 더 보편적인 지원제도로 만들기 위한 선정 종수의 확대가 긴요하다.

이를 위해서는 선정 예산을 대폭 확충해야 한다. 2015년부터 2019년까지의 사업 예산은 매년 36.5억 원으로 5년간 동일했다. ‘한결같음’이 좋은 때도 있지만 이 경우는 아니다. 그 위상에 비해 푸대접을 받고 있는 학술원의 예산이 같은 기간 동안 62억 원에서 67억 원으로 제자리걸음을 한 것만 보면 예산이 없나보다 생각할 수 있다.

그러나 교육부 예산은 지난 5년간 약 55조원에서 약 75조원으로 상당히 증가했다. 한 마디로 ‘의무 방어전’ 이상의 의미 부여를 하지 않는 것이 학술원 우수학술도서에 대한 교육부의 태도로 읽힌다. ‘지금 여기’에서의 학술 연구 성과를 대학이나 사회에서, 나아가 국제적으로 널리 공유하기 위한 교육부의 투자 없이 기초학문의 저술이 활성화될 리 만무하다.

둘째, 도서 선정에 신중을 기할 필요가 있다. 이를테면 국내 저자가 썼다고는 하지만 처음부터 영문으로 출판된 책, 대학 출판부에서 발행한 번역서, 여러 학자의 글을 모은 기념 논문집 등을 굳이 뽑아야 하는지 의문이다. 물론 학술원 회원 등 학계의 중진과 원로 학자들을 중심으로 심사위원이 구성되기에 선정 잡음이 적고 신뢰도가 높다고 하지만(사실은 이런 식의 심사위원 구성이야말로 문제라는 지적도 있지만), 고개를 갸웃거리게 하는 도서가 선정되고 있는 것도 현실이다.

셋째, 전체 선정 종수에 비추어 서울대학교 출판문화원이 발행한 도서가 17종이나 선정된 것은 과도하다. 문화체육관광부가 세종도서 선정에서 적용하는 것과 같은 적절한 수준의 출판사별 선정 종수 제한에 대한 도입 검토가 필요하다. 만약 ‘우수’에만 방점을 두어 출판사 선정 종수를 제한하지 않는다면 철저한 블라인드 심사가 이뤄져야 심사위원의 선입견이나 학연, 학맥 등의 영향이 최소화될 것이다. 그게 아니라면 학문 후속 세대인 대학원생들이 심사위원이 되어 ‘읽고 싶은 학술서’를 뽑는 쪽이 학술서의 실제 수요 측면에서 더 바람직할 수도 있다.

해외 한국학 연구기관과 외국 대학으로 보내야

넷째, 대학들이 우수도서 선정을 대학의 자랑인 양 홍보하는 데만 신경 쓸 것이 아니라 대학도서관에 양질의 학술서부터 채우고 서비스했으면 한다. 대학도서관의 국내 학술도서 구입 예산이나 구입 책수는 영양실조 상태다. 이런 상황에서 학술원이 선정한 우수학술도서가 대학도서관에 도움이 되는 측면이 있을 것이다. 선정된 책들은 대학 수요 조사를 거쳐 결국 전국 대학도서관에 보급되기 때문이다. 하지만 대학도서관에서 신간이 나올 때마다 적시에 구입하지 않는 것을 보완하는 데는 한계가 명확하다. 이미 해당 도서를 소장한 곳이라면 복본(複本) 수요가 없다는 것도 문제다. 학술원 선정 도서는 해외 한국학 연구기관과 외국 대학으로 보내고, 국내 대학들은 자체 예산을 확충하여 수시로 학술서를 구비하도록 해야 한다.